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이 모나리자를 죽였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다빈치의 이 걸작을 순간 이동시키던 중에 발생한 태양 폭풍 탓이었다. 2019년 4월 15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전시회를 위해 그림을 로마에서 뉴욕으로 순간 이동시키던 중에 태양에서 분출된 거대한 플레어가 ‘코로나 질량 분출’이라고 하는 것을 지구와의 충돌 경로에 보냈다. (중략) 그 결정적인 순간, 진행 중이던 모든 스레드가 한꺼번에 흐트러져 버렸다. 페일세이프도 없었다. 백업도 없었다. 불운한 기술진 몇 명이 모나리자의 순간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바로 그 순간에 플라스마 구름이 로마를 강타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작품이 스캔되어 상공으로 사라진 후, 목적지에 나타나지 않았다. 원자로 된 줄들이 정렬되면서 수 세기나 된 이 걸작을 만들어내다가 갑자기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그림은 쓸모없는 회색 양자 거품으로 녹아버렸다.
솔터(salter)의 일은 다양한 인공 지능 엔진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여러분 시대에 솔팅은 뱃사공이나 운전기사, 교사처럼 멸종된 직업이겠지. 앱들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우리를 능가할 테니까. 솔터들은 AI 엔진이 이해할 수 없는 독자적인 퍼즐을 온종일 생각해낸다. 솔터의 수를 앱이 예상하지 못한 경우, 앱은 자신의 결정 알고리즘에 그 예상치 못한 무작위 로직을 추가하여 점점 똑똑해지고, 솔터는 대가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앱보다 똑똑해야 돈을 번다. 이 분야에서 솔터는 수락된 솔트의 질에 기초해 순위가 올라간다. 나는 인간성, 복잡성, 유머에 관한 반복 가능한 공식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고, 사상 최고의 솔터가 아닌 건 분명하지만, 전 세계 순위표에서 항상 상위 5퍼센트 안에 들었다.
몇몇 국가들의 경제가 붕괴되었고, 다국적 기업들이 이를 구제해준다는 빌미로 그들 국가에 개입했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마침내 ‘마지막 전쟁’이, 남아 있던 초강대국 정부들 대부분을 무너뜨렸다. 전쟁의 포연이 사라진 후에 남은 것은 초당파적이고 냉정할 정도로 효율적인 다국적 기업들이었다. 이들이 대부분의 정부 업무들을 인수하는 건 손쉬웠다. 선거, 사회 기반 시설, 입법 활동, 법 집행이 모두 민영화되었다. 그리고 IT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된 이후, 그들의 본사가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백악관, 크렘린, 중남해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었다.
그녀는 ‘순간 이동하게 될 모든 감각 있는 존재의 죽음’을 이유로 IT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은 하급심에서 오락가락한 끝에, 마침내 대법원으로 올라왔다. 법원 앞에 놓인 법적 문제들은 테세우스의 역설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제인 도우(JD 1)가 (출발지에 있는) A 순간 이동실 입구에 들어선다.
- 제인 도우(JD 2)가 (도착지에 있는) B 순간 이동실 출구로 순간 이동한다.
제인 도우(JD 2)는 제인 도우(JD 1)와 같은 사람인가?
(중략) 대법원은 분명한 반대 의견이 표시된 5대 4 판결로 IT의 승소를 확정했지만, 지각 있는 존재에 대한 순간 이동을 인정하면서도, 전체를 프린팅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범죄라는 경고를 부연했다. 일단 판결이 대중에게 전파되고 세계적인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자, 레반트와 게힌노미테만이 변함없는 순간 이동 반대자로 남았다.
“안녕, 구급차?” 대부분의 차량용 앱은 운전과 길 찾기 능력은 매우 우수하지만, 기본적인 문제 풀이에는 극도로 취약하다. 솔터가 자동차나 드론에 접속하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부리기는 식은 죽 먹기다. 보험사들은 절도범의 솔팅에 대항하는 도난 차량들이, 절도범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복구되기만을 기다리는 차량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고 추정했다.
“누구시죠?” 구급차가 날카롭게 물었다. “당신의 통신기가 등록되어 있지 않군요. 신원을 밝히십시오.”
이런, 까다로운 원칙주의자시군. 좋아. “보고가 올라와서 진단하러 왔어. 수동 작동 화면을 열어.”
“프로토콜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이봐, 당장 수동 모드를 열어. 아니면 바로 복구시켜버리겠어. 빌어먹을, 넌 구급차야. 사소한 고장에도 생사가 오갈 수 있어. 그러니 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펌웨어를 실행할 거야.”
보통 때는 앱을 위협하거나 모욕하지 않는다.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솔팅 기법의 일부는 앱의 목적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것이다. 앱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궁금해한다는 걸 안다면, 원하는 일을 앱에게 시키면서 이 일은 앱 자신의 프로그래밍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득하기가 훨씬 쉽다. 구급차는 기본적으로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때문에, 앱이 내 논리를 받아들이길 바랐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인공지능의 오류와 한계를 잡아내는 데 활용되는 독특한 대화 기술을 갖고 있다는 설정하에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이 해킹과 비슷한 효과를 갖는 일을 하지만, 그 과정과 진행을 구체적인 대화로 묘사할 수가 있었다. 이런 대화는 재담이기도 하고 농담이기도 해서 그 자체가 재미있는 데다가 그 과정이 말로 묘사되기 때문에 소설 속 문장으로 드러내기에도 좋다. 컴퓨터의 대화 방식 속에서 인공지능의 특징을 드러내는 미래적인 분위기도 물씬 드러났고, 무기도 장비도 없는 주인공이 맨손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꾀를 보여주기에도 그만이었다. 솔팅 이야기만을 중심으로 하는 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