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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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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2g | 130*210*20mm
ISBN13 9788961042277
ISBN10 89610422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모로 누웠거나 물구나무섰거나
하늘 쪽으로 자란 연노랑 무 싹
곰살궂은 바람이 겨우내 똬리 튼
무구뎅이 속에서도 돌던 초침이다.

은둔한 시간에서 싹을 밀어 올리고
생장점 근처 수염뿌리 몇 가닥 키워

웃자란 싹만큼 푸석하게
바람 든 무에게서 본다.
아흔다섯 어머니 삭신에
숭숭 들어버린 바람의 책력. ---「바람의 책력 - 우수」중에서

더덕 향 그윽한 갈참나무 숲
오래 묵은 독사는 뭉툭하다.
축적한 독의 내공이 깊을수록
길고 가느다란 수식을 군시럽게
달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밀착 취재로 상대의 체온까지 탐닉한
날름거리는 혓바닥의 이중직관 구조

담백한 언어로 주변 빛깔과 융합해버려
보는 방향을 알 수 없는 허여멀끔한 응시

언제든 튀어나가 맹독을 뿜어낼 수 있는
떡갈나무 아래 똬리사린 상상의 언어들

상황에 따라
사르르 풀려나가는 은유

당겨진 시위로
바람을 모으는 독의 상징

쉬이 덧칠할 수 없는
꽃무늬에서 풍기는 환유

무덤덤한 시공마저 신화로 얽어
저만치서 해바라기하는 까치독사
산을 내려오다가 문득
뭉툭한 수사에 소름이 돋는다. ---「묵은 시인의 사회」중에서

떠도는 말이 꽃을 시새워
뜬금없이 꽃샘을 불러들였다.
내뱉은 말의 독이 품은 냉기로
피기도 전에 지는 꽃도 있다.

주접스런 뒷모습 보이기 싫어
가장 화려할 때 꽃차례 통째로
첩첩 접은 입술 떨구는 동백꽃
끝내 곁을 주지 않고 떨어져 버리는
동백이 지고 난 꽃자리에
붉은 말이 고인다.

증식하는 말이 진눈깨비 속설로 파다한
기억의 집적에 들러붙은 살얼음 무게에도
산산이 눈동자 흩트려버린 목련꽃
결코 곁을 주지 않고 날아가 버리는
목련이 지고 난 꽃자리에
하얀 말이 고인다.

뱉은 말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의식의 천장에 을씨년스런 박쥐로
덕지덕지 들러붙어 덧난 꽃샘이야.
일찍 져버린 꽃자리 면구스러워
햇살은 자꾸만 혓바늘로 돋는.
---「떠도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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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문명의 이기에 대응하는 서정의 몫
우주의 운행을 담은 책이란 의미에서 책력은 우주를 향한 인간의 모든 지혜를 집적한 상징이다. 책력을 바람이라는 시적 대상을 덧입히는 순간 우리는 바람의 형상화를 통해 우주의 몸짓을 슬몃 엿보는 기회를 가진다. 시인은 절기를 잊어가는 우리들에게 시간에 대한 소중한 감각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 이재훈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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