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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손전 4

약손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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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12g | 128*188*30mm
ISBN13 9791156411321
ISBN10 115641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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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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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손아…… 자느냐?”
이유가 귓가에 슬쩍 속삭였다. 밖에서 동재와 목 상궁이 쌍으로 주는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약손은 아직도 한밤중이었다. 곤히 잠든 눈꺼풀은 좀처럼 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유가 은근슬쩍 돌아눕는 척하며 약손에게 가까이 몸을 붙였다. 말랑말랑한 볼을 괜히 찌르고, 동그란 콧방울을 손으로 짜부가 되게 눌러 돼지코를 만든 다음에 그 우스운 모양을 보며 혼자 킥킥 웃기도 했다.
아, 그 똑똑한 당나라 현종이 만사 제쳐 놓고 양귀비와 신선놀음한 까닭을 이제야 알겠구나! 나랏일이고 뭐고 다 제쳐 두고 평생 약손이 얼굴만 내내 보고 살았으면 좋겠네.
이유가 약손의 오른쪽 볼에 쿡 입술을 눌러 찍었다. 쪽! 소리가 제법 커서 행여나 약손이 깼는지 걱정됐지만 약손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음, 계속 잘 자고 있군. 내친 김에 왼쪽 볼에도 쪽쪽 입을 맞췄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만 좀…….”
하도 곁에서 극성을 떨어 대니 제아무리 잠귀 어두운 약손이라 해도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약손이가 일어났다! 약손이가 기침했어! 이유의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떠올랐다.
“일어났느냐? 더 자지 않고 왜 벌써 일어났어?”
주상 전하가 자꾸 귀찮게 하는데 어떻게 자겠어요? 짜증과 신경질이 밀려왔지만 참았다. 약손이 좍좍 기지개를 켜며 잠을 떨쳐 냈다.
“더 자면 안 돼요. 오늘은 중궁전에 문안 인사드리러 가야 되고, 또 그다음엔 종친회 다과 모임에도 참여해야 되거든요.”
히익! 그리 할 일이 많단 말이냐? 그냥 약손은 햇볕이나 쬐고, 맛난 음식이나 골고루 먹으며 살길 바랐는데, 이유는 못내 미안해졌다. 게다가 종친부 다과 모임이라니. 촌수로 따지면 약손에게 할머님, 시어머님, 큰어머님, 작은어머님 등등 온갖 시가 어른들을 만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집안의 여식들인 종친회 여인들의 등쌀이 보통이 아닐 텐데…… 우리 약손이 괜히 모임 가서 시집살이하는 것 아니야?
‘이보게 의빈, 얼음 꽝꽝 얼어붙은 시냇가에 가서 빨래를 해오게.’
‘해가 지기 전까지 밑 빠진 독에 물을 한가득 담아 놓아.’
‘나무 호미 줄 테니까 저 넓은 밭의 김을 모두 매놓도록!’
이유의 상상 속에서 종친부 여인들이 못된 명령을 줄줄 내렸다. 아마 약손은 천성이 맹물 같고, 순둥이 같고, 세상 물정 모르는 망충이니깐 그 흔한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시키는 일 족족 할지도 몰랐다. 곧 상상 속의 약손은 찬물에 빨래를 하다가 열 손가락이 꽁꽁 얼었고, 밑 빠진 독 앞에서 엉엉 울었고, 나무 호미로 밭을 매다가 픽 고꾸라진 상태 그대로 죽어 버렸다.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이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혼인한 약손인데, 어떻게 다시 만난 내 작고 소중한 약손인데, 그 험한 꼴을 보게 해? 이유가 약손을 제 품에 꼭 끌어안았다.
“약손아, 안 된다! 그 꼴은 내가 절대 못 봐!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씀이세요. 아직 잠이 덜 깨셨나……. 저 숨 못 쉬겠어요! 이것 좀 놓으세요!”
덕분에 목이 졸린 약손은 켁켁 기침을 터뜨려야만 했다.
“오늘 문안은 거르렴.”
“안 돼요! 벌써 며칠째입니까? 중전마마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저 진짜 혼나요.”
“혼나다니! 누가 누굴 혼내? 중전은 그럴 사람 아니야. 내가 잘 말해 줄게.”
“……정말요?”
약손은 저도 모르게 혹하고 말았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꼭두새벽에 일어나 이른 아침부터 문안 가는 일은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던가. 게다가 약손은 유독 아침잠이 많은 축에 속하기도 했다. 중전은 화 안 낸다, 내가 말하면 중전도 별 내색 않을 거다, 그러니까 문안 가지 말고 우리 그냥 단둘이 이러고 놀자…….
결국 속셈은 약손과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이유의 속삭임은 마냥 달콤했다.
그럼, 주상 전하 믿고 오늘도 아침 문안 걸러 볼까……?
제발 저 좀 놓아 달라는 약손의 파닥거림이 멈췄다. 약손이 스르륵 기대듯 이유의 품에 안겼다.
방 바깥에서는 어흠어흠 헛기침 소리가 더욱 요란해졌다. 하지만 둘은 상관하지 않았다. 한창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 아니던가? 멀쩡히 있다가 눈만 맞아도, 옷깃만 스쳐도 한바탕 난리 난리가 일어나는 시기.
“약손아! 약손아! 간지럽다! 거긴 안 돼!”
“어허! 주상 전하! 가만있지 못하겠습니까? 이러면 전하만 더 힘들어집니다.”
거긴 안 된다, 된다, 하지 마라, 해도 된다…….
들창 바깥으로 둘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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