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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말로

크리스토퍼말로

: 정치, 종교 그리고 탈신비화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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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53*225*30mm
ISBN13 9788968176951
ISBN10 8968176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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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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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는 흔히 셰익스피어의 라이벌 작가로 여겨진다. 같은 해(1564년)에 태어나 같은 시기에 작품 활동을 했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극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당대 지배 계층과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작품을 쓰기 위해, 이들이 서로 경쟁했으리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단 6편의 극작품만을 남긴 말로가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았다면, 셰익스피어와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우리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당대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 사회에서는 말로의 작품들이 셰익스피어 작품들보다 더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말로의 초기 작품인 『탬벌레인 대왕』(Tamburlaine The Great Part I, II)과 『파우스투스 박사』(Doctor Faustus) 그리고 『몰타의 유대인』(The Jew of Malta)이 얻은 놀라운 인기는 많은 학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흔히 말로 작품의 인기 비결은 특유의 화려한 수사와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국적이고 충격적인 주제 등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처럼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큰 인기를 누렸던 말로의 작품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셰익스피어에 비해 대중적인 흥미와 주목에서 다소 멀어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반응은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말로의 수사적 기법이 현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장황하다든가,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욕망을 다루고 있다든가, 셰익스피어보다 작품 세계가 복합적이지 않고 단순하다든가, 요절하여 작품 세계가 폭넓지 못하다든가, 그의 사생활이 부도덕하게 여겨져 정치적,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말로의 작품이 다루는 내용과 주제가 현대인에게 상대적으로 큰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시대적인 특정 상황을 뛰어넘어 보편적 감동이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바로 이러한 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말로의 작품들은 말로 당대의 상황과 훨씬 더 깊게 연루되어 있다. 따라서 당대를 벗어나 말로의 작품들이 셰익스피어에 비해 저평가되어온 이유는 무엇보다 당대의 정치 종교적 특징이 너무 강하여, 보편성을 이끌어내는 데 셰익스피어만큼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연구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그 점이다. 사실 말로의 작품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보다 당대 영국 사회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여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영국 사회에서 정치와 종교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정치는 종교의 힘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했고, 종교 역시 정치적 힘을 등에 업고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폴 휫필드 화이트(Paul Whitfield White)의 지적처럼, 왕권신수설과 같은 절대왕권의 개념은 종교를 통해 얻어진 것이었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대로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히 종교적 죄만이 아니라, 국가의 법률에 위배되는 범죄로 여겨졌다(70). 그런데 흥미롭게도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은 종교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헨리 8세 이후로 영국국교회와 가톨릭이 대립해 왔으며, 이러한 구교와 신교의 갈등은 메리(Mary) 여왕 시절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충돌을 거쳐,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스리던 당대 영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당시 가톨릭교도임을 숨기고 겉으로만 국교도 행세를 하던 많은 영국인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정치적, 종교적 혼란으로 인해 영국 내부적으로 수많은 갈등과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말로가 당대 정권을 위해 일하는 정치적 스파이였다는 사실과 또한 가톨릭의 이중스파이였을 것이라는 추측은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종교적 성향의 의미를 더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말로의 작품 세계를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비교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발견된다. 첫째는 말로의 작품 중에 희극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의 낭만희극이나 벤 존슨의 풍자희극과 같은 희극작품을 말로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말로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않고 셰익스피어처럼 많은 작품을 쓸 시간이 있었다면, 희극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만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적 조화와 화합을 중시하거나, 남녀 간의 사랑, 풍자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희극에는 말로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전통적인 비극 정신을 중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의 작품 중에는 개인의 성공과 파멸을 다루고 있는 경우들이 있지만, 이들을 전통적인 비극 장르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말로의 관심은 장르보다는 ‘정치와 종교’라는 특정 주제로 집약된다. 『에드워드 2세』(Edward II)를 포함해서 『탬벌레인 대왕』과 『파리의 대학살』(The Massacre at Paris)은 거의 권력욕과 권력 갈등을 주제로 삼는 정치역사극에 가깝다. 