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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박정희

나, 박정희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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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62g | 125*185*30mm
ISBN13 9788993255928
ISBN10 8993255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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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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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루지 못한 꿈도, 가야 할 길도 있다. 핵도 미완이고, 헌법 개정도 미완이고, 민주주의는 싹을 틔울 기미조차 아직은 없다. 내가 의도적으로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있었음이다.
나는 독재자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독재자라 부른다. 나의 정적들, 기상이 있는 지식인들, 때 묻지 않은 풋풋한 학생들이 그렇게 불렀다. 나는 독재자다. 하지만 난 이런 오명이 그리 역겹지 않다. 이 오명을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여기진 않아도 묵묵히 살아온 뜨거운 내 삶의 징표라 생각한다. ---p.14

국가의 무능함으로 소시민의 꿈과 희망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일을 할 때는 공리공담(空理空談)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오로지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힘써야 할 뿐이다. 이것이 국가가 무능과 무력함에 빠지지 않는 길이요, 무고한 시민이 나와 같은 변절자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는 길이다. 또 이것이 올바른 정치의 철학이며 눈 밝은 정치가 가야 할 바른 길이다. ---p.16

나는 소탈했고 각료들과 나는 몹시 친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와 친밀했던 그들조차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나에게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빠끔한 눈으로 나를 은밀히 훔쳐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이곤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두려움의 존재, 범접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내 말과 생각이 곧 법이었다. 이것은 단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발로 걷고 있었지만 절름발이였고 두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외눈박이였다. 이것은 나 개인의 불행이자 내 조국의 불행이기도 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나의 완고함과 철저함이 부른 결과였다. 뼈아픈 일이었다. ---p.89

굴종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진한 아쉬움은 남는다. 나를 쏜 김재규가 안타깝다. 어리석은 머슴이 일을 냈다. 바보 같은 친구다. 이제는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 정신이 혼미하다. 허공에 뜬 기분이다. 나는 독백을 하고 있다.
‘임자, 무얼 망설이나. 그냥 당기게, 망설이지 말고. 이젠 끝을 내야지. 오랜 친구 손에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빨리 당겨주게!’
다시 그의 총이 불을 뿜었고, 바로 그때 부산에 주둔한 공수부대가 철수하고 있었다. ---pp.108~109

이현란은 감수성이 풍부했고 하루 종일 종달새처럼 내게 밀어를 속삭이며 재잘거렸다. 그녀와 같이 앉는 자리는 부드러운 꽃방석이 되었고 그녀와 함께 눕는 침대는 향기로운 꽃밭이 되었다. 느닷없는 그녀의 출현은 내 인생을 뒤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내 삶이 암흑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순간 이동을 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 가진 자에 대한 증오, 삶에 대한 절망과 고독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 삶에 대한 기쁨으로 바뀌고 있었다.---p.235

국민들이 나보다 그녀를 국모로 더 존경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언행이 일치했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초지일관 소리 없이 내 주변을 살피며 내 도덕적 양심의 파수꾼을 자임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내가 구상한 국가적 사업 완수에 매진할 수 있게 도와준 일등공신은 아내였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음으로 양으로 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늘 무게중심을 잡아주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치밀하지만 독선적이고 저돌적인 내 성격상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는 내 평생의 은인이었고 하늘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 일생에서 최고의 행운은 단연 그녀를 아내로 맞은 것이었다.---pp.282~283

북한의 현실은 그들이 추구한 자력 경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북한은 대원군의 쇄국 정책을 모방한 폐쇄적인 정책을 썼습니다. 일본의 식민지라는 불행한 역사를 기억했던 그들로서는 외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폐쇄적인 길로 나갈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자신들이 만든 이념의 포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념의 포로가 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맹신자들의 눈에는 비교의 대상이 보이지 않아 자신들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고 훌륭한 것으로 믿게 됩니다. ---pp.295~296

저의 경제 운용 형태를 개발 독재라 평가하며, 개발 독재를 강행해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양산시켰다고 비난합니다. 나는 이 평가에 대해 동의합니다.
개발 독재는 민생이 피폐한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곤궁한 민생을 구제하고 우리의 미래를 조속히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사회 양극화의 원흉이라고 저를 비난한다면 그 비난은 달게 받겠습니다.
제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배불리 먹이고 편안하게 하며 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게 하는 춰이었습니다.
---pp.29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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