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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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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86g | 128*210*20mm
ISBN13 9791187413967
ISBN10 118741396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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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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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기원(起源)」

스윽, 커다란 손 스쳐간 아담의 옆구리
오장육부를 감싸안았던
핏물이 도는 따스한 재료였네

거칠거칠한 흙의 공정을 마친 사내가
깜박, 낮꿈 꾸는 사이
부끄러움이 생겨나기 전
외로움이 뭔지도 모르는 그때
분실된 눈부신 늑골 하나

높은음자리로 휘어지는 하프처럼
달의 눈썹으로 돌아오는 부메랑처럼
엄청 까다로운 재료였네

바람 소리 구름 냄새 별빛으로 덧입힌
실로 위대한 세공품이었네

본향 찾아가는 주름길 깊어
아슴푸레 영원으로 돌아가는
무릎으로 슬픈 연대기에 밑줄을 긋는
아흔의 어머니
늙지 않는 파릇한 영혼이 육신 밖을 내다보네

「달팽이와 나」

텃밭 상추잎에 따라온 달팽이
수돗물 세례 받고 빗장을 지르면
안으로 걸어 닫은 캄캄한 한 채의 집이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되레 놀란 나는
푸른 잎 쌈 싸 먹고 푸른 똥 누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성귀 식탁이 나를 부르는 사이
그는 안테나 내밀어 적진을 탐지하지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에게
쑥갓깻잎오이가지가 어찌하여
뼈가 되고 힘줄이 되는지요
쌀보리콩수수가 어찌하여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눈물의 기도가 되는지요

한 채의 집을 들어 올려 텃밭으로 가는 나는
느리고 답답한 채식주의자
푸른 잎 갉아먹고 더디 깨닫는
무른 달팽이보다 더 무른 나는

「멸치」

떼라는 말 속에 나는 있다
푸른 살빛과 날랜 지느러미로 바다를 경작한다
햇볕은 기립박수를 보내주고
우리가 출몰하면 상어보다 큰 덩치가 된다
길잡이나 지휘관도 없이 겁 없는 또록또록한 퍼즐이다
때때로 철새의 군무 소식에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그물에 걸리고 하늘의 동족은 카메라에 걸린다
내가 없으면 떼가 아니라고 우기다가 나를 잃을 뻔했다

떼라는 말 속에 나는 없다
최저임금의 은빛 유희를 꿈꾸는 먹이사슬의 최전선
출퇴근하는 지하도 입구처럼 고만고만하다
죽어서도 반짝이는 한통속
떼 지어 저울에 올라간다
오천 원짜리 국밥집, 자욱한 끼니와 개망초 무리는 비리다

민중이다
배후다
촛불이다
하나의 얼굴로 기억되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바다의 역사관에 빛나는
무서운 눈알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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