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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칼리 저 / 최정수 | 열림원 | 2018년 12월 1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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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14g | 130*189*20mm
ISBN13 9791188047765
ISBN10 118804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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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우리집 문가에 도착했어요. 아빠가 사람들을 포옹하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덧붙여 말했죠. “이제 혼자 있고 싶네.” 아빠의 가족인 우리와 함께.
나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들은 내 시선을, 슬퍼하는 어린아이의 눈길을 피했어요. 상처 입은 여섯 살 소년의 눈길을요. --- p.19~20

우리가 각자 홀로 있은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몸을 찰싹 붙였어요. 그 자세 그대로 엄마 아빠의 커다란 침대에 풀썩 쓰러졌어요. 남은 가족들이 서로 얼싸안았어요. 슬픔 한 다발이 엄마 아빠의 커다란 침대 위에 던져진 거예요. --- p.20~21

너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어. 그런 행복을 우리에게 허락해준 삶에 고마워하며 눈물 흘리고 싶었어. 더도 덜도 말고. 그래, 가을의 흔적 속에서 조용히, 천천히 눈물을 흘리고 싶었어. 우리를 기다리는 긴 삶, 아름다운 삶, 새로운 삶 앞에서 오랫동안 눈물 흘리고 싶었어. 물론 우린 아직 어린아이들이지. 우리의 배腹는 그 대홍수를 담아내기엔 너무 좁아. --- p.73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알아요.
오직 아이들만 멀리서 우리를 태워버리려고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오는 사랑을 감지해요.
오직 아이들만 사랑이 떠나갈 때 외로움의 깊은 절망을 끌어안아요.
오직 아이들만 죽을 만큼 사랑해요.
오직 아이들만 숨쉴 때마다 온 마음을 걸어요.
아이의 마음은 시시각각 폭발해요. --- p.74

삶이 우리를 영원히 잊어주면 좋겠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 사랑 때문에 배가 찢겨 행복하게 죽는 곳에서 우리가 방황하도록. --- p.76

나는 이 슬픔 속에 깊이 빠져들고 싶어요. 슬픔이 나무가 되어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고통으로 나를 굳게 해요. 내 가지에, 내 나무줄기에, 주위의 풀에 눈물이 어려 있어요. 왜 나는 더 많이 울지 못할까요? 아, 어떤 날에는 내가 너무 메마른 몸을 가진 것 같고, 고통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를 후려치는 것이 느껴지질 않아요. 내가 더 잘 울지 못하는 걸 용서해주세요. 엄마가 완전히 떠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직? 엄마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지만 그럴 때 엄마는 내 곁에 없어요. 엄마는 낮의 그늘 속에 잠겨 있고, 나는 엄마와 함께할 수가 없어요.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죠, 엄마? 죽음은 존재하지 않죠? --- p.88~89

삶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아요. 삶은 그 어떤 변명도 받아주지 않아요. 삶은 그런 거예요, 그렇게 지나가는 거예요. --- p.94

쉬는 시간에 나는 심장이 아플 때까지 운동장을 뛰고 또 뛰었어요. 그때의 기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죠. 우리는, 우리 학교의 모든 아이들은 사방으로 뛰어다녔어요. 그리고 엄마는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띠고 우리를 바라보았죠.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교실 창가에 턴테이블이 있었어요. 거기서 비발디의 [봄]이 운동장 쪽으로 흘러나왔죠. [봄]. 엄마는 항상 그 음악을 틀었어요. 그건 기쁨의 한 조각이었어요. 내가 그렇게 행복할 권리가 있었을까요? --- p.105

나는 어린아이의 미소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나의 투쟁은 그런 것이에요-나는 항상 패자들 편에 있을 거예요. --- p.122

꿈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사랑과 기쁨이 가방 안에 무질서하게 쌓이고, 슬픔이 우리를 짓누르고, 극한으로 몰아갈까요? 우리가 비틀거리며 가지고 다니는 가방 말이에요. 그런 다음엔 추락이죠. 우리의 삶은 매 걸음마다 상처를 입어요. --- p.141

그저 남은 날들이나 헤아릴 뿐이죠. 이제는 영원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난 추억들을 모으려고 애써요. 내 추억들은 빈약하죠. 이렇다 할 것이 없어요. 거의 아무것도 없죠. 그게 내 마음을 짓눌러요.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어요. 내 삶을 이루던 모든 친숙한 얼굴들이. 이것이 내가 꿈꾸었던 삶일까요? --- p.158

엄마는 세상을 떠났어요. 영원히. 우리는 더이상 만나지 못할 거예요. 엄마는 크리스마스 날 밤이나 내 생일날 오지 못할 거예요. 이제 엄마는 우리 곁에 없을 거고, 없어요. 엄마는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엄마는 내가 삶에서 너무도 필요로 하는 사랑을 모두 앗아갔어요. 사람들이 엄마의 물건을 한 번 더 불태우면 좋겠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좋겠어요. 하기야 무엇이 남겠어요? 모두 불태워버려야 해요. 엄마가 건넨 마지막 사랑의 말도. 엄마의 마지막 숨결도. 엄마의 마지막 미소도.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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