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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의 비평적 탐구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

[ 양장 ]
방민호 | 예옥 | 2018년 11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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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창작/이론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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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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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11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94쪽 | 960g | 152*223*35mm
ISBN13 9788993241617
ISBN10 899324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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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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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깊어가던 지난 시월, 문학 잡지 내는 출판사에서 만난 젊은 평론가가 내게 문득 물었다. 왜 지금은 비평을 하지 않느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잠깐 대답을 망설였다. 그는 최근 들어 나의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글들을 접해 본 듯 했다. 그로 인해 젊은 문학도가 십오 년쯤 세월을 격한 사람에게 품을 수도 있을 위화감을 조금은 덜어낸 듯했다. 그는 내 젊은 날의 비평이 치기 가득했지만 뜨거웠고 아무튼 열심히 한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지금은 비평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을 간단히 수긍하고 만다면, 나는 그의 숨은 힐난을 어떤 형태로든 인정하는 형국을 빚게 될 것이었다. 옛날에는 현장에서 열심히 펜을 놀렸건만, 지금은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자답게 뒤로 물러나 있는 것 아니냐는. 그는 확실히 나중에 말을 덧댄 데서 느낄 수 있었듯이 피가 튀고 포연이 피어오르는 현장을 등진 내게 어떤 불만이 있었다.

그의 말은 한편으로는 맞다. 나는 지금 내가 직접 관여하는 몇몇 잡지 외에는 일 년에 한두 편이나 원고 청탁을 받을 뿐이고, 젊은 작가들과 평론가들의 글에 대해서는 특히나 마치 BTS에 대해 그런 것처럼 꽤나 시큰둥하다. 몇 년이라도 나이가 아래인 문학인들에 대해 나는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확실히 냉담한 편이다. 의미를 깊게 부여하는 작가가 많지 않고 때문에 자주 논의도 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겪어 온 문단적 ‘고립’도 한 몫을 했지만, 나는 내 운명을 보따리에 싸들고 나만의 문학의 길을 걸어 사라져 버리겠노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비평은 결국 대화고 대화에의 요청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어떤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것은 단지 나와 비평적 방향을 달리했던 오륙 년 아래의 평론가들이나 앞에서 언급한 훨씬 더 젊은 평론가들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지금 막 문학사의 한 국면을 넘기고 있는 1930년대, 1940년대 출생의, 장려하다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와 시인, 평론가들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드리고 있으며 또 그분들의 이야기에 마땅히 귀 기울이겠노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유명을 달리한 최인훈과 김윤식과 같은, 세대를 격한 사람들을 향하여, 또 한국현대사 백 년의, 조금 더 먼 과거를 향해 나는 대화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 한국현대문학사 전체가 대화를 위한 현장이 되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기억은 지난 2002년 경 전후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때 ‘문학 권력’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문학잡지나 문학상, 언론을 둘러싼 논쟁이나 알력이 제법 심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한 자루의 ‘펜’과 ‘원고 뭉치’가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의지만 남아 있다면, 그 또한 힘을,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문학에서 모든 권력의 문제는 타자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부정은 부정하는 마음 자체만으로는 되새겨야 할 가치를 생산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의 힘을, 의지를 믿고, 자신의 길을 가며 어떤 긍정할 세계를 창조하는 자만 미래로부터 날아드는 빛살을 쏘일 수 있다.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고립시키지 않는 한 아무도 그를 영원히 고립시킬 수 없다. 나는 피가 튀고 포연이 피어오르는 현장을 강 건너에서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가는 행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나의 형식과 방법론으로 현장에 새롭게 합류하고 싶었다. 그 잠정적 결과가 평론집 “문명의 감각”(2003)과 “행인의 독법”(2005)이었다. 이 책들에 현장에 관한 글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생생한 현장에서 멀어진 사람으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만큼 문단의 외야석에 나가 있었다. 사실, 중심이란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영원히 일인칭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기 자신 속에 있을 테요, 그 자기라는 것조차 한갓 헛것임을 깨닫는 순간, 중심에 관한, 중심을 논의하는 모든 글은 위기에 처한다.

나의 문학의 이력서에는 몇 개의 굴곡점이 있다. 나는 권력에 의해 야기되는 전향이 아니라 내 스스로 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문학의 방향을 바꿔온 역사가 있다. 물론 어느 정도 나이 든 문학인이라면, 그가 문학에 대해서 어느 만한 자의식을 품는 한, 그럴 수밖에 없을 테다. 1996년 가을부터 1997년 초겨울에 이르는 사이에 나는 마치 1960년대의 김수영처럼 남은 모르고 자신만 아는 전향을 해버렸다. 그로부터 모든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1997년에서 1998년으로 가는 어느 사이에, 1994년 겨울의 등단 일년 후부터 편집위원으로 있던 “실천문학”을 ‘나왔다.’ 그 전에 “창비”의 인연도 끊기다시피 해서 둥지 없이 바람 부는 거리에 홀로 나선 셈이었다. 겨울바람은 찼고 그후로도 그 바람이 그쳤다고 여겨진 적은 없다. 하지만 ‘전향’을 마음먹은 나로서는 결의를 편달해 주는 달콤한 삭풍일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적어도 의식상으로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이분법과 이항대립에서 벗어났다. 대립하는 두 쌍을 하나로 묶어 그 바깥에 서는 길을 구해 왔으므로. 그것이 내가 오늘 비평적 열정에 불타던 그 젊은 평론가로부터 당신은 왜 현장 아닌 외야에 있느냐는 비난 아닌 비난을 받게 된 소이라면 소이다.

