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안 일어나시네요. 술 되게 약하신가 봐요.” “1차에서 많이 드셨으니까.” “아, 팀장님이랑 계속 마시고 계셨죠. 취할 만하네.” 우혁이 말할 때마다 숨결이 이마에 닿았다. 지은도 마찬가지로 그녀가 말할 때마다 숨이 우혁의 목덜미에 닿을 것이다. 우혁의 숨결과 별반 다르지 않을 온도일 거란 생각에 미치자 열기가 한 번에 팽창되었다. 지은은 겨우 용기를 내서 우혁을 봤다. 그런데 이미 그의 시선은 지은에게 닿아 있었다. 언제부터 그녀를 보고 있던 걸까.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목 넘김 소리가 크게 들리자 낯 뜨거워졌다. 지금 당장 떨어져서 정리를 하자고 머리에서 명령을 내렸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못했다. 떨림이 이제 겉으로 드러나지는 듯, 손끝이 간질간질하게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입술에 시선을 내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더욱 심해졌다. “정말 가야 될 것 같아요. ……이제 취기가 오르네요.” 말이 띄엄띄엄 떨어졌다. “취하긴, 했나 봐요.” “그래, 취한 것 같군.” 긴장감이 빵 터져버려 겨우 정신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에 파묻혀 다른 손님들이 여기에 관심을 쏟을 형편이 아니었다. 이제 드디어 줄곧 따라다니던 긴장감의 정체를 깨달았건만,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열기 또한 가시지 않았다. 턱을 감싼 우혁의 손가락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뺨을 스쳐갔다. 지은은 척추를 관통하는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곧 우혁이 턱을 부여잡고 미처 숨 쉴 틈도 없이 지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혈관 속 피가 들끓었다. 만일 혈액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었다면 바로 지금 열기에 못 이겨 새빨갛게 물들어졌을 것이다. 뜨거운 혀가 밀려들어오자 숨이 턱턱 막혔다. 혈관에 피 대신에 얼음이 꽉꽉 채워져 있을 것만 같던 남자에게서 이토록 격정적인 키스를 받게 되어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은은 머릿속이 뒤범벅이 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과격한 운동을 한 듯, 거칠게 내달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의 입술이 숨을 고르기 위해 떨어졌다. 지은은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입 안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폭풍에 휩싸인 사람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어떤 대답을 원해, 주사, 사고?” 지은은 멍한 얼굴로 우혁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음이 편한 걸로 생각해.” “그런 대답이 어딨어요.” “욕망이야.” 그녀의 반발을 한 번에 일축했다. 지은은 놀라서 커다래진 눈을 몇 차례 깜박깜박했다.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에게 붙잡혀 있는 팔을 봤다가 다시 우혁과 시선을 맞췄다. 바로 위에서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심장이 바짝 죄어들어갔다. 그와 닿아 있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등골까지 짜릿한 느낌이 흘렀다. 하지만 불쾌감과는 다른 의미였다. 욕망이 불거져 나와 금방이라도 바닥에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우혁은 속에서 일렁이는 복잡한 감정을 꿰뚫을 듯, 무자비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손가락이 입술을 어루만지는 순간, 지은은 온몸을 관통하는 전류와 함께 간신히 지키고 있던 의지가 꺾였다. 우혁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결코 자신이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었다. 이 남자가 지나치게 섹시한 탓이다. 지은은 그렇게 모든 책임을 우혁에게 전가하고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술기운 때문이라고 해둬요.” “그러지.” 그런 식으로라도 변명을 해둬야 상사와 키스를 했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키스가 기분이 좋았다는 데에는 더더욱. 그리고 다시 한 번 충동에 무릎을 꿇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코롱 향과 섞인 체취를 풍기며 그가 다가왔다.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아래 페로몬을 숨기고 있는 남자였다. 진한 수컷 냄새에 심장이 조여들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지은은 바짝 마른 입술을 축였다. 참기 어려웠다. 구실 하나 제대로 만들어냈다. 지금의 키스도 좀 전 변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혁이 마치 집어삼킬 듯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지은은 팔을 올려 우혁의 목을 감쌌다. 적절한 타이밍으로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우혁이 등허리를 안으며 두 사람은 더 밀착되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우혁과 지은은 블루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드문 행동이 아니기에 오래 시선이 머무르지 않았다.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그리고 공유하는 열기는 쉬이 가실 기미가 안 보였다. 욕망의 잔재는 산산이 흩어져 내리며 열기를 더욱 부추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