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에 스포일(Spoil)이라는 말이 있다. ‘망치다’, ‘버려놓다’, ‘못 쓰게 만들다’라는 뜻인데 아이에게 쓰면 ‘응석받이로 키우다’라는 의미다. 미국 육아 서적에도 자주 나온다. 이는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스포일시키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육아 교육 웹사이트 ‘iMOM.com’은 ‘아이를 망치는 7가지 방법(7 Ways to Spoil Your Children)’을 소개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한국 엄마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아이를 망치는 방법’으로 나와 있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어지른 장난감을 치워주거나 “너 한 번 더 그러면 혼난다” 하고는 실천하지 않았던 것, 아이가 버릇없이 굴어도 ‘어리니까 그렇지’라며 이해했던 것 모두 아이를 망치는 방법이었다. 미국 친구들의 육아 방식을 보면 뭔가 다르긴 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 아이에게 허용하는 범위,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방법 등 작은 것들이 모여 큰 차이를 빚어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iMOM.com에서 소개한 ‘아이를 망치는 7가지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아이가 어지른 것을 대신 치워주세요.
2. 아이가 버릇없이 말해도 이해하고, 당신의 상사처럼 대해주세요.
3. 아이가 달라는 것은 다 주세요.
4. 아이가 안 하고 싶다는 것은 쉽게 포기하게 하세요.
5.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아이들이 다 그렇지’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6. 당신이 말한 훈육 규칙을 지키지 마세요.
7.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해주세요.
---「아이를 망칠 수 있는 7가지 흔한 방법」 중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가 학년 중간 성적표를 받아왔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아이가 좋은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Citizen’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성적표라고 하면 본래 ‘위 사람은 성실하고……’ 또는 ‘타의 모범이 되고……’, ‘밝고 명랑하며……’ 등으로 시작하는 것 아니던가. 유치원 성적표에 등장한 Citizen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미국 사회가 지향하는 어떤 ‘정신’이 Citizen이라는 단어에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교육부 자료를 중심으로 미국 엄마들은 물론 미국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10가지 인성(Character)을 정리해보면 동정심(Compassion), 정직(Honesty), 공정성(Fairness), 자기 수련(Self-Discipline), 판단력(Good Judgment), 타인 존중(Respect for Others), 자기 존중(Self-Respect), 용기(Courage), 책임감(Responsibility), 시민 의식(Citizenship)과 애국심(Patriotism)이다. 좋은 시민이란 자기가 속한 사회와 나라를 위해 자신이 가진 유무형의 것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국 사람들이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그리고 세계 최강국 국민답게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미국 아이들은 꿈이 크다. 이들에게 미국 최고가 된다는 것은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자유도 존중한다. 개인이 중요한 동시에 공동체도 중요하다. 미국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누리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시민 의식을 강조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평등에는 존중이 따른다는 미국적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책임감 있는 시민에게 필요한 10가지 인성」 중에서
미국에는 다양한 학교들이 있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독서다. 글을 읽는 능력은 모든 과목의 학습과 직결된다. 아무리 수학을 잘해도 문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틀린 답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배움을 처음 시작하는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독서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는 도서관이 있으며, 1학년도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교육을 받는다. 교사가 직접 교실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수년에 걸쳐 만든 자신만의 서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이다. 독서 교육을 중시하다 보니 아이들의 독서 능력을 전문적으로 측정하고 가르치는 전문 교사를 둔 학교도 있다. 독서 전문가(Reading Specialist)라고 부르는 이들은 학교나 교육구 소속으로 일하면서 독서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도와준다. 학생마다 독서 카드를 만들고,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소그룹이나 개별적으로 지도한다. 독서 전문가들은 교사를 상대로 독서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대한 교육 방법을 전수하기도 한다.
---「페어링 앤드 셰어링: 미국 학교의 독서 교육법」 중에서
평등과 기회를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분명 특권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는다. 실제로 대대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자녀를 뜻하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는 영어 표현이 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수저 계급론의 효시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엘리트 코스는 일반적으로 ‘보딩 스쿨(Boarding School: 사립 기숙학교)’에서 ‘아이비리그’로 이어지는 길을 뜻한다. 한국에서 ‘톱 10 보딩’으로 부르는 동부의 명문 보딩 스쿨을 졸업하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중 한 곳으로 진학하는 코스다. 한국으로 따지면 특목고 출신이 대부분 스카이(SKY)로 진학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교육 정보 분석 전문 기관 니치(Niche)가 2018년 최고의 보딩 스쿨 순위를 발표했는데,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ips Academy Andover)가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Philips Exeter Academy)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다른 조사에서는 필립스 엑서터 아카데미가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다. 미국 최고의 보딩 스쿨 명성을 이 두 곳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 엘리트 교육은 보딩 스쿨과 아이비리그」 중에서
[인사이드 사이언스(Inside Science)]는 미국이 노벨상 최다 수상국이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은 3가지로 분석했다. 키워드는 기본(Basic), 자유(Freedom), 인내(Patience)이다. 미국은 20세기 중반부터 기초과학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학자들의 학문적 자유를 보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의 연구 결과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사실 이 3가지 키워드는 미국의 자녀 양육이나 교육에서 똑같이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미국에선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보다 기본을 탄탄히 하는 교육에 힘쓴다. 미국 엄마들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모두 마찬가지다. 알파벳을 읽는 것보다 매직 워드를 익히는 것이 먼저고, 단순 암기보다 원리 이해가 먼저다. 딸아이의 초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어떤 학교가 좋을지 고민한 적이 있다. 미국인 친구는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딱 2가지라고 했다. 인성 교육과 지적 호기심. 즉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와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2가지만 알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면 중·고등학교에 가서 많은 것을 스스로 해낸다는 것이다. 결국 공부와 삶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곳이 초등학교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미국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미술이나 음악 학원에서 배우는 것을 보면 마음대로 그리고, 마음대로 춤추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정해진 규칙만 지킨다면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정말 잘했다”, “정말 멋있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표현하며 아이들은 독창성과 창의력을 키워간다.
---「기본, 자유, 인내가 노벨상으로 이어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