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과거 ‘안방 극장’에서 ‘본방 사수’하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저장 또는 다운로드 해 TV와 PC, 스마트폰을 오가며 다시 보기, 이어 보기 등으로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게 했다. N스크린뿐 아니라 미국에서 회자되는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는 용어는 케이블 등 유료 방송 가입 서비스를 해지한 뒤 OTT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트렌드를 묘사하는 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TV나 컴퓨터의 코드를 잘라도 우리의 콘텐츠 소비는 계속된다. OTT를 통해서 말이다. --- pp.29-30
엔터테인먼트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심리에 호소하는 영역이다. 음악, 영화, 드라마, 스타 매니지먼트, 게임 등 대개의 분야가 그렇다. 실제로 매니지먼트 업종의 창업자나 경영자는 사람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그것을 계약이라는 형태로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시장에 내놓는 엔터테인먼트 상품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지와 소리, 사진, 영상 등으로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널리 확산시킬지, 그것으로 어떻게 사람들이 주머니를 열게 할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업의 본질이다. --- p.42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직접 발굴해 스타가 된 경우 아무리 수익력이 높아도 기업 장부에 남아 있지 않다. 다시 말해 SM엔터테인먼트나 엑소의 브랜드 가치를 회사 자산으로 담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외부에서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당 연예인을 영입할 경우 기업에 지급한 영업권이나 연예인에게 지급된 전속 계약금은 무형 자산으로 분류된다. 실제 장부에 있는 무형 자산은 계약금 형태로 회사가 지급한 금액이 대부분이다. --- p.62
2015-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5,000여 스크린의 97%를 독과점하고 있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 체인 3사는 평균 2,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올렸지만, 영화 투자와 배급을 맡은 측은 평균 7% 전후의 손실을 보았다. CJ그룹이 1996년 CGV 극장 사업을 시작키로 한 뒤 영화 투자와 배급, 제작에 관심을 뒀던 것처럼, 한국 영화 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극장이다.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고 투자하는 일,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가슴 떨리는’ 일은 아직까지 돈 되는 분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 --- p.97
마에킹(先金)이 무서운 건 액수보다도 흥행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급금을 받아야만 해당 유통 채널에 올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마에킹은 성공의 기본’이라는 식의 아이러니한 행태도 빚어지곤 한다. 주된 이유는 음원 차트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인 ‘추천곡’에 있다. 음원 유통 서비 채널이 추천하는 100곡 중 40-50%가 선급금을 받은 노래라는 추측도 나온다. 선급금을 준 음악을 추천곡에 올리면 매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다. --- p.99
한국에서 블록버스터급, 텐트폴급 영화와 드라마가 대세인 이유는 수익성이다. 극장, TV, VOD, OTT 등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접점이 확대되면서 극장의 흥행 주기가 매우 짧아졌다. 때문에 비싸게 잘 만든 작품으로 단기에 흥행시켜 길게 끌고 나가는 전략이 확대됐고, 성과도 좋았다. 실제로 그 정점이던 2016년에는 제작비가 100억 원 넘는 영화 11편 가운데 82%에 해당하는 9편이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다. --- p.102
K팝의 유럽 확산을 설명하려면 일본의 ‘후광 효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동양 문화라는 넓은 범주에서 볼 때, K팝은 분명 ‘아니메(애니메이션)’와 ‘망가(만화)’로 대표되는 일본의 ‘Cool Japan’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프랑스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 임원은 프랑스에서 한국 아이돌의 인기 이유를 “망가 주인공이 직접 나타난 듯한 모습 때문”으로 풀이했다. 일본 망가와 똑같은 외모가 춤과 노래로 무장한 채 그들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동경하던 동양 문화의 아이콘을 일본 아이돌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여 준 게 한국 K팝 아이돌이라는 설명이다. --- pp.171-172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K팝 기획사들은 유튜브 동영상 소비자로부터 얻는 저작권 수익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광고주를 겨냥한 수익 보전 전략을 펼쳤다. 즉 유튜브 전용관을 만들어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튜브에는 일반인보다 높은 광고 수익 배분율을 요구해 광고 수익 극대화를 꾀했다. --- p.178쪽
선배 심사 위원들이 자신보다 후배들에게 점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취업 무대와 오디션 무대는 꽤 닮아 있다. 그들 스타일에 맞지 않거나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음악은 낙오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건 ‘세대 간 갈등’ 차원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장을 개척해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 세대가 주도권에 동참하려는 다음 세대에게 일종의 ‘진입 장벽’을 쌓는, 지대 추구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대를 누리고 있는 선배들이 지금처럼 경쟁의 효율만 강조한다면 후배들은 기회의 평등을 잃고 한국 음악계는 다양성과 장기적 성장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 p.205
실상 팬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학교에도, 동네에도. 아이돌이 아니라 과거 ‘칠공주’나 ‘얼짱 오빠’도 인기가 입소문을 타면 팬덤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팬덤, 팬심 등으로 마블과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성공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관심과 호감을 바탕으로 작품 캐릭터, 아이돌 멤버 등과 팬들이 함께 공감하는 거대한 대안 세계, 즉 AU를 형성해 나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p.232
일부 팬들이 아이돌 관련 MD 상품을 구매하는 덕질에서 출발한 굿즈는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성장했다. 굿즈의 정의와 기업별 분류 방식이 달라 정확한 추정은 어렵지만 2016년 SM엔터테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FNC 등 5개 엔터테인먼트 상장사의 아이돌 굿즈 매출액이 1,500억 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여타 비상장 회사의 아이돌 굿즈까지 합치면 2,000억 원이 넘는 시장으로 추정된다.
--- pp.236-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