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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누리는 햇빛처럼, 햇빛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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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40*210*20mm
ISBN13 9791158770747
ISBN10 11587707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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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나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1층이라서 햇빛도 들고, 지난 반지하에 비하면 이게 어디냐며 꽤 만족스럽다고 했다. 기관의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내 일처럼 같이 이삿짐을 싸고, 짐을 나르고, 집 청소를 같이하고. 구석구석 꽤 꼼꼼하게 집안을 돌보며 살림살이와 가구배치 위치 선정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금세 집안이 말끔해졌다.
사람의 변화의 계기는 어떤 이유인지, 참 특정하기 어렵다. 집이 바뀌고, 동료들의 지원이 든든해서였을까? 이전 반지하에서 생활과는 달랐다. 먹는 것도 꽤 신경 쓰고, 옷 입는 것뿐 아니라, 집안을 새롭게 가꾸고 꾸미며 일상도 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반전! 반전이란 말로 기쁨을 표현하고 싶다. 떨어진 줄만 알았던 임대주택이 선정되었다. 대기 3번, 포기하고 있던 임대주택이 선정되었단 연락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날아갈 것만 같다고 하셨다. 위치도 좋았다. 최광수 씨가 일하는 직장과도 가깝고. 무엇보다 기관과 가까워서 좋았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여, 나는 ‘이왕 이렇게 될 거, 좀 일찍 되지’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사에 들어간 소소한 비용과 노동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광수 씨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20년을 안정적으로 살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고, 집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파트에, 관리비, 집 보증금 절약 …. 많은 것들이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나의 투정이 무색해졌다. --- p.20

가족들도 의외의 섬세한 돌봄을 보였다. 혹시나 혜숙 씨가 겪게 될 어려움으로 가족의 일상을 방해 받게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그동안 더 차갑게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자립이 완성되어가는 혜숙 씨에게 가족들은 최선을 다하려는 듯했다.
“기관에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다 애써 주셔서, 집도 구하고, 이사도 하고, 필요한 것들은 다 챙겨서 사주신다고 하는데, 우리 형제들이 할 수 있는 건 또 할게요. 목록이나, 제가 해야 될 건 알려주세요.”
오히려 가족들이 요청했다. 우리는 라이프디자인- 주거관리 중, 이사에 필요한 물품 목록을 정리했던 기록을 가족에게 전달하였다. 가족들은 밥공기 2세트, 수저세트, 4계절 이불세트, 당장 필요한 세제까지 줄 수 있는 건 아낌없이 주겠다는 듯,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세세하게 챙겼다. 감동이었다.
역시 가족은 다르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다. 혜숙 씨에게 내가 느낀 감동, 가족들이 보여준 섬세한 준비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거듭 말씀드렸다.
“뭘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사실 저도 살짝 놀랐어요. 필요한 건 이것저것 다 챙겨 왔더라고요. 고맙긴 고맙죠. 어쨌든 저한테는 평생의 첫 집이에요. 첫 집인 걸 알아준 것 같아서 고맙죠. 다들 신경 써 주니까. 잘 살아야죠.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신경 써주고, 도와주는데……. 잘 살아야지요” --- pp. 37-38

서현 씨는 19살. 외모는 하얀 피부에 주근깨가 있어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무엇보다 특유의 긴장감과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색한 듯, 엄마와 떨어지기 두려워하는 7살 아이처럼 느꼈을 정도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기관 앞, 부서실 앞까지 함께 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한참을 아들을 지켜보다가 귀가하곤 하셨다. 나이가 몇 살이든 부모의 눈에 자식은 아이인 것을, 게다가 불현 듯 찾아온 정신과 질환이 가족들에게 어찌 가벼운 일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어려운 마음을 공감하면서도 출퇴근 정도는 혼자서 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려야 했다. 참 별일 아닌 제안이었지만, 어머니에게는 모진 제안이었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후, 어머니는 기관에는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기관 앞까지 아들을 배웅하고 귀가하셨다. 한 일주일을 지켜보다가, 기관 앞까지 오는 것도 그만하시도록 당부했다.
사회복지사 역할이 때론 참 모질기도 하다. 다행히 어머니는 흔쾌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끊임없이 아픈 자식을 돌보고 지켜보면서 우리의 당부는 이해해 주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기관 앞까지는 못 오시고 전철역까지는 같이 왔다고 한다.
“제가 그땐 그렇게까지 했었다니까요? 지금은 웃으며 그때를 돌아보지만 중학교부터 얘가 왜 그럴까? 고민하면서도 괜찮겠지, 괜찮겠지 다짐하며, 정신과만은 가지 말자고 했어요. 얼마나 마음 이 무너졌던지.”
--- pp. 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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