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 한 편으로 수억 명의 가슴을 올릴 수 있는 것. 문화의 힘이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울리고, 삶에 자부심을 느끼고, 현실을 깨닫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려는 모든 것이 문화가 주는 공감이다. 그래서 좋은 문화는 인간을 먼저 생각한다. --- 「문화는 ‘사람’이다」 중에서
그 아버지들은 위대한 신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다. 아버지에게만큼은 영웅이란 허울을 씌우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나’를 속이고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소설로 만나는 ‘아버지’」 중에서
꼭 시와 그림이 아니어도 좋다. 따스한 봄 햇살 받으며, 달빛 밟으며 꽃향기 맡으면, 그리고 꽃과 함께 사진 한 장 남기면 그것이 축제이고, 문화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나의 삶과 기억 속에 들어오지 않으면 지나가는 풍경이 된다. 풍경을 문화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다. --- 「꽃 사람이 있어 문화다」 중에서
말만 다를 뿐, 지난 20년 동안 정부가 내세운 문화정책은 비슷비슷하다. 어떤 문화여야 하고,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숨 쉬는 문화라고 다르지 않다. 의지와 정책만으로 문화가 숨을 쉬지는 않는다. 문화에 숨결을 불어넣고, 살찌우는 것은 사람이다. --- 「‘숨 쉬는’ 문화」 중에서
할아버지가 거닐었고, 아버지가 지나갔으며, 지금의 내가 만나고 있는 숲과 나무, 사라진 것 같지만 새로운 발명품 한 구석에 흔적이 남아있는 전통기술에도 시간과 기억은 있을 것이다. --- 「박물관, 살아있습니까?」 중에서
독립책방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잊고 지낸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책의 향기’이다. --- 「독립책방, ‘책의 향기’를 살리다」 중에서
젊은이들도 이따금 '희망가'를 부른다. 우리에게 희망은 악착같이 집착하고 누림으로써 채울 수도 있지만, 스스로 낮추고 버림으로써 채울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 「‘희망가’는 묻는다」 중에서
글쓰기가 나와 나의 삶, 나의 문화가 되려면, 무엇보다 각자의 시간과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의 시간에도 귀 기울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마음이 ‘글과 책이 있는 삶’, ‘글쓰기의 행복’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 「글쓰기, ‘나’를 사랑하는 일」 중에서
사회가 고령화, 개인화, 파편화 될수록 사람들은 작지만 친숙한 것들을 원한다. 작은 것들이 여기저기서 숨을 쉬어야 편하고 여유롭다. 그런데 우리는 역주행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도 ‘가까우면서 작은 것’들의 의미와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동네 곳곳에 작은 우체국, 작은 식당, 작은 것은 작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 「작지만 소중한 것들」
길은 역사다. 길은 문화다. 그리고 길은 인생이다. 길은 인간이 만든다. 누군가 지나가고, 또 지나가야만 길은 생긴다. 종이책이 그렇듯 걷는 길은 우리에게 자유와 사유를 준다. 느림, 멀리돌아가는 여유가 주는 내면의 성찰과 사색, 자연과의 대화. 그래서 걷기는 또 다른 독서라고 했다. --- 「길, 인생을 걷다」 중에서
별빛의 창덕궁 뒤뜰을 거닐면서 잠 못 이룬 수많은 조선 왕비들의 고뇌와 눈물을 만날 수도 있다. 그들이 속삭이는 인간적 고백에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다. --- 「궁·능. 시간으로의 여행」
‘광장’은 소통과 나눔의 열린 공간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소통과 공동체의식을 확인했으며, 축제를 만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시작한 응원이 문화가 됐다. 문화가 별건가. 사람들이 있고 그들 모두가 기꺼이 즐기는 놀이와 느낌이 있으면 문화다. --- 「웅원, 문화다」 중에서
‘느림’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느림은 게으름의 다른 표현이며, 그 때문에 가난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면 손들게 돼. 하지만 아무 일도 안 하면 돌아버린다고”라고 말하기도 한다. 앞만 보고 빨리 달려야 하는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느림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만 ‘다른 길’일 뿐이다. 그 길을 걸으면 시간의 길이와 가치도 달라질 수 있고, 그 위에서는 불행도 천천히 온다.
---「느림의 가치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