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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제물

꽃과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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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02g | 128*188*30mm
ISBN13 9788932034850
ISBN10 893203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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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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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준이 말했다.
아버지도 같이 오실까,
아니, 못 오실 거야, 감옥에 갇혀 있으니까, 하고 옥이 누나가 말했다.
왜 감옥에 갇혀 있는 거야, 아버지는 나쁜 사람인가,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야, 아버지를 잡아간 일본 사람이 나쁘지,
훌륭한 사람을 왜 잡아가,
일본 순사는 훌륭한 한국 사람을 다 잡아갔어,
그럼 우린 훌륭한 사람 안 되는 게 좋겠네,
그래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해,
형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나무 그늘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여름날의 길고
긴 해가 기울어질 때, 현 형과 기철 형이 아범과 함께 집으로 돌
아왔다. --- p.107

아, 망령들이여, 허깨비들이여, 세월이여, 강물이여, 그러나 만세를 부르다 젊어서 죽은 삼촌은 죽은 게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라고 했다. [……] 민족은 천성이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을 피할 수가 없고, 그래서 별안간 저항의 꽃을 피우고 젊어서 죽어간 삼촌의 죽음은 끝난 게 아니라 영원히 시작이라고 했다. 그런데 준이 보지 못한 삼촌은 항상 열아홉 살이었다. 그리고 삼촌은 영원히 열아홉 살로 살아 있을 것이다. 열아홉 살. 기철 형도 그랬다. 기철 형도 열아홉 나이로 그의 생을 끝맺고 있었다. 옥이 누나 역시 열아홉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는 현 형은, 아버지는, 그런데 그들을 끌고 간, 그들의 핏속에 영원히 지배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 p.118

그러나 그동안 이 나라에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애국자나 지도자는 어떠했던가. 그들은 민족의 분열 상태를 초래하면서까지 자기 주장과 자기 세력 확보에만 급급했고, 그들의 갈등 속에 정국은 날이 갈수록 더욱 혼란해져만 가고 있었다. 이 조국은 얼마 만에 되찾은 조국이냐, 이처럼 주어진 조국의 건국 앞에 배반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용서치 못했다. 욕된 과거는 과거로만 충분했다. 그리고 조국의 건국을 방해하고 있는 윤, 그는 마땅히 조국이 용서치 못했다. 기철 그가 살아 있는 한 윤은 죽어야 했다. --- p.225~26

“조국을 위해서라면.”
“조국이라고요? 어떤 조국 말예요? 자기가 없는 미래의 조국을 말예요?”
“그럴지 모르지, 미래의 조국이지, 허지만 차라리 미래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아.”
“그럼 미래도 없이 더욱 그런 일을 왜 해요?”
“현재가 그래야만 하니까, 현재에 살려면 미래도 동시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지.”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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