『파우스투스 박사』와 『몰타의 유대인』은 종교의 문제가 작품의 중심에 있다.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Dido, Queen of Carthage)은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역시 정치의 문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말로는 당대 영국 사회의 정치, 종교적 상황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말로의 등장인물들과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들을 비교해 볼 때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차이점은 등장인물의 변화이다. 말로의 등장인물들은 극 초반에 보여주는 성품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자신의 기질과 욕망을 유지한 채 결말을 맞이하는 반면, 셰익스피어의 등장인물 중에는 전혀 다른 성품의 인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셀로(Othello), 리어왕(king Lear)과 같은 비극적 인물들, 『헨리 4세』(Henry IV)의 할(Hall) 왕자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의 캐서리나(Katherina)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오셀로는 고귀한 성품의 무어인 장군에서 잔인한 살인자로, 리어왕은 거만하고 어리석은 왕에서 겸손하고 현명한 노인으로, 할 왕자는 부랑배에서 이상적인 왕으로 그리고 캐서리나는 말괄량이에서 정숙한 아내로 변모한다. 하지만 말로의 탬벌레인(Tamburlaine), 파우스투스(Faustus), 바라바스(Barabas), 디도(Dido), 에드워드 2세(Edward II) 등의 중심인물들은 극의 결말에서 죽음과 파멸을 겪는 순간까지도 성품의 변화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Danson 221). 셰익스피어는 등장인물의 변화과정과 변화된 모습을 통해 인간과 삶의 본질과 교훈을 전달하려 한 반면, 말로는 등장인물의 특정 행위나 정치, 종교적 태도가 초래하는 결과, 불행과 파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셰익스피어가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인간 군상들의 모습과 변화들을 그려낸 반면, 말로는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묘사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말로의 목적의식은 무엇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로렌스 댄슨(Lawrence Danson)은 말로의 인물들이 셰익스피어의 인물들보다도 더 사실적인 인물들이라고 주장한다(222).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의 기호에 맞춰 인물들의 성품을 변모시키지만, 말로의 등장인물들은 “비극적 용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죽음과 파멸로 이끄는 이러한 고집스러운 성품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규정하는 전통적인 비극의 주인공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하마티아(비극적 결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로의 경우는 이것을 단순한 사실적 비극성의 표현으로만 설명하기 힘들다. 말로의 인물들은 많은 비평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르네상스 당대 영국 사회의 다양한 현실적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욕망은 르네상스 사회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욕망에 해당하지만, 중세 시대에 억압되었던 욕망이 르네상스 시대에 강렬하게 분출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삶과 파멸의 과정은 당대 사회가 지니고 있던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절대화하는 지배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탈신비화하는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에밀리 바텔스(Emily Bartels)의 지적처럼 말로의 주인공들이 모두 이방인이거나 타자라는 사실이다(3-5). 탬벌레인은 스키타이의 야만인이고, 바라바스는 유대인, 파우스투스는 독일의 하층민, 디도는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 지역의 여왕 그리고 『파리의 대학살』의 주인공 기즈(Guise)는 프랑스의 가톨릭교도이다. 유일한 사극인 『에드워드 2세』의 주인공 에드워드는 영국의 왕이지만, 기독교 교리가 금하는 동성애에 빠진 타락한 무능한 인물로 묘사된다. 따라서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던 당대 영국 사회에서 말로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관객에게 적대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보여주는 어떤 야만적 행위나 신성 모독적 언행은 그들의 타자적 정체성으로 인해 극단적 일탈을 가능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파멸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사실 이들의 극단적 모습은 이방인이 얼마나 어리석고, 야만적이며, 잔인하고, 사악한지 드러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영국 관객들은 이들에게 적대감과 혐오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말로의 타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욕망이나 일탈 행위들이 당대 영국인들이 열렬히 욕망하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말로의 탈신비화 전략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말로의 작품들은 전통적으로 『탬벌레인 대왕』, 『몰타의 유대인』, 『파우스투스 박사』를 중심으로 “권력”, “부”, “지식”이라는 르네상스의 무한한 욕망을 추구하다가 결국 인간적 한계 때문에 추락하는 이카로스(Icarus)와 같은 비극적 인간 유형을 묘사하는 작품들로 평가되어 왔지만(Levin 42-3), 전형적인 비극의 형태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다. 스키타이의 야만인과 유대인 그리고 악마와 거래하는 독일인의 파멸이 숭고한 깨달음을 불러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르네상스 당대를 지배했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시학』(Poetics)에 기초한 고전 희랍의 비극론을 비롯하여 도덕 정신에 기초한 중세적 비극관에서도 비극의 주인공은 우선 신분이나 지위가 높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로 정의된다. 그런데 말로의 주인공들은 태생부터 비극적 영웅으로서의 위엄을 지니기에는 한계를 안고 있는, 당대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이방인들이다. 말로가 이들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당대의 극장 전통이나 질서를 위반하는 의미를 갖는다. 말로가 대학생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쓴 최초 작품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과 죽기 직전에 쓴 두 작품, 『에드워드 2세』, 『파리의 대학살』까지 고려한다면, 말로의 타자 주인공들은 낯선 세계와 낯선 인물들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일탈적 욕망으로 당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이러한 낯설고 이질적인 주인공들을 이용하여 당대의 기존 질서나 가치를 위반하고 저항하는 정치의식을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극적 기반을 확보한다.

