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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다는 것

듣는다는 것

: 음악으로 듣는 너의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18이동
이기용 저 / 이유정 그림 | 너머학교 | 2018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6 리뷰 5건 | 판매지수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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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416g | 166*211*20mm
ISBN13 9788994407692
ISBN10 899440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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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우리 안에 있는 자유롭고 싶은 열망이 밖으로 나오려는 듯 꿈틀거립니다. 길을 걷다 파란 하늘 아래 나비가 날아다니고 꽃이 피어나면 우리 마음도 반응하고 기뻐하듯이 말입니다. 그림이나 음악, 영화, 문학 등 예술 작품을 접하는 것은 뻑뻑한 삶에서 숨 쉬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없다면 살기가 매우 어려워지겠죠.
음악은 우리에게 이곳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라고 말을 건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 힘이 들 때 잠시 숨을 쉬어 보라고 말합니다. 저는 초조하고 답답하고 불안할 때면 음악을 듣습니다. 하루에 몇 곡이라도,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음악을 들으면 그것은 우리 몸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주는 것과 같아요. 그러면 하루의 나머지 시간도 웃으며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어요. --- pp.28~29

그렇게 매일매일 넓은 바다와 하늘을 보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저에게 일어났어요. 평소 좋아하던 비트가 강한 록 음악이 예전만큼 잘 와 닿지 않고 너무 거칠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소리가 있는 것 같았고 주위 풍경과도 어울리지 않고 겉도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차츰 소리가 많이 들지 않은 음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듣는 음악이 점점 달라지다 보니 제가 만드는 음악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저는 20년 넘게 록 음악을 해 왔고, 주로 비트가 강하고 거친 사운드의 음악을 만들어 왔거든요. 서울에서 만든 음악에 비해 김녕에서 만든 음악은 비트도 약해지고 노래 목소리도 부드럽게 바뀌었어요. 음악이 제가 매일 보는 풍경을 닮아 가고 있었던 거예요. --- pp.38~39

우리의 남북한 관계만큼이나 비극적인 보스니아 내전 한복판에서 한 첼리스트는 목숨을 걸고 22일간 연주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절망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삶에 대한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켰어요. 사람들은 저격수들과 포탄의 위협을 피해 숨어서 그의 연주를 들으며 슬픔을 달래고 희망을 조금씩 살려 갔습니다. 매일 가족이나 친구 혹은 이웃이 죽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의 연주는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 희망과 용기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폐허 속에서 듣는 첼로 소리는 전쟁의 포탄 소리 사이로 들리는 평화의 소리였어요. 마침내 이것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그들의 공감과 지지 속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pp.57~58

대중음악을 잘 듣는다는 것은 세상에 잣대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입니다. 대중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수많은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래서 저는 대중음악은 나를 긍정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장르의 대중음악을 개성 있는 표현으로 인정하고 들을 때 우리는 점점 포용하는 나로 바뀌게 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내가 나의 개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것. 내가 나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그래서 결국 타인의 개성도 역시 존중하게 되는 것. 그것이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우리가 갖게 되는 내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길러진 내면의 힘으로 우리는 편견 없이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 pp.69~70

대화에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상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짐작하기 때문이에요. ‘나는 저 사람의 이야기라면 지긋지긋해.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아.’라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맞아요. 분명 매일 매일을 살다 보면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의 이야기를 새로운 여행지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지루한 마음이 줄어들고 그 안에 무슨 새로운 것이 있을까 내가 몰랐던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곳을 다시 가기보다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여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발견할 때 그 자체로 순수하게 기뻐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와 같아요. 저 사람의 얘기라면 무슨 얘기인지 뻔해서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상대의 얘기를 듣다 보면 뜻밖의 일들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 pp.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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