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등단한 문인이나 생계를 위한 전업 작가도 아니니 실패하면 또 어떤가. 꼭 책을 내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글솜씨는 늘지 않겠는가. 직장인의 책 쓰기는 이렇게 배짱 두둑하게, 느긋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 p.17
나는 2015년 12월 『한국 부자들의 오피스 빌딩 투자법』을 시작으로 2016년 7월 『부동산 자산관리 영문 용어 사전』, 2017년 3월 『부동산 직업의 세계와 취업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순차적으로 출간했다. 이렇게 2년 사이에 총 세 권의 책을 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 권 모두 내가 일하는 부동산 분야에 관한 책이다. 역설적이지만 바쁘게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쓸 수 있었다. 회사 업무 자체가 책의 소재였고, 일과는 책의 목차였다. 바쁘게 일할수록 나의 글감은 더 늘어났다. --- p. 22
나는 회사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면서 하루에 주고받는 이메일이 50~100통 정도 된다. 만약 수신함 속 100통의 이메일 중에서 절반만 회신해도 50통이다. 답장을 쓰는 데 2분 정도라고 하면 총 100분이 걸린다. 이메일로 글을 쓰는 데 하루 2시간을 쓰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는 적지 않은 시간을 이미 글을 쓰는 데 쓴다. --- p.29
그렇다면 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할 때 단점은 무엇일까? 우선 컨설팅을 받으려면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책 쓰기 과정을 지도받는 대가로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한데, 액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내가 책 쓰기 컨설팅 서비스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린 이유 중 하나도 비용 문제 때문이다. --- p.59
책을 쓰는 일은 오롯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달린 일이다.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절반 이상 상사의 평가에 달렸지만, 책을 쓰면 언제든 ‘저자’라는 자리로 진급할 수 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 일정에 맞춰서. 저자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사내 정치도 필요 없고 진급 시험도 필요 없다. 단지 책 한 권만 있으면 된다. --- p.68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메일을 뒤지는 것이다. 직장인마다 이메일을 정리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이를 활용하면 글의 소재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먼저 지나간 업무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내가 매일 했던 일들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본다. 일할 때는 정신없이 읽었던 이메일 안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지난 이메일들 안에서 반복적으로 생겨나는 패턴을 찾아보자. 공통적인 흐름을 추려냈다면, 이는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을 처리하는 하나의 매뉴얼인 셈이다. 만약 큰 흐름의 내용이라면 처리 순서에 따라 정리해보자. 이를 활용하면 책의 목차를 만들 수 있다. --- p.100
그래도 책의 분량이 궁금하다면 일단 가까운 서점에 나가보자. 서가에 진열된 책들을 보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100여 쪽 내외의 얇은 책부터 700쪽이 넘어가는 책까지 책의 분량은 다양하다. 사실 책의 분량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그냥 저자가 원하는 만큼 쓰면, 그것이 그 책에 알맞은 분량이다. 괜히 적정 분량을 맞춘답시고 억지로 원고를 늘리고 줄이다가는 정작 전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2017년 『출판연감』에는 그해 발간된 신간의 평균 면수가 297쪽이라고 나와 있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만 참고로 알면 된다. --- p.106
장이라고 하든 부라고 하든, 영어로 챕터(chapter) 또는 파트(part)라고 하든, 이 큰 구분 단위는 집에 비유하면 방에 해당한다. 보통 주택에는 안방, 거실, 아이들 방, 화장실, 주방 등이 필수적이다. 각 방은 용도가 서로 다르다. 책도 마찬가지다. 내용별로, 글의 목적별로 크게 구분되는 장을 배치하는 게 목차를 짜는 핵심이다. --- p.107
경쟁 도서 목차를 비교하면서 기존 책과 다르게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을 떠올려보자. 경쟁 도서는 직접 서점에 나가 살펴봐도 되고,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책은 온라인 서점이나 검색 사이트에 책 목차를 공개한다. 이런 책들의 제목과 목차들을 따로 정리해 내가 만든 목차와 비교하면서 수정하면 초보 직장인 작가도 좋은 목차를 꾸밀 수 있다. 나는 엑셀을 켜놓고 스프레드시트마다 경쟁 도서 목차를 복사해서 구성을 살펴보곤 했다. --- p.112
총 5개 파트의 구성으로 34개 꼭지가 있는 초고였다. 원고 분량은 A4 용지로 90매 분량이었다. 물론 그 뒤에 내용을 보강하면서 구성과 분량은 조금 늘어났다. 한 꼭지 분량은 A4 용지로 대략 2장 내외였다. 6개월이면 약 30주이니 대략 일주일에 1꼭지 이상을 써서 초고를 완성한 셈이다. 글을 한꺼번에 몰아서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한발씩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여유 있게 임해야 부담이 없다. --- p.126
나는 책을 쓸 때 나름대로 몇 가지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첫 번째 기준이 바로 저자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원칙이다. 처음에 나도 부동산 관련 서적을 집필하면서 매일같이 사용해서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업계 용어를 그대로 원고에 사용했다. 결국 편집자가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게 고쳐 달라고 요청했다. 나한테는 쉬운 용어가 다른 사람에게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전문 용어일 수 있다. --- p.129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자리가 나면 노트북을 활용한다. 대부분은 서서 가는데 이때는 휴대폰을 이용해 글을 쓴다. 어떤 곳에서 무슨 작업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요즘엔 클라우드 공간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편리한 도구를 활용하면 된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 때문에 좀 번잡하다. 그럴 때는 책 쓰기를 위해 빌려온 책을 읽거나 휴대폰으로 글쓰기에 영감을 받을 만한 동영상을 보면서 회사에 간다. 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퇴근시간에는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서 써놨던 원고를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읽는다. 어색한 문장이나 오타 등을 수정하는 가벼운 일을 주로 한다. --- p.167
생각보다 회의록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잘 듣고 이를 간결하게 요약해야 한다. 회의록을 작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의에 집중하게 된다. 회의록 쓰기의 장점은 상대방의 말을 듣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어휘나 표현을 고민하는 데 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반복되는 어휘나 단어를 다른 표현으로 바꿔줘야 하는 일이 많다. 회의에서도 똑같은 단어를 많이 쓰게 될 텐데 같은 말을 다른 단어와 방식으로 표현해보는 연습이 된다.--- p.196
내 첫 책은 정가가 17,000원이었고 초판은 3,000부를 찍었다. 인세는 10%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럼 내가 저자 인세로 받은 돈은 얼마일까? 3,000(부) × 1,700원(정가의 10%) = 510만 원이다. ‘애개 그것밖에 안 돼?’ 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아무 비용 들이지 않고 글만 썼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흐뭇하고 넉넉한 보너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후자였다. --- p.23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2017년 KPIPA 출판 산업 동향」에 따르면 하루에 출간되는 책은 약 207권이다. 서점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책이 나오면 수많은 경쟁을 뚫고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책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은 팔려야지 그 의미가 더 커진다. 그래서 출간의 기쁨은 잠시 접어두고 저자는 책이 잘 팔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판매 부수를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 바로 책을 출간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