또 하나의 이유라 할 만한 것이 있다. 사람의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라 하고 또 그것조차 사람의 의지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 한다. 나는 그런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사람은 의지를 품지만 그보다 크고 높은 우연의 힘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 간다. 바람 속 먼지처럼 흩날려 가는 행로와 도달한 곳을 가리켜 운명이라 한다. ‘내’ 외부의 힘이 ‘나’를 마음대로 움직여 밀고 간 결과 나는 학교에 일자리가 생겼다. 이것이 내 비평의 성격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비평도 비평이지만 문학사 연구를 외면할 수 없는 의무감이 작용하면서 내 비평은 현장으로부터 거리가 먼, 백 년 전, 수십 년 전의 일들에 고개를 묻어야 했다. 그러나 나로 하여금 현장으로부터 떠나지 않을 수 없게 한 이유나 조건들은, 거꾸로 나 자신으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으로 현장에 재귀하도록 한다. ‘지금, 이곳’이라는 현장적 상황 논리, 비좁은 의미의 현실에 얽어 매인 자였던 나는, 눈앞에 닥친, 백 년 한국현대문학사라는 비교적 긴 시간의 ‘사건’들에 적응해야 했다. 한국현대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그 자의식을 토대로 삼아 비평하는 사람이 되게 했다.

대략 2004년 경부터 현재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나는 일련의 작가들을 읽으며 그들의 삶과 작품을 둘러싼 일들을 살피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본질상 숨 얕은 비평가요, 호흡 긴 연구자의 체질은 타고나지 못한 나다. 이광수, 채만식, 박태원, 이효석, 이상, 김유정, 임화, 김기림, 김남천, 김환태, 백석, 오장환,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최인훈 같은 작가와 시인, 평론가들을 읽어 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작가, 시인, 평론가들을 이미 알려진 것 이상으로 탐구하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들에 대한 탐색을 통하여 현재와 과거의 새로운 관계를 밝히고, 이러한 작업을 연구와 비평을 가르는 경계선의 저편에 박제물 형태로 고정시켜 두지 않고 비평적 연구 또는 연구로서의 비평이라는 새로운 종합에까지 끌어 올려야 했다.

이제 사실을 말한다면 이 평론집은 내가 생각하는 현장의 이야기다.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라 불리는 이식론에 위화감을 품어 왔다. 등급과 위계를 설정하고 지배를 정당화 하는 논리는 생리적으로 싫다. 나 자신 젊을 때 품었고 지금의 젊은 문학인들도 가지고 있는 정치적 문학론에 대해서도, 반대로 현실이라는 것에 대한 탐구와 자각이 없는 문학에 대해서도 마음 편치 않다. 나는 문학을 비좁은 현실이 아니라 드넓은 삶 자체의 표현이라 간주하되 동시에 역사와 현실과 예술의 전통을 강렬하게 의식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주의’적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현실적, 정치적인 역설의 문학을 추구하며, 이 미정형, 잠재태로서의 한국문학을 위해 비평 행위라는 것을 한다. 이 때문에 나는 한국현대문학사의 여러 형태의 정통과 정전과 권력에 대한 심문, 새로운 해석, 재평가를 시도한다. 내 비평의 현장은 오늘에 이르는 한국 현대문학사의 ‘모든’ 중요 국면들이다. 비록 충분히 다루지는 못했지만 이 책은 그것들을 새로운 비평적 실험의 대상으로, 현장으로 간주하고자 했다. 그러한 이 책의 성격을 가급적 분명히 하기 위해 더 연구에 가깝거나 더 현장 비평에 가까운 많은 글들을 상당 부분 수록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현장이라는 말을 계속해서 엇갈리게 쓰고 있다. 또한 나는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남과 북을 말할 때 공평해지려 했다. 이 공평의 뜻에 유의해 주기 바란다. 그것은 내 자신 오랫동안 문학을 통해서 한국이 이상적인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염원했던 것처럼 북쪽에 대해서도 남북 관계에 대한 섣부른 낙관 대신 지금과는 다른 사회, 다른 체제가 들어서기를 요망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남북한의 비민주적 체제가 적대적 의존 관계를 유지한 채 시민적 권리를 제약하면서 민중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논리를 신뢰한다. 이 분단체제론은 한국사회가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나가는 오늘의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일층 첨예하게 가다듬을 것을, 슬기롭게 새로운 현실을 헤쳐 나갈 것을 요청한다. 어떤 요강은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도 좋다. 이른바 수용소 문학에 관한 글은 이러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은 벌써 11월, 맹렬한 추위가 한번 몰려왔다 갔다. 무술년은 심상치 않은 해라 했다. 올해에 그동안 가까웠던 사람들, 문학을 통해 가깝게 느낀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사월에 백혈병으로 떠난 태남완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던 후배였다. 무산 스님, 최인훈 선생. 말기암을 앓으면서도 소설 쓰는 일에 매달리던 최옥정은 단편소설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를 남겼다. 그리고, 김윤식 선생.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 삶에 대해 문학은, 나의 글은, 비평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지금은 새벽이다. 꿈에 일제시대에 요절한 알 수 없는 시인의 맑고 아름다운 시가 두 편이나 보였다. 여백 많은, 그 시대인데도 가로로 쓴 시들이 생각날 듯 말 듯 하다. 흐릿한 것 없이 모든 것이 명징하던 꿈속의 현장을 그리워 한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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