나는 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고, 대학교수가 되어 거의 3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왔을까? 돌이켜보면, 대학 3학년 시절에 생겨난 동기, ‘이 몹쓸 세상, 근본적으로 바꾸어 결코 후대에 물려주지 말자’ 하는 동기 때문이었다. _ 9~10쪽, “책을 펴내며”
내 경험상 사회학은 ‘세상 보는 눈’을 만들어준다. 누구나 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있지만, 사회학은 사회 전체를 보는 눈을 만들어준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어떻게 짜여 있고, 어떻게 굴러가며, 개개인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이다. _ 25쪽, “1장 사회학의 사회학”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거슬러 올라가면 컴퓨터와 인터넷, 기계의 발명과 응용 등은 과학기술의 발달이다. 그것들은 우리 인간의 삶과 그 기반이 되는 경제생활, 나아가 사회 전체의 삶과 경제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신, 실업문제를 야기하고 실업에 따르는 고통과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는 먹고사는 문제, 따라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_ 42쪽, “2장 ‘알파고’와 경제, 노동”
출신 성분이 어떻든,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나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출세도 할 수 있는 사회로 넘어왔다고들 한다. 신분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장벽이 없어지고 지위의 변경과 이동이 가능해져서 ‘개방사회’, ‘열린 사회’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현실이 과연 그러한가 하는 점은 따져보아야 한다. 금수저, 흙수저, 은수저 등을 말하는 ‘수저계급론’은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면서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구체적이거나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_ 66쪽, “3장 빈부 격차의 대물림 현상: ‘수저계급론’ 넘어서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즉 ‘현대’의 국가는 ‘입헌민주공화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국가는 과거 봉건시대의 ‘왕국’과는 달리 통치자가 자기 마음대로 통치할 수 없고, 법을 정해 놓고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과 나라를 통치하도록 제약을 받는다. 이것이 ‘법치주의’라는 것이고, 왕들이 자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해 집행시키고 세금을 걷는 등의 통치행위를 법으로 제약하는 원리이다. 이 원리는 통치자가 아니라 피통치자인 국민과 백성이 국가권력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_ 90쪽, “4장 현대의 국가와 시민사회, 민주주의”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금수저’, ‘흙수저’ 외에도 ‘헬조선’이니 ‘3포 세대’니 하는 말이 많다. ‘헬조선’이란 ‘지옥같이 후진 대한민국’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3포 세대’니 ‘5포, 7포, N포 세대’니 하는 말도 많이 하는데 사실 근거 없는 말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화, 취업난, 실업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고, 청년 세대뿐 아니라 다른 연령층과 세대도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체 사회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_ 111쪽, “5장 ‘헬조선’의 ‘3포세대’와 사회문제”
한국이 복지국가 체제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중·장기 전략과 단기 전략을 나누어 이를 추진하는 일이다. 중·장기적 전략 구상에서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사회문제의 진원지에 해당하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적극적으로 개혁하고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체제를 사회민주적인 방향으로, 공공성과 민주성을 갖는 형태로 개혁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_ 147쪽, “6장 도마 위의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는 엄청난 경험을 했다. 밑바닥 인생들과 사건·사고 등 사회 현실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짧은 시간에 기사로 요약정리하고 가장 가까운 전화기를 찾아 달려가 전화기를 한 쪽 귀와 목에 걸친 채 회사에 기사 내용을 불러주곤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데모하는 기사, 머리끄덩이를 잡고 강제로 철거민들을 트럭에 실어 경찰서로 잡아가던 이야기, 이런 것들은 신문에 한 줄도 실리지 않아 불만스러웠다. _ 168쪽, “7장 나는 어떡하다 사회학 교수가 되었나”
교수노조는 노조 설립 신고서를 수년 전부터 정부에 제출했으나 번번이 설립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수가 무슨 노동자냐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초·중·고교의 대부분은 국·공립이고, 교사는 교육공무원이라는 얘기가 맞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대학 교수는 형식상 교육공무원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정식 공무원으로는 취급되지 않는다. _ 193쪽, “8장 대학교수로서의 생활과 연구, 봉사·실천, 교육”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