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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사귀다

그늘과 사귀다

걷는사람 다;시-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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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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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18g | 125*200*20mm
ISBN13 9791189128234
ISBN10 118912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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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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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편들은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서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는다. 이 과묵한 리듬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죽음을, 죽음의 내부에서 또 부활하는 형용모순의 생명들을 근근이, 유려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변주한다. 그것은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막다른 곳에서 서서히 허물어지면서, 허물어짐으로써, 허물어지기 때문에 버티어내는 자의 강인함이다. 이 허물어지는 자의 강인함을 금강 로켓이라고 부르자. 금강 로켓은 저 육친들의 뼈아픈 죽음을 태운 관의 이름이지만, 그것은 또 사활(死活)과 재활(再活)을 건너 식은 밥처럼 처연히 부활(復活)하는 뭇 생명들의 거처이기도 하다. 이제 호두나무가 제 그늘의 키를 다섯 배로 늘이는 시간에, 비어 있는 것과 가득 찬 것이 구분되지 않는 유현한 시간에, 우리는 이 저음의 시인을 따라 한 잔의 술을 마시도록 하자. 음복하듯이, 탁발하듯이, 금강 로켓의 영원회귀를 떠올리는 한 사내의 무심결과 더불어.
- 이장욱 (시인)
"우동 그릇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걸 피하듯/어떤 과열을 지닌 생을/나는 두려워했다/지겨워했다/사라지기 직전의/저 시린 얼음산으로 갈 수 있을까"(「얼음산」)…… 이 시집의 정신들은 올곧게 이 '얼음산'을 향하고 있다. 얼음산과 대비하여 어느 생인들 천박스럽지 않으랴. 또 어느 생인들 얼음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면 장엄하지 않으랴. 이영광의 시편들은 생의 남루와 장엄을 뒤섞으며 비애의 과열을 힘겹게 피한다. 하여 그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다. "물로는 도려낼 수 없는 흉터"(「흉터」)로 점철된 몸의 처절함, 그 흉터마다 고인 곡진했던 시간의 핏물을 찍어보면서 시인은 결국 목숨의 측은함을 꿰뚫는 시선을 얻었으리라. 때문에 시집 도처의 죽음들은 편안하게 "제상은 그의 돌상,/뼈에 붙은 젖을 물려주고/숟가락 쥐여주고/늙은 집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를 키우리라"(「음복」)는 넉넉한 목소리 안에 누워 있다. 비애의 구구한 내력이 아닌 이미 얼음산 위에 올라앉은 투명한 비애를 쪼개어 보여주는 한 편 한 편에서 이 땅,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우리는 만날 것이다.
- 한영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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