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고등학교 입시 수험생이다. 항상 겨울만 되면 감기에 걸리는데, 어떻게 할 수 없냐’며 한약을 처방받길 희망했다. 보중익기탕으로 처방하자니 체력이 좋아 보여 소시호탕을 4주분 처방했다. 4주 후,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약 6개월간 복용한 결과, 무사히 감기에 걸리지 않고 고등학교 입시를 마쳤다. 환자와 가족이 모두 고마워했다. --- p.25
향소산은 여러모로 편리한 약이다. 향부자와 소엽 같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약재가 들어 있어 기의 순환이 나쁠 때 많이 사용한다. 그런 한약이 감기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조금 곤란한 점은 향소산의 보험적용병명으로 ‘위장이 허약하며 신경질적인 사람의 감기 초기’밖에 적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감기 초기에는 정말로 중요한 약이다. 체격이 불명확, 허실을 알 수 없는 환자가 감기약을 원한다면 우선은 고민하지 말고 향소산을 처방한다. --- p.34
천식 발작으로 힘들다. 성인이 된 후 발생한 천식으로 호흡기내과 처치는 하고 있다. 발작 빈도가 잦아 힘들다. 그리고 피곤하다. 딱 보기에도 정말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래서 마행감석탕이나 시박탕이 아닌 십전대보탕을 선택했다. 4주 후, 피로한 것이 꽤 해결되었다며 기뻐했다. 즐겁게 투병할 의욕이 생겼다고 했다. --- p.42
대건중탕은 변을 무르게 하는 약이다. 만성 설사에 사용한다고 하면 뭔가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대건중탕이 유효하기도 하다. 장폐색에 사용할 때는 2포 3회/일이 통상용량이지만, 만성 설사에는 조금 적은 1포 3회/일로 한다. 건강과 인삼은 인삼탕에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유효 성분은 산초와 교이인 것인데, 사실 아직 잘 모른다. --- p.55
황련해독탕에 대황을 추가한 이미지의 처방이 삼황사심탕이고, 인진오령산에 대황을 가한 이미지의 처방이 인진호탕, 계지복령환에 대황을 가한 이미지의 처방이 도핵승기탕, 치질질환의 계지복령환에 대황을 가한 이미지의 처방이 을자탕, 소시호탕에 대황을 가한 이미지의 처방이 대시호탕이다. --- p.66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7~8회 일어난다며 내원했다. 낮에는 그렇게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요통과 저림도 호소하여 팔미지황환을 처방했다. 4주 후 화장실에 간 횟수가 5회로 줄었다. 3개월 후에는 3회로. 그 이상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훨씬 나아졌다며 좋아했다. --- p.77
양약 수면제 장기 투여로 인한 의존성 관련 기사가 늘어나다보니 수면제를 끊고 싶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확실히 수면제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타성에 젖어 연일 복용하는 것을 피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럴 때 한약이 제 역할을 한다. 한약에는 의존 증상도 이탈 증상도 없다. 마음 편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안전한 약이다. --- p.86
억간산과 가미소요산은 꽤 유사하다. 시호, 당귀, 감초, 복령, 창출 5가지 약재에 조구등과 천궁이 추가된 것이 억간산이며, 산치자, 박하, 목단피, 작약, 생강을 추가한 것이 가미소요산이다. 억간산은 치매, 가미소요산은 갱년기장애에 주로 쓰인다. 모두 마음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선 비슷하기도 하다. --- p.99
한방팬인 환자들에게 한수 배우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이 문제만 되지 않는다면, ‘이 약, 이 증상에 들을까’ 싶더라도 환자 본인의 희망에 따라 처방하곤 한다. 잘 들으면 나도 공부가 된다. 많은 한방팬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경험을 듣곤 한다. 치타박일방의 보험병명은 타박에 의한 부종 및 통증이다. --- p.116
청상방풍탕은 여드름에 정말 잘 듣는다. 1주일 만에 듣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개월간 복용해야 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도 참 신기하다. 구성 약물이 12개로 꽤 많다보니 장기간 쭉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4주 후 조금이라도 좋아졌다고 하면, 쭉 복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청상방풍탕의 보험병명은 여드름뿐이다. --- p.161
접대자리가 연일 계속되어 힘들다. 뭔가 좋은 한약은 없는지 상담 받으러 왔다. 술 마시기 전에는 황련해독탕을 복용하고, 술을 마셨으면 오령산을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너무 좋다며 더 복용하고 싶다고 했다. --- p.195
진무탕은 허증용 갈근탕이라고 할 정도로 폭넓은 호소에 사용할 수 있는 한약이다. 부자제로 고령자나 냉증인 사람에게 좋다. 일단 처방 선택이 어려우면 한 번 써보는 게 좋겠다. 수비 범위가 넓기 때문에 예상 이상으로 효과적이다.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