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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

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

펄북스 시선집-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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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12g | 128*205*20mm
ISBN13 9791187490142
ISBN10 118749014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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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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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에서 신이 죽었다
죽는 소리는 따로 나지 않았다

주저흔도 없었다
누가 봐도 자연사다

운명보다 오래 살았다
그렇다면 호상이다

부고는 앞산을 넘지 못했다
낯선 조문객은 올 수 없었고
상주는 무리해서 울 필요가 없었다

마을이 주검처럼 조용한 건
끝이 아니면 시작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더 오래 살고 있다

신(神)이 졌으니
시(詩)는 진 것이다
---「詩는 졌다」중에서

지난가을,
고독한 아침을 기어가고 있는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늙고 지친 달팽이인 줄 알았다
외투는 이슬에 젖고 피부는 햇볕에 쓸려
어깨나 보폭이 눈에 거슬리게 좁았다
---「달팽이의 산책」중에서

국가와 정부가 양산하는
불안과 공포에 오래 사로잡힌 자식들은
모친의 외로움이 사실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제정신이 없었다

모친의 팔자가 팔십 년 묵힌 거대한 외로움으로 변신한 날,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어 보이는 오륙십이 다 된 자식들은
드디어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모친의 팔순」중에서

태어나보니, 조상님들은 대대로 초라했다 할아버지는 사력을 다해 대를 물렸다 돈이나 땅은 물려주지 않았다 물려줄 생각을 못 한 채 그냥 살았다 그래서, 친일파는 아니었을 것이다 대를 이은 아버지는 크게 당황한 나머지 구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체면이 아니었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면목이 아니었다 둘 다 조상님들의 신세가 되었다 하는 수 없었다 유전이 유일한 유산이었다
---「조상님 탓」중에서

말이라곤 오랜만에 꺼내 보오
이토록 부끄러운 말이오
미안하다는 말 말이오
사랑해서 미안했다는 말 말이오
거기 늘 혼자 두어서 뼈 끝까지 아팠다는
당최 이 말 같지도 않은, 거지 같은 말 말이오
그래서 말은 이만 줄이오

저승에서 이승으로 타전하는 말은
늘 눈가루처럼 부서지고 빗줄기처럼 흩어지오
자, 기대하시오
드디어, 마지막 말이오

슬픔을 조심하시오, 제발
---「오래된 편지」중에서

인류학적으로 고찰해도
모든 인류의 일생은 전면전이고
모든 인종의 일상은 국지전일 수밖에 없는
우울한 현재의 기분과 불길한 미래의 조짐을
게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맹수와 독충에게 굴복했듯
호모사피엔스 또한
맹수 같은 자본주의와 독충 같은 이기주의에게
사냥당하는 절대 취약계층의 가련한 신세를
최근, 유럽 어느 선진국의 동굴에서는
어떤 유인원들이 피눈물로 써 내려간
루시의 묵시록까지 발견됐다지 않은가

모든 인간은 모두 죽는다며,
그것도 아주 감쪽같이 깨끗하게
---「고고인류학개론 개정증보판」중에서

사회가 하도 위험해서
무척 조심하며 살았는데

설마설마하면서도 한시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가급적 행동은 삼가고
그저 공부나 하며
학자인 척 조용히 지냈는데

그래도 선진국 독일국민이라
나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이대로 무사히
잘 늙어 죽을 줄만 알았는데
새해 첫날부터 심근경색이라니

매우 위험한 후진사회 한국의 국민
최승자 시인의 한국식 말투를
좀 따라 하자면
이런 젠장
---「위험한 개인, 울리히벡 氏」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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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사람들은 이 시집에서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우리 시대의 어두운 모습들을 발견할 것이다. 또 그 화석에는 아주 섬세한 시간의 문양과 상처의 흔적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박기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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