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장주가 부정하려 해오던 모든 것이 양날의 검이 되어 그 자신을 공격한다. 그는 이 깨달음의 좁은 길에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이때 장주의 사색은 사상을 부정하려는 사상의 숙명인 자기붕괴를 맞는다.
여기에 이르러 장주는, 대립자의 존재를 전제로 한 이의적二義的 존재, 반대자로서의 위험한 존립을 벗어나 “홀로 천지의 정신과 왕래하고 만물을 거만하게 흘겨보지 않으며 시비를 따지지 않고 세속과 산다(『장자』 「천하」)”고 말하고 있듯이, 어떠한 것도 업신여기지 않고 어떠한 것도 부정하지 않으며 세속과 섞여 묵묵히 살게 된다.
“혼돈씨의 재주混沌氏之術(『장자』 「천지」)”를 부려 기성 판단의 틀을 깨트리며 사색의 여행을 계속한 장주는, 빈손으로 원래 살던 세계로 되돌아갔다.
본래 인간은 말라비틀어진 이름을 역사책에 남기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곤충이 자신의 유체를 표본실에 전시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듯이. 인간은 자신에 대한 미래의 평가를 미리 인생에 끼워 넣어 살 수 없으며, 현실에서 진 인생의 부채를 후세의 평가로 상쇄할 수도 없다. 자신이 떠맡을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자기가 살았던 인생뿐이며 사후의 평가를 받아서 그것을 자기 인생에 편입할 수는 없다. 이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에 눈을 떠서 역사를 위해 사는 짓을 그만두라. 지금 여기에 있는 한순간의 인생을 나를 위해서만 살아라. ---p.110 중에서
따라서 맹자가 펴는 논리에는 도중에 커다란 비약이 있으며, 거의 꿈같은 이야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실제로 전국시대를 통일한 인물은 진왕秦王 정政(뒤의 진시황제)이며, 그는 법술사상을 채용해 왕도정치의 정반대를 실행함으로써 통일을 달성했던 것이다. 맹자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그 뒤 2300년의 중국 역사에서도 맹자가 말한 식으로 천하를 통일했던 왕조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예뿐만 아니라, 맹자는 교묘한 비유나 일순간의 기백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타인을 논파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확실히 선동가로서의 재능은 풍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론술은 그때그때 상대를 설복시키는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실제로 사회를 변혁하고 역사를 움직여 가는 현실적 승리를 획득할 수는 없다. ---p.141 중에서
그렇다면, ‘협서의 율’에 의한 사상탄압이 시작된 뒤 묵가에게는, 모든 사상활동을 중지하고 보신을 도모하거나, 아니면 사형·멸족滅族·강제노역을 각오하고서 계속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두 가지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 된다. 광적일 정도로 과격함을 자랑하던 전국시대 묵자들의 체질로 보았을 때, 분명 묵자들은 사상의 포기를 부끄럽게 여기고서 용감히 후자의 길을 선택했음에 틀림없다. 진 제국이 수립되고 나서 묵가집단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이유는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한대의 수많은 자료에도, 거자가 통솔하는 묵가집단의 존재는 물론, 단 한 명의 묵자의 존재마저도 맥이 끊어져 언급되는 일이 없다. 전한 무제 시대에 쓰인 『회남자淮南子』 등에는 묵가사상으로 볼 수 있는 요소가 분명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문헌상으로만 계승된 단순한 지식으로서의 묵가사상에 불과하다. 진 제국이 멸망하고 한 제국이 수립되었을 때, ‘세상의 저명한 학파’이자 ‘천하를 가득 채웠다’라고까지 일컬어지던 묵가와 묵자墨者는 이미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 사이는 채 20년이 되지 않았다. --pp.175~176 중에서
「천하」편의 작자는 혜시의 현지賢智주의의 대해 “천지의 도道로 혜시의 재능을 본다면, 한 마리의 모기나 등에가 애쓰는 것과 같”고, “안타깝구나! 혜시처럼 재능 있는 자가 함부로 날뛰다 도를 얻지 못했으니”라고 비판한다. 설령 혜시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것은 한 마리의 모기나 등에가 열심히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것으로, 개인적 현지로 만물을 일일이 구명해 세계 전체를 제멋대로 바꿔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한 교만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직 “최고가 되려는 마음을 품은” 혜시에게, 세계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대상이자, 자기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였다. “천지는 아마 장대하리니”라는 것은, 천지가 장대하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재능을 떨칠 수 있는 영광의 무대에 나아가려는 혜시 자신에게 장대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p.190~19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