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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말을 하는 곳

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저 /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2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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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34g | 140*210*15mm
ISBN13 9791196508401
ISBN10 1196508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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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눈속말’이라는 낯선 낱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눈속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종교의 형상인 경우엔 과학적으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신의 형상을 바라보며 기도라는 형식으로 속말을 꺼내 기원합니다. 그 빎은 간절한 말입니다. 그 말을 초월적 존재가 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겁니다. 그러기에 소통 여부를 떠나 그런 눈속말은 숭고합니다. --- p.49

최고의 사주팔자는 평범하고 무탈한 생활에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갈증에 잠깬 가수가 고등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을 응시하는 안목과 태도에 사주팔자의 해석이 있지 않을까요? 동서고금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여러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인류의 일생이 평화로웠던 때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가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닐 텝니다. --- p.23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나 봅니다. 쿠바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다큐멘터리 영화 [Buena Vista Social Club]의 멤버 중 최고령이었던(영화 제작 당시 92세) 꼼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는 그 다큐멘터리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된 후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꽃은 한번 핍니다. 그 꽃이 내게는 구십이 넘어서 피었을 뿐입니다.” --- p.42

선친의 차례에서 제가 몇 번 듣고서야 저는 고복수의 [짝사랑]이 선친의 애창곡임을 알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선친이 별세하신 지도 14년이 지났습니다. 지난가을, 저는 바깥 술자리를 마치고 한적한 밤길을 걸어 귀가하다가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며 목이 메었습니다. 당시 지금의 제 나이셨을 30여 년 전 아버지께서 바로 같은 대목에서 목이 메이시는지 더 이상 발성을 못하시던 오래전 그날 밤처럼 말입니다. --- p.79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도 있을까요? 있다면 그곳은 ‘외가’가 아닐까요? 우리가 출생하기까지의 고향은 어머니의 배 속이었고 갓난아이였을 땐 그 품속이었으니 우리의 첫 고향은 어머니일 것이고, 어머니의 고향은 ‘외가’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의 뿌리인 ‘외가’는 그리움의 진앙지일 텝니다. --- p.121~122

늦은 아침밥을 먹고 빈둥대다가 선선한 황토방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으면 뒷집 문식이네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시그널 뮤직이 낮은 담장을 넘어 외가 뒷마당으로 건너왔습니다. 문식이네 아주머니께서 일부러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으신 겁니다. 살림하는 본인이 마당이나 부엌에서도 들을 수 있게끔 볼륨을 최대로 높인 것이었겠지만, 생각해보면 라디오 한 대만으로 앞뒷집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게 아닐까 합니다. --- p.128

그러한 맛집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 위치가 외진 곳이어도 맛 자체에 이끌려 단골손님들이 기꺼이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비유하자면 맛집은 벌 나비가 아니라 꽃입니다. 멀리서도 손님들이 맛집의 향기를 맡고 부단히 찾아오니 말입니다. 그때, 손님은 시간과 거리를 보상받습니다. 손님의 입과 마음에 살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 p.134

왜 작가가 되었냐는 질문에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유한한 인생의 여정 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일 텝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끔 작가와 독자를 잇는 돌다리가 서점일 텝니다. 그러기에 서점은 세상만사가 빼곡히 모여 있는 또 다른 세계인 셈입니다. 그 세계에서 삶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은 독서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자만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p.172

그 시절에는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집전화를 받은 첫 수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면도 없이 인사를 나눌 일이 잦았기에 발신자와 수신자 간에는 사회적 예의를 주고받았습니다. 따라서 많은 공중전화 부스는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을 위한 인간관계의 교육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9시 뉴스가 진행 된 이후의 밤 시간에는 발신자의 예의는 더욱 깍듯해야 했습니다. 그 언어 예절의 교육비는 한 번에 몇십 원이었습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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