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11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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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0쪽 | 152*187*20mm |
ISBN13 | 9791196287825 |
ISBN10 | 1196287821 |
발행일 | 2018년 11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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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0쪽 | 152*187*20mm |
ISBN13 | 9791196287825 |
ISBN10 | 1196287821 |
아빠의 고향은 경상북도 상주였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해마다 두 번씩 있는 명절마다, 또 방학하면 철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시골로 향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서울 여자였는데,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던 터라 반복되는 시골행에도 크게 불편한 기색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오히려 내려갈 때마다 트렁크 가득 채워 오는 이런저런 먹거리에, 시골 다녀오고 나서 한동안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은퇴하신 할아버지와 그냥 더도 덜도 아닌 딱 시골 할머니인 두 어르신과 엄마는, 어린 내 눈에는 이미 가족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여러 명이 번거롭게 내려오는 것보다 당신 혼자 올라오시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할아버지께서 서울의 큰집으로 오셨다. 단출한 우리 친척은 큰아버지 가족과 우리 가족, 두 고모네 가족이 전부였는데, 가끔 한번씩 고모들 식구라도 오지 않으면 우리끼리, 두 식구와 할아버지만 모여 제사든, 명절이든 지내곤 했다. 명절에 큰집으로 가면 나와 내 동생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은 전이었다. 손이 많이 간다고 평소에 엄마가 잘 안 해주시던 음식이었는데, 식구들이 한번씩 모이는 날 큰집에서는 동그랑땡부터 생선전, 굴전, 육전, 산적꼬치까지 종류별 재료에 기름맛을 충분히 입혀 내어주시곤 했다. 전을 부치는 일은 항상 큰아버지 몫이었다. 생각해보면 전 부치던 큰아버지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언제부터였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그 풍경이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전을 부치시던 큰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가 이제 와서 궁금해지는건 아무래도 민사린과 무구영이 설과 추석을 보내는 그 각각의 마음을 봤기 때문일까. 특이할것까지야, 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집은 큰아버지가 전을 부쳐주셔.” 라고 이야기하면 신기해하던 눈들이 여럿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이제는 내가 속한 거의 모든 그룹에서 기혼자가 과반수 정도 되니, 그쯤 가까울 때 하는 모임에서는 며느리로서 명절 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어릴 적 명절 풍경은 더 생경하게 느껴진다. 식구가 많지 않으니 도울 수 있는 일은 서로 도와야 한다, 라는 어른들의 방침 때문이었다. 아이들 역시 각자의 나이에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했고, 그 대상에서 남자들도 제외되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결혼을 해서 남편 된 사람의 가족을 내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혹은 내가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나는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있을 것인가? 따지고 보면 그저 ‘어쩌다 보니’ 그런 집이어서 경험하지 못했던 부당함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큰 일이 있으니 그 중 나의 몫을 찾아 한다는 것이 나에겐 자연스러운 일이고, 거기엔 구성원 모두의 몫이 있다고 믿는데, 이것이 (단순히, 당연한) 자발적 노동의 형태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예감이 스친다면 예민한 걸까?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되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리고 오래지 않아 큰아버지도 돌아가신 후에 친척들은 이제 각자의 방식으로 없는 분들을 기린다. 우리 집은 차례나 성묘 등의 절차는 일체 생략,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는 미사만을 지낸 지도 십 년 쯤이다. 언젠가 추석 때, TV 에서 명절 스트레스에 관해 갑론을박하는 패널들을 보며 엄마에게 명절 스트레스 몰라서 좋겠다, 하니 왠걸. 나와 여동생이 한참 어렸을 때는 아들 바라시는 시어머니 눈치가 보여 시골만 가면 자동으로 부엌으로 가서 무작정 뭐라도 찾아 했단다. 천진하고 무지한 가해자가 되기는 이토록 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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