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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다시, 만나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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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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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00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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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40g | 125*185*20mm
ISBN13 9791186686362
ISBN10 11866863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가 여기 있다는 것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벌써 오래전에 끊겼다고 생각했던 인연의 끈이 아직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도.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정말 거짓말 같았다. 그를 마지막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더더욱 거짓말 같았다.
---「다시, 만나다」중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참 재미있네. 나리키요 씨와의 만남, 헤어짐, 다시 만남, 또 헤어짐. 그 일련의 과정을 대충 더듬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 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녹아드는 나리키요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다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만나다」중에서

싱크대 위에는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가 용기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반달 모양의 뿌리채소. 정체불명의 물체가 하나 들어왔을 뿐인데, 공간 전체에 수상한 안개가 자욱하게 고여 만물의 윤곽을 위태롭게 하는 것처럼 불안하다. 일상의 토대를 지키는 부엌. 그 중요한 요새가 위협당하고 있는 것처럼.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중에서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자신이 한발 물러나서 수습되는 일이라면 두말 않고 뒤로 물러났다. 참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오늘 밤만큼은 한발도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기요미의 절실한 마음의 소리였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중에서

아는지 모르겠네. 슬픔은 딱 잘라서 두 가지 유형이 있거든. 한 가지는 무겁게 마음에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유형.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모든 걸 몰아내서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유형. 무거운 슬픔은 거기에 금방 익숙해질 수도 있어. 사람이 그렇게 생겨먹었잖아. 시간을 들이며 그 무게를 견뎌낼 수 있게. 골치 아픈 건 텅 비는 쪽이야. 그 슬픔은 정말 인간을 갉아먹어. 덧나면 좋지 않은 일도 생기고. 아주 좋지 않은 일이.
---「마마」중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휘파람을 분다. 꽃을 사랑한다. 빗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당신은 음지와 양지가 절묘하게 얽힌 무민의 세계에서 엄마와 무민 마마를 잇는 유사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그 점에 만족하며 독서를 끝냈다. 그리고 당신의 관심이 무민 마마를 향하는 일은 다시 없었다.
---「마마」중에서

잊고 싶어 잊었는지, 충격으로 기억이 날아갔는지. 어느 쪽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날의 일을 나는 토막 난 단편으로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광고 스킵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처럼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기억이 건너뛰기를 한다.
---「매듭」중에서

그 사건이 마리에 선생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말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았던 거잖아. 패배의 아픔 따위는 그 자리에서 바로 극복했고, 어린 시절의 둘도 없는 소중한 경험으로 승화시켰잖아. 그 아픔을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 사람은 넘어진 당사자뿐이었던 거잖아.
---「매듭」중에서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본다. 눈과 눈으로 서로의 아침을 축복한다. 처음 만난 후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와 나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크게 말하면 들릴 거리에 있으면서도 굳이 말을 건네지 않았다. 눈빛으로만 말을 주고받았다. 때로 눈동자는 말보다 더 유려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은근하게 우리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 이상 바라는 것은 없었다. 둘 사이에 강의 너비보다 더 먼 거리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꼬리등」중에서

아무쪼록 당신은 살아남기를. 키예프라도 괜찮아. 누구와 같이 살든 상관없어. 안전한 곳에서, 후회 없는 인생을 끝까지 살아주길. 그리고 만약 다음 생에서 만날 수 있다면. 내 것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타인이라도 괜찮아. 오직 순수하게 당신의 행복을 빌 수 있는 나이기를. 아무쪼록, 부디, 아무쪼록.
---「꼬리등」중에서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 합판과 충돌하기 직전, 나의 의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그 한 가지 생각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만은 지켜야 한다. 나는 속으로 맹세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아무쪼록 교스케를 살려주십시오. 맹세하고는 신에게 그렇게 부탁도 했다. 신보다는 악마가 일회성 파워가 크다면, 이 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겨도 좋다고까지 생각했다.
---「파란 하늘」중에서

훨씬 더 짧은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나는 우리를 살리려는 아야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를 뛰어넘을 만큼, 합판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작열하는 본능적인 모성을.
---「파란 하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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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돌아보게 되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감동의 눈물’로 기억하는 나는 이 다시 만남이 더없이 반가웠다. 그리고 놓인 상황에 따라 극적으로 변모했지만 그 중심은 늘 한결 같았던 『다시, 만나다』의 편집자처럼,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사람과 일상과 사회를 향한 작가의 예리하면서도 따스한 눈길과 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김난주 (일본 문학 전문번역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나이는 물론 상황도 다르지만 개성 넘치는 세계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만남’의 대상이 생각보다 더 넓고 더 멀리까지 펼쳐져 다양한 형태의 ‘다시 만남’이 즐거웠습니다.

-『다시, 만나다』의 꼬리등 이야기는 숭고하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이끌린다.
- [아마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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