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아담한 학교가 있습니다.
신발장에는 학생들의 신발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고, 추운 겨울방학임에도 눈부신 햇빛은 도서관을 환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그 도서관 한 가운데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슬그머니 들어온 이방인에게 눈 돌릴 새도 없이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두 해 전, 제가 우리 학교에 처음 발을 디뎠던 그날의 모습입니다.
부임한 후 학생들이 매년 책을 발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책을 가까이하고 사랑하는 학생들이지만, ‘어떻게 모든 학생들이 책을 발간하지?’, ‘애들이 글쓰기를 즐겨하지 않을 텐데…….’하고 큰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해 동안 책 발간을 함께하면서‘아! 초등학생들도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이구나!’하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에게는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수업 마치면 학원 다니기에 바쁘고, 잠시라도 여유만 있으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학생이 많습니다. 과도한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팝콘브레인, ADHD 등 많은 병적인 증상도 유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동영상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 ‘꼬마작가 되기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에 따라 개인별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독서체험과 더불어 문화예술 체험, 생태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갈래에 따른 글쓰기를 실천하였습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이 생각납니다. 우리 반 학생들을 데리고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들어보고 나무, 풀, 꽃 등의 모습을 관찰한 후 시를 써 보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얼마나 다양한 글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주룩주룩’, ‘줄줄’, ‘도로록’ 등 정말 다양했으며, 젖은 양말을 교실에 쭉 펼치고선 양말들이 행진한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경험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에 열렸던 동화작가와의 만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작가 역시 학생들의 질문 하나하나 모두 세세히 답변해 주는가 하면, ‘작가’라는 직업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하며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었습니다. 이후 학생들은 ‘선생님, 엄마가 작가 선생님의 다른 책 또 사주신대요.’, ‘작가 선생님 또 오시면 안 되나요?’, ‘저 그 책 다시 읽어도 돼요?’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비록 일회성의 만남이었지만 학생들이 책에 풍~덩 빠지는 경험을 해 봤다는 점, 또 다른 책으로의 파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옥포초 학생들은 이러한 직·간접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이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 친구와 가족과 소통함으로써 ‘작가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느질 한 땀 한 땀으로 정성들여 옷을 만들 듯, 옥포 꼬마작가들은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소중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서툰 어휘, 짧은 문장들로 얼기설기 짜여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갔기 때문에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보다, 흥미위주 스마트폰 속 세상보다 더 재미있고 더 담백할 것입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우리 옥포초 꼬마작가들을 응원합니다.
지도교사 오지현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