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때마다 생각한다. 영화는 여행이라고.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보는 이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명화란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는 여행의 종착역. 방문한 곳곳을, 만난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회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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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난 그 사람의 그런 점이 좋아요. 약간 사기꾼 같기는 하지만 호탕하잖아요. 요즘 세상에 그런, 기분 좋을 만큼 무책임한 사람은 보기 드물거든요. 어지간한 일로는 기죽지 않아요. 그 사람의 고집스러운 삶을 보면 아무리 적자가 나도 이 세상에 영화가 있는 한 우리 극장 역시 계속 존재할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키네마의 신께서도 못 본 체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죠.”
--- p.038
하지만 소생, 이 메모를 본 순간 마음속에 가득했던 암운이 걷히는 듯했습니다. 딸에게는 분명히 뭔가 영화에 도움이 되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땀 흘리는 역할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138
아버지를 누군가가 칭찬한 것은 처음이었다. 어머니와 나를 고생시키는 아버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아버지. 갑자기 사라져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였는데도 사라지면,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싶어 늘 눈물이 나왔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그랬다.
--- p.160
이 작품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감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즉, 이런 것은 별것 아니다, 또다시 할 수 있다, 혹은 또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일이 사실은 인생을 좌우하는 큰 일이 된다고 말입니다. (…) 그래서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성을 쏟는 게 좋습니다. 소생, 이 작품을 다시 보면서 한 가지 배웠습니다. 인생은, 매순간,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고.
--- p.168
우리의 매일은 이렇게,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점차 봄으로 향해 가는 계절과 나란히 보조를 맞추듯이.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