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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

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

푸른사상 시선-9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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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10쪽 | 196g | 128*205*80mm
ISBN13 9791130813936
ISBN10 113081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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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최루에 맞서는
뜨거운 거리였다

가투를 치르다 다리를 다쳐
바지에 핏자국 배었다
골목길 달리는데
앞에서 검문 중이었다

누군가 옆에 와서 팔짱을 꼈다
편안하게 가요, 부부인 척하고
임신 중인 불룩한 배가 눈에 들어왔다
그이가 피 묻은 바지 위로 몸을 붙였다

낯선 친절의 그늘에 숨어
골목을 나왔다
조심하세요
치마에 붉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고
인사도 못한 채 거리로 뛰어들었다

그 아득한 길을 지나와도
검문은 길목마다 나를 기다렸다

막다른 길에서 멈칫거릴 때
편안하게 가요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데
내 피 묻은 바지를 가리던
붉은 얼룩 치맛자락이 보인다 ---「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

밥그릇 앞에 두고
먹겠느니 못 먹겠느니 타령하지 말아라

밥그릇에는 밥보다 많은 소금이 들어 있다

새벽 출근해서
저녁도 거른 채 보고서를 작성하고
가족이 다 잠든 후에 젖은 몸으로 들어오는
땀내 나는 하루가 거기 있다

허기진 가계가 월급봉투에 중독되지 않도록
한 끼의 소금밥이
불안의 시간을 위로할 것이다

밥그릇에는 밥알보다 많은 바늘이 들어 있다

의자에 숨어 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튀어나와 찌르던 바늘

수없이 바늘 박힌 하루가 거기 있다

바늘이 생살을 뚫고 들어가
등뼈를 세우는 힘이 되었듯
한 끼의 바늘밥이
무너지는 허리를 곧추세울 것이다

그러니 밥 한 그릇
소금 삼키듯 먹어라
바늘 삼키듯 먹어라
---「소금밥 바늘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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