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법칙은 경제학자들이 내일, 내년, 혹은 몇 년 후 일어날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생명체의 노화처럼 엔트로피 법칙은 경제과정 내내 비교적 느리게 작용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다. 따라서 엔트로피 효과는 오랫동안 축적된 후에야 드러난다. (중략) 또한 현재 일반 대중과 정부의 관심을 사로잡고,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몰두하고 있는 두 가지 문제, 즉 환경오염과 지속적인 인구 증가의 기본적이지만 무시되었던 양상들 역시 엔트로피 법칙을 통해 표면화되었다. (중략) 만일 경제학자들이 경제과정의 엔트로피 특성을 인식하였더라면, 인류 복지를 위한 공동 작업자인 기술자들에게 ‘더 크고 고급인’ 세탁기, 자동차, 초음속 제트기들이 ‘더 많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대의 과학자들이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일 때면, 선배 과학자들의 너무도 공격적인 학식과 편협한 통찰력을 비난할 따름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미래의 과학자들이 현세대의 공격성과 통찰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할 뿐이다. _ 53~54쪽(서장)
우리의 직관과 수로 만들어진 구조물 사이의 이 충돌에서 우리의 직관만이 오류를 일으킨다는 결론은 최고로 불합리한 추론이다. 예컨대 미시물리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 중 하나는 현재의 이론들이 기본입자들을 3차원 산술적 연속체에 존재하는 단순한 점들로 가정한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현재 우리는 자연이 쪼갤 수 없는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바로 이 개념 때문에 사물들을 “서로 분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거부된다. 닐스 보어가 주장하듯이, 대상과 물리학자의 도구는 분리할 수 없는 전체를 이룬다. 최소한 하나의 알갱이가 대상과 도구를 겹치게 한다. 도구와 관찰자에는 최소한 하나의 양자(알갱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대상과 도구와 관찰자는 분리할 수 없는 전체를 이룬다. _ 124쪽(3장. 변화, 질, 사고)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전문적인 이유 때문에 엔트로피는 다음 식으로 정의되었다.
(1) 엔트로피 〓 (불가용 에너지) / (절대온도)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만들어진 식은 다음과 같다.
(1a) S 〓 / T
여기서 S는 엔트로피 증가분이며, 는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 전달된 열량이며, T는 열전달이 일어난 절대온도이다. 이 공식에 실제 나타나 있지 않은 중요한 점은, 시간의 방향에서, 즉 시간상 앞선 때에서 나중으로 옮겨갈 때 엔트로피 증가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덧붙이면, 엔트로피 법칙에는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이 명확하게 정의된 시간의 화살을, 즉 엔트로피를 가진 엄밀한 진화 법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클라우지우스가 ‘엔트로피’라는 용어를 의미상 ‘진화’와 같은 그리스 단어[εντροπ?α 〓 향하여 나아감 ? 옮긴이]에서 새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아, 그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_ 209~210쪽(5장. 새로움, 진화, 엔트로피: 물리학의 또 다른 구체적인 실례들)
경제생활의 엄연한 사실을 왜곡하여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저량과 자금의 개념 차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탕 20개가 있으면 오늘, 내일, 또는 오늘은 몇 명, 내일은 몇 명 등으로 어린이 20명을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건축가가 호텔 방 하나가 1000일 이상 지탱한다고 할 때, 손님 1000명을 지금 받을 수는 없다. 단지 방이 무너질 때까지, 오늘 한 명, 내일 두 번째 손님 식으로 여행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략) 지속시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신발 한 켤레를 ‘소진’하려고 한다면, 신발이 다 떨어질 때까지 신는 방법밖에 없다. 이와 달리, 저량은 원한다면 한 순간에 소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면, 자금의 ‘축적’ 역시 저량의 축적과 다르다. 자금으로서의 기계가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축적하여 기계가 생기지 않는다. 겨울 용품을 지하실에 저장하듯이, 기계의 서비스를 하나씩 저장하여 기계를 만들 수 없다. 은행 계좌에 저금하거나 수집함에 우표를 모으듯이 서비스를 축적할 수 없다. 서비스는 사용하든지 허비할 뿐이다. _ 344쪽(9장. 과정의 해석학적 표현과 생산경제학)
인류는 앞으로도 많은 기적 같은 발견을 하겠지만, 인류의 체내기관과 체외기관의 진화가 융합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까닭은 위너가 주장하듯이 인간과 개미의 정신적인 특성들이 양립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고, 인간을 개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훨씬 넘어서는 지식과 능력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거처럼 미래에도 인간 사회가 한 지배층의 통제에서 다른 지배층의 통제로 이동하는 이유이며, 각 지배층은 겉보기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형태인 신화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유전형이 아니라 믿음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_ 513쪽(11장. 경제과학: 몇 가지 일반적인 결론)
많은 인간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하겠다는 생각은 더 기본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데, 모든 사람을 분석할 수 있는 의료원을 필요로 하는 우생학적 계획들은 불가사의하게도 이를 무시한다. DNA 단 한 가닥에 들어 있는 뉴클레오타이드의 순서를 A, T, G, C 첫 글자로 그저 인쇄하는 데만 지금 읽고 있는 이 책과 똑같은 크기의 책 약 6000권이 필요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한 사람의 완전한 신분증은 작은 도서관이며, 더구나 거기에는 단 하나의 오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중략)
나는 어떤 것도 실질적인 분석과학으로서 생물공학의 문제를 이보다 극적으로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끝에는 개인적으로 고유한 천문학적 수의 표현형 지도를 가진 천문학적 수의 DNA가 존재하며, 다른 끝에는 제거, 치환, 이동시켜야 하는 거대한 복합체의 성분들이 만드는 극미세 차원이 존재한다. _ 616~617쪽(부록 G_ 생물학의 한계와 확장)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