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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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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89g | 153*220*20mm
ISBN13 9788988738627
ISBN10 898873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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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폭발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잔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린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수의를 생각해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수의 말입니다.

어머니!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제가 아니고 내 옆에 있는 학우가 대신 죽어서 제가 살아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천주는 우리 어린 학도들을 불쌍히 여기실 겁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켜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 「6.25참전 학도병 이우근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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