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 중국에서 한자의 차이
일본에서 ‘편지’라는 의미의 단어인 ‘手紙(수지)’는 중국에서는 ‘화장실 휴지’라는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무심코 쓰면 오해받기 쉽다. 한국에서는 한자로 ‘便紙(편지)’라고 쓰는데, 역시 중국인이 보면 화장실 휴지로 착각해 버린다. 일찍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철학적이며 심연(深淵)한 이야기까지 필담이 가능했던 것은 한문 지식과 그에 관한 교양이 서로에게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어에서 편지는 ‘信(신)’이라 쓰는데 일본어에서도 ‘私信’ ‘信書’ 등과 같이 쓰기 때문에, ‘信’이라는 말을 한참 듣다 보면 알겠지만 단독이라면 신용(信用)에 대한 것 등으로 생각해 버리기 쉽다. (18쪽)
봄의 햇살과 여름의 햇살도 구분하는 한자표기
일본인들이 자연의 상태와 현상에 대하여 섬세하게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안에서도 한자를 세세하게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장마가 개자마자 여름 태양은 눈부시게 빛난다. ‘ひざし(햇볕)’의 뒷부분의 동사형인 ‘さす’는 상용한자표에서 ‘指す’ ‘刺す’ ‘差す’ 등이 인정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어사전이 ‘日差し’만을 싣고 있으며, 신문 등도 그렇게 표기한다. 문학부의 어떤 여학생이 ‘ひざし’는 봄에는 ‘陽差し’, 여름에는 ‘日射し’처럼 계절마다 와 닿는 표현이 있다고 했다. (32쪽)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자는?
일본인에게 ‘좋아하는 한자는?’이라고 물어보면 대개 바로 답이 돌아온다. 특히 ‘愛’ ‘誠’ ‘道’ 등이 상위에 속한다. 새해 1월에는 올 한 해 목표를 정하고 붓으로 가키하지메(書き初め)를 하고 이를 벽에 붙여 결의를 다지는 일종의 의식이 남아 있다. 이때도 한자 한 글자나 사자숙어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응축된 의미와 네모진 글자에서 감도는 제대로 되고 또 힘차게 느껴지는 이미지가 선호된다. 연말에는 복잡한 일 년 동안의 세상을 ‘金’ ‘絆’ ‘毒’ ‘輪’처럼 한 글자의 한자로 표현하는 ‘今年の漢字(올해의 한자)’를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에서 선정하며 풍물시(風物詩)처럼 보도하곤 한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타이완, 동남아시아, 한국에서도 이처럼 한자가 선정된다고 하던데, 일본처럼 일반인들의 추첨에 의한 것은 아닌 듯하다. (63쪽)
일본 - 倭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일본열도에 사는 사람들을 ‘와(倭わ)’라고 칭한 것은 『한서(漢書)』 「지리지(地理志)」의 ‘倭人’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또 『삼해경(三海?)』 등의 고서에 기재된 ‘倭’의 기술과 동일시하는 견해도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인들은 일본열도에 사는 사람들을 ‘倭’라고 했다. 이를 고유일본어의 일인칭 ‘わ(我, 와)’에서 왔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석일본기(?日本紀)』 등]. 한편으로 키가 작은 사람 또는 유순하다는 의미에서 이 한자가 대응된 것이라고도 하는데, 정확치는 않으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윽고 일본열도에 사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가리킬 때 한자로 ‘倭’를
사용하게 되었다. (87쪽)
사쿠라는 언제부터 사쿠라인가
사쿠라(サクラ, 벚꽃)는 나라시대 때부터 와카(和歌)에 나오며, 왕조(王朝)시대가 된 이래 시가(詩歌)에 많이 사용되었다. 헤이안 시대에는 꽃이라 하면 サクラ를 가리켰다. 사전에서도 ‘櫻(앵두 앵)’이라는 한자를 여기에 대응시켰다. 이 한자는 중국에서 나무목변(木偏)에 갓난아이·영아(??·えいじ)의 영[?, 벚나무 열매가 瓔珠(たまかざり)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을 합쳐 만든 형성문자로, 과수(果樹) 앵두나무(?桃)나 중국 종 양앵두를 가리킨다. 품종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글자의 ‘さくら’는 일본의 국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지금은 일본과 같은 품종을 가리킨다. 일본의 국훈을 역수입 한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다. (117쪽)
일본 한자문화의 특징 훈독, 국훈, 고쿠지
일본은 한자를 받아들인 이래 이를 습득하고 학습하여 (중략) 일본어를 기록하고 다시 훈독(訓?み)·국훈(?訓)·고쿠지(?字)를 새로이 만들었다. 전래된 한자의 자종(字種)이나 음훈(音訓)이 부족하거나 납득되지 않으면 이와 같이 추가하거나 숙자훈(熟字訓)을 새로이 만들어 냈다. 일본은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에서 사용한 국호인 ‘倭’를 일본 독자의 한자음과 스스로 선호하는 자의(字義)를 지닌 ‘和’로 바꾸었다. 그 결과 ‘和’는 야마토(ヤマト)라는 국훈을 겸비하여, 즉 변용(?容)이 되어 쓰였다. 다시 의미를 고려하여 ‘日本’이라는 새로운 국호를 제정하였다. 이처럼 새로이 한자를 표기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 정치적, 문화적으로 독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128쪽)
일본 신문에서 자주 사용되는 한자어?
