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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나다

나무를 만나다

: 그 굳고 정한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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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84g | 148*200*20mm
ISBN13 9788950936396
ISBN10 8950936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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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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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야, 밥이야, 꽃이야? _골담초
뼈와 담에 좋은 약초라 불리지만 골담초는 풀이 아니라 나무다. 손닿는 높이로 자라는 키 작은 나무다. 잔가지가 변한 가시가 있어서 예로부터 담장 가까이에 울타리처럼 심어두고 약재로 썼다. 그러니 동네에 누가 아프다, 어디가 아프다 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그에 걸맞은 약효도 양껏 품지 않았을까 싶다. ---pp.16~19

가로수계의 팔방미인 _백합나무
가로수도 자격 요건이 있다. 주어진 기후와 땅에 잘 맞아야 하고, 잎이 커서 그늘을 주어야 하며, 줄기가 곧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고, 병충해
나 대기오염은 물론 열과 건조에도 강해야 하며, 가지치기를 견뎌낼 줄 알아야 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꽃이나 열매나 단풍이나 수형까지 아름다우면 더욱 좋다. 북미에서 들여온 백합나무는 가로수로서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에 우리나라의 길가에 많이 심어진다. 언제부턴가는 공원에서도 떡하니 한 자리씩 차지하기 시작했다. 백합나무가 지닌 아름다움이 공원수로서의 조건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p.96

장모 사랑 _사위질빵
옛날에는 노끈 대신 덩굴의 줄기로 짐을 묶어 나르곤 했다. 그것도 일이기에 노동이 되는지라 고생하는 사위가 안쓰러웠던 장모는 묘안을 내기에 이르렀다. 사위의 짐만큼은 줄기가 연약해 곧잘 끊어지는 덩굴로 묶게 했다. 그래서 짐을 지고 가다가 툭 끊어져버리면 다시 짐을 꾸리고 묶어야 했으니 번거롭기는 해도 그때가 되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었다. 사위에게 힘든 일을 덜 시키려는 장모님의 잔꾀는 그 연약한 줄기를 가진 덩굴나무를 찾는 일에서 시작된 셈이다. 그 덩굴나무를 사위가 짊어지는 질빵이라고 해서 사위질빵이라고 했다. ---p.103

진시황의 불로초 _시로미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위해 수많은 사신들이 목숨을 걸고 구해다 바친 불로초 중 하나가 바로 시로미라고 전해진다. 한라산의 높은 지대에 무리지어 자라는 키 작은 나무이다. 그런 시로미를 먹고 불로장생할 것 같으면 그것을 먹고 사는 노루들은 멸종위기 없이 한라산에 넘쳐났을 것이다. 자연의 이치란 그런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p.114

지배를 위한 인내 _서어나무
서어나무가 소나무를 몰아내고 최후 승자가 되는 이유는,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게 자라지만 햇빛 부족한 음지를 견디며 한해 한해 키를 높이다 보면 결국 숲은 서어나무의 지배하로 들어오게 된다. 그때부터는 서어나무가 기준이 된다. 숲의 나무들은 서어나무의 눈치를 보면서 서어나무에 맞춰 자신들의 성장 속도를 조절한다. 서어나무가 숲에 그늘을 드리우기 전에 키 작은 나무들은 서둘러 꽃잔치를 치르고 잎을 내어 태양빛을 향해 팔 벌린다. 서어나무는 그제야 느긋하게 잎을 만든다. 아무도 서어나무를 이길 순 없다. 그늘을 견디는 힘, 그것이 극상림의 지배자를 만든다. ---p.127

사랑을 부르는 향기 _자귀나무
자귀나무는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다. 자귀나무는 여러 개의 작은 잎이 새의 깃 모양으로 촘촘하게 달린다. 태양빛을 모으느라 낮에는 수평으로 펼쳐져 있던 잎이 밤이 되면 서서히 오므라들어 일렬로 겹쳐진다. 신경초라 불리는 미모사의 잎을 만졌을 때 오므라든 모습처럼 말이다. 그것을 수면운동이라고 한다. 밤새 불필요한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한 본연의 행위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밤만 되면 한몸이 되어 자는 나무로구나 하여 금실 좋은 부부에다 비유하게 되었다. ---p.135

겨울에 떨어지는 동심 한 알 _감나무
감을 따려고 주인 몰래 감나무에 올라갔다가 낭패를 보는 사람도 있다. 가지가 부러져 땅에 쿵 하고 떨어지기 십상이다. 감나무는 새가 집을 짓지 않을 정도로 가지가 연약한 편이다. 그래서 감의 7가지 좋은 점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감나무는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고, 그늘이 좋고, 오래 살고, 단풍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이 좋고, 잎이 커서 좋다고 한다. 감을 딸 때 가지째 꺾는 사람을 보고 나쁜 심보라며 손가락질하는 건 모르고서 하는 소리다. 감나무는 가지째 꺾어줘야 다음해에 더 많은 가지가 나오고 열매도 많이 달린다.
“얘, 저 감 따가라!”
목청 좋으신 외삼촌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귓가에 선하다. 그 밑에 가서 입을 아 벌리고 누워 떨어지는 동심 한 알 받아먹고 싶다. ---p.246

최후에 풀로 죽는 나무 _대나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나무는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20년에 한 번 꽃핀다고 알려져 있다. 비축해둔 에너지의 90퍼센트 이상을 한꺼번에 쏟은 대나무는 열매를 맺는 대로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그러니 대나무의 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p.157

자신을 위한 삶 _오동나무
예로부터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심는 즉시 죽죽 자라나는 게 보일 정도로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면서도 속이 뒤틀리지 않고 결이 고와서 가구를 만들기에 좋다. 그래서 여자아이가 자라 시집 갈 나이가 되면 그 오동나무를 베어서 장롱도 만들고 경대도 만들고 함도 만들어서 시집을 보냈다고 한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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