말로는 이방인 타자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에게 극단적인 욕망과 영웅적 면모를 부여함으로써 당대 사회가 지니고 있던 주체와 타자에 대한 신화를 탈신비화시킨다. 사실 말로 당대 영국 사회에서는 이방인 타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영국과 유럽인은 이방인과는 다르다는 우월의식에서 기인하였으며, 이러한 우월의식의 바탕에는 종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슬람교나 유대교를 믿거나 무신론자인 이방인에 대한 반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가톨릭과 신교의 갈등이 첨예했던 말로 당대 영국 사회에서 신교도에게는 가톨릭교도도 종교적 타자이고 이방인이었다(Woods 223). 기독교도에게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가 악마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 것처럼, 신교도에게 가톨릭교도는 악마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그녀를 통해 신교도 정권을 세운 지배 권력층의 입장에서는 여왕을 몰아내고 가톨릭 왕을 옹립하려 하는 가톨릭교도들을 악마로 신비화하는 것은 당연한 정치적 전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말로 작품의 타자 주인공들은 이러한 당대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재현하면서도, 그러한 편견을 넘어서서 타자의 신화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인물들이다. 말로는 이방인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표면적으로는 그들에 대한 편견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 욕망에 관객들을 동참시킴으로써 기존 관념을 전복시키는 극적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말로 당대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다. 기독교는 가톨릭과 신교로 나뉘어 있었고, 신교 또한 국교회와 청교도로 나뉘어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상업, 외국과의 무역의 발달로 인해 이슬람 상인들이나 유대인 상인들과의 접촉이 활발해졌으며, 아프리카와 같은 새로운 대륙 원주민들과의 만남도 늘어나 그들의 이교도 의식도 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말로의 작품들은 이러한 당대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종교적, 사회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탬벌레인 대왕』은 종교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신의 분노와 응징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신에게 대적하는 모순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파우스투스 박사』는 성경을 무시하고 무신론자가 되기로 결정하는 신교도 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몰타의 유대인』은 유대교도, 가톨릭교도, 이슬람교도가 모두 하나같이 위선적이고 물질적 탐욕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워드 2세』는 중세 시대 영국의 왕과 귀족들 간의 정치적 갈등을 통해 왕권의 절대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파리의 대학살』은 당대 프랑스에서 가톨릭교도들이 행한 대학살의 정치적 의미를 다룬다. 그런가 하면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은 이교도 신화 속 영웅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당대 영국 사회의 정치적 욕망을 반영한다. 이처럼 다양한 종교적, 정치적 상황을 다루면서 말로는 결코 어느 특정 종교나 정치이데올로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등장인물들이 욕망성취를 위해 이용하는 종교 자체의 의미를 의심스럽게 만들고 와해시킨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크리스토퍼 말로의 생애와 죽음은 영국 르네상스 문학사에서 하나의 신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생전에 무신론자, 동성애자, 신성모독자로 여겨졌으며, 그의 죽음은 비도덕적이고 음탕한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규정되어 왔다. 술집에서 술값 때문에 일어난 단순한 다툼으로 인한 우발적인 죽음이 아니라, 거만하고 음탕한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정죄의 결과라는 수많은 당대의 기록들은 무신론과 동성애 그리고 극장에 대한 경고를 목적으로 말로의 생애와 죽음을 신비화시켰다. 하지만 말로에 관한 이러한 종교적 신화를 해체시키는 다른 시각들이 있다. 특히 말로가 당대 지배세력의 정치적 음모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커티스 브라이트(Curtis C. Breight)는 말로가 엘리자베스 여왕 당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추밀원(Privy Council)의 정치적 스파이이면서, 동시에 당시에 핍박받고 추방당한 가톨릭 세력의 이중 스파이였다고 주장한다(129). 말로는 그의 미심쩍은 행적과 작품 세계에 드러난 정치적 요소로 인해 이중 스파이로서의 정체를 의심받아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세 아래에서 최고 권력자였던 세실(Cecil)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되어 암살을 당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옳다면, 말로의 죽음은 소위 엘리자베스 튜더 시대의 절대적 정치 신화를 훼손시킨 대가이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은 그 신화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또 다른 신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처럼 정치신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화가 된 말로의 삶을 좀 더 상세히 조명해보고, 그의 짧은 생애 동안 쓰인 6편의 극작품에 나타난 정치적 종교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탈신비화 양상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탈신비화라는 용어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통치하던 당대 영국에서 지배 세력이 신화적 절대성을 부여하였던 정치적, 종교적 지배 이데올로기를 훼손하거나 회의적으로 만들고, 그 허구성을 드러내는 극적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말로는 철학자, 신학자, 정치가도 아니고, 극작품을 써 무대 위에 올리는 극작가였다. 따라서 중요한 평가의 대상은 그의 신학이론이나 정치이론이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 나타난 정치적, 종교적 성향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말로의 작품들이 독자나 관객들에게 당대의 지배종교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하거나, 절대적 이념의 권위를 훼손하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로는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서 종교가 세속적 욕망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되는 장면들을 자주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들은 종교 자체와 종교를 바탕으로 내세우는 가치의 신성함을 의심케 하며,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에서 절대적 의미를 갖는 이념이나 전통에 대한 조롱과 냉소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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