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처음 배우면 기타줄을 짚는 손가락 끝에 물집이 생긴다. 그 시기에는 살짝만 스쳐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스럽다. 기타를 잡는 것이 두려워지는 시기다. 기타를 배우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 고통을 참아내고 계속해서 손가락을 기타줄 위에 올려놔야 기타를 배울 수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불덩이 같은 손끝이 기타 줄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영원히 기타를 배울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기타 배우기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면 그 물집은 굳은살로 바뀐다. 굳은살이 생기면 기타를 잡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다. 끝내 굳은살은 사라지고, 굳은살이 없는 상태에서도 손가락이 안 아프게 된다.
시련과 실패는 마치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의 시린 손끝과도 같다. 아프고 두렵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다. 내 손을 잡아주기 원하고, 내 아픔을 나눠주길 원한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세상에 나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좌절하거나 실망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런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징징대고 투덜거려 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기타를 다시 움켜잡아야 하는 것은 나의 선택일 뿐이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나를 위해서 헌신하고, 도와줄 거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안 해야 한다. 삶의 주도권을 잡고 싶다면 붉게 달아오르고 물집이 잡힌 손가락을 기꺼이 기타 줄에 올려야 한다. 그런 시련과 실패를 마주했을 때에는 그냥 겪어버리면 그만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안 죽는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통과 시련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견뎌내기만 하면 그것은 굳은살이 된다. 취업에 실패하면서 경험한 조직 폭력배들과의 살벌했던 시간은 군대 생활을 편하게 느끼도록 해줬다. 당장은 아프고, 두려웠지만 견뎌내고 나면 굳은살이 되어서 어지간한 시련과 실패에는 끄떡없이 강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카리스마 있어 보인다고. 카리스마는 굳은살이 있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이다. --- pp.115-116
키가 작다면 ‘나는 아담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해야 한다. 열정적인 사람은 키 따위에는 신경을 안 쓴다. 역사상 키가 작으면서도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가난하다고 불만을 갖는 것보다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야 열정이 생긴다. 키가 작아도, 못생겨도, 부모가 가난해도 스스로 존엄한 존재라고 믿어야 한다.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부모가 어쩌고저쩌고, 환경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핑계이고, 변명일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할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있다.
나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해 용기 있게 저항해야 한다. 착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가난해도, 못생겨도, 소심해도 괜찮다. 그것조차도 나인 것을 어쩌겠나. 자신이 스스로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각자의 욕망대로 성취를 해낸다. 열정은 자신을 소중하고,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로 인식하는 착각 속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열정의 핵심 요소다. 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존엄하다고 미친 듯이 착각해야한다. 자존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다. 기술과 지식 따위는 금방 습득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자존이다. 이 세상에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시선과 평가는 쓰레기다. 분리수거할 가치도 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스스로 세상을 구하는 기사라고 착각했던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거울 속에 비친 나를 향해 윙크와 함께 엄지척을 날리자. 그리고, 이렇게 외치자.
“나는 단점이 없는 사람이야.” --- pp.186-187
경주의 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식사를 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오직 ‘김치찌개’ 하나였다. 최상의 밥을 제공하기 위한 개별 압력 밥솥 운영, 계란 프라이 셀프 조리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주문을 하면 김치찌개 재료가 담긴 냄비와 밥을 내어주는데, 그다음부터는 손님이 알아서 조리해서 먹어야 한다. 식사를 하는 내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얼큰한 김치찌개와 계란 프라이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어 맛이 기가 막혔다. 전기 압력 밥솥에서 방금 꺼내온 밥맛도 일품이었다. 그 식당은 김치찌개, 계란 프라이, 밥에만 집중하는 식당이었다. 식당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일하는 분들은 한가로워 보였다.
동네 분식점에는 다양한 메뉴들이 즐비하다. 김밥, 떡볶이, 순대, 냉면, 국수, 라면, 우동, 수제비, 칼국수, 쫄면, 라볶이, 만두, 오뎅, 각종 덮밥, 오무라이스, 볶음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고등어조림, 해장국, 육개장, 호박죽, 단팥죽, 돌솥비밤밥, 잡채밥, 돈까스 등 한식, 양식 가릴 것 없이 모든 식사 메뉴를 망라해서 취급하고 있다. 이런 분식점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이 훌륭하지는 않다. 분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다. 귀한 손님과의 식사를 분식점에서 하는 경우는 없다. 김치찌개 전문점은 김치찌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내려놓았다. 분식점은 너무 많은 것을 손에 쥐고 있다. 나는 전문점인가, 분식점인가?
--- pp.21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