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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못갖춘마디

기억의 못갖춘마디

문예중앙 시선-01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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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56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3225
ISBN10 892780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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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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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슬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연락이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서로 멀리 있었다

전화 저쪽에서 그녀는 오래 울었다
이쪽에서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창문 밖에서 귓바퀴를 쫑긋 세운 나뭇잎들이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뭇잎은 나뭇잎끼리 참 내밀해 보였다
저렇게 귀 기울인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과 강물과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그녀의 울음과 내 침묵 사이로도
바람과 강물과 세월은 또 흘러갈 것이었다


그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 p.20~21


불 꺼진 창

마음에 불 꺼진 창이 있었다
나는 늘 밖에서 어둡게 서성거렸다
그리고 누군가
내 안에서 불 끄고 우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연애는 언제나 깜깜했으나
돌이켜보면 그래서 결국 환했다

나를 서성거리게 할
누군가를 내 안에 남겨둔다는 것
그것을 알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을 뿐
그동안 아프게 늙었을 뿐
언제라도 만나고 싶어 간절했으나
막상 창을 열고 불을 켜면
텅 비어 있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불 꺼진 창이 켜놓은 연애가 환하려면
불 꺼진 창을 불 꺼진 창으로 남겨둘 것
밖에서 오래오래 서성거릴 것
열지 말 것

마음에 불 꺼진 창이 있었다

--- 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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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 나나 “불량의 시절”을 지나왔다. 그가 노래한 대로 “추워서 뜨거웠고 어두워서 환했던 기억”이다. 불량은 곧 모순으로 들린다. 모순을 덩어리째 삼키며 묵묵히 그나 나나 살아온 것 같다. 그는 “늘 도망치며 살았다는 생각”을 한다거나, “사람을 피해 떠돌았다는 생각”을 한다는데, 왜 나까지 이 구절을 읽으며 가슴이 짠해지는지…….
학교 도서관에서 미처 금서로 분류해놓지 못했던 『자본론』 독일어 원서를 빌린 친구는 그 길로 잽싸게 지하로 사라졌다. 학교에 남은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어느 쪽에 서건, 시인은 현실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라 여겼다. 『자본론』과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이렇게 회고하듯 옛 친구를 찾는 버릇은 좋지 않다. 해야 할 일, 써야 할 시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천명(知天命)은 그렇게 말한 이에게나 해당될 뿐이다. “청춘은 가고 연애는 끝나도/별은 떠서 세상이 우주라는 것을/결국은 한통속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그의 이 노래는 절창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수취인 불명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 생길지라도 말이다. 이것은 단순히 회한(悔恨)이 아니다. “따뜻한 이불은/원래 좀 무겁기도 하다는 것”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 『자본론』 원서를 들고 튄 나의 친구는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마지막에 그가 노래한 대로, 점점 멀어지는 빅뱅 속의 우주처럼,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다만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겠다. 오래 침묵하며 오래 모순 덩어리를 그냥 안고 살아온 덜떨어진 이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이 시집 속에서 헤아려주는, 외로워도 울지 않는 길을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고운기(시인)
“건강한 슬픔”의 맞은편 마음 밑자리는 고요히 아프고, 한숨을 푹푹 쉬는 “일요일의 다리미”는 우릴 웃기다 울린다. “빅뱅”의 자식들은 멀어져갈 운명이니 “지금 당장 이웃을 사귀어야” 한다는 엄살은 기꺼운 몸살 같다. 젖었지만 여민 목소리로, 그의 시편들은 우리 삶이 웃음과 울음 사이를 오가는 건널 만한 ‘한 백 년’이라고 귀띔해주는 것 같다. 그는 전에 쓸쓸하고 다정하게 말했으나 이제 다정하고 쓸쓸하게 말한다. 깊어졌는데, 밝아졌다. 솟아난 말과 빚은 말을 한데 엮고 일상을 모아 인생을 쓰는데, 한 자리를 오래 천착해 얻은 작은 발견들은 반전의 의외성에 거두어져 홀연 흡족한 완결에 이르는 것 같다. 부분을 정성으로 매만진 사람은 저도 몰래 전체를 돌보게 되는 것인가. 그래서 이 책에선 버릴 말을 찾기가 어렵다. 한 권의 시집은 한 편의 시 같고, 한 편들은 어쩌면 격렬한 정신의 ‘헬스’를 거친 한 줄들 같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는, 강산이 변하도록, 얼마나 많은 말들을 품었다가는 내려놓아야 했을까.
이영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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