일본에서 신문이라고 하면 지금도 어려운 한자가 많이 사용된다는 이미지가 있다. 가로쓰기 원칙을 유지하는 것도 국어 교과서나 여러 국어사전의 이미지와 합치된다. 딱딱한 표현이 어느 정도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읽기 쉽게 하기 위해 한자를 사용하는 상황도 꽤 바뀌었다.전국지(全?紙)에서 자주 사용되는 한자를 상위 10위까지 알아보도록 하자. 《요미우리신문(??新聞)》23의 경우 다음과 같다(文化?文化部?語課 『漢字使用頻度?調査』 2, 2000). = 日 一 大 年 人 十 ? 二 中 市 (154쪽)
계란은 卵? 玉子?
‘たまご(계란)’은 한자로 어떻게 쓸까? 낳은 지 얼마 안 된 계란은 대개 ‘卵’이라 쓴다. 날계란을 얹은 밥도 보통 ‘卵かけごはん’이라 쓴다. 그러나 계란말이는 ‘玉子?き’ 또 계란덮밥처럼 조리가 되면 ‘玉子?’처럼 ‘玉子’와 같이 표기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에서 ‘たまご’는 한자로 ‘卵’이라 쓴다고 배운다. NHK 자막(telop)에서는 지금도 ‘卵’으로만 쓴다. 그러나 생생함이 느껴져 생물의 알(タマゴ)을 떠올리기 쉽다. 이 상형(象形)문자의 형태가 개구리 알로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계란은 영양이 풍부하여 요리에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식재료인데, 예로부터 표기에 따라 이미지가 향상되었다. (157-158쪽)
작가마다 한자를 쓰는 취향이 나타난다
작가마다 한자를 선택할 때 각자 취향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열심히’를 ‘一生懸命’과 같이 쓰는 데 반해, 작가 모리 오가이(森?外, 1862~1922)는 ‘一しよ(ょ)う懸命’처럼 한자와 가나를 섞어서 썼다. 이는 ‘一所懸命’에서 유래하는 말이라는 것을 나타내면서, 이미 ‘토지[所]’에 목숨[命]을 건다(懸ける)는 의미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生’이라고 하기도 이상하다는 인식을 가나 표기를 통해 나타내려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83쪽)
일본의 지명에 자주 쓰이는 한자는?
현재 총 60만여 건의 지명 중 자주 사용되는 한자를 상위부터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字 町 市 郡 大 田 島 山 川 目 北” 3위 ‘町(정)’은 7획밖에 안 되지만 이 중에서는 획수가 많은 편이다. 총무성(總務省)에 따르면 이 글자가 성명과 주소를 담은 주민기본대장(住民基本台帳)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자로 알려져 있는데, 지명에서 읽는 법이 훈독 마치(マチ)인지 음독 초(チョウ)인지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개별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간단한 글자지만 타지 사람이 지명으로서 정확하게 읽기가 쉽지 않다. (205쪽)
일본인의 성씨에 등장하는 한자 빈도
일본에는 1억 2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다. (중략) 그러나 국가에서 통계를 잡고 있지 않아 성씨에 따른 인구가 명확치 않으며 또 어떤 성씨가 많은지도 확실치 않다. (중략) 근래 조사를 통해 밝혀진 상위 성씨는 다음과 같다; “1위: 佐藤(さとう·사토) 2위: 鈴木(すずき·스즈키) 3위: 高橋(たかはし·다카하시)” (216-217쪽) (중략)
성씨에 많이 쓰이는 한자는 다음과 같다; “田(4,641,468) 藤 (2,255,121) 山 (2,194,126) 이어서 ‘野’ ‘川’ ‘本’ ‘村’ ‘井’ ‘中’ ‘木’ ‘小’ ‘原’도 백만 건을 넘었다. 일본인 7명 중 1명은 성씨에 ‘田’이 포함되어 있는 셈이 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