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우리 반 선생님은 날 싫어해! 맨날 나만 혼내. 친구한테 연필을 빌려도 혼내고, 오늘은 학교에서 뛰었다고 혼냈어.” 그러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 말을 듣자마자 영미의 아빠는 우람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달려와 야단법석을 떤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모를 ‘몬스터 부모’라고 한다. 영미의 아빠도 안와전두엽이 미숙하기는 마찬가지다. 영미의 평소 행실로 보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은 걸 알면서도, 영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학교로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이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 힘을 얻었다. 안와전두엽이 미숙한 사람의 특징은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면 더 강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선생님을 보고는 점점 큰소리를 냈고, 교감이 오는 걸 보고 서서히 목소리를 줄인 것이다. --- p.22
안와전두엽은 만 3세에 완성되며, 이를 바탕으로 만 6세에는 자기조절 능력까지 완성된다. 초등 고학년 아이에게 몬스터 성향이 보인다면 사실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억누를 수는 있지만 바꾸기는 힘들다. 변화를 꾀한다면 여기서부터는 의료계와 공권력의 영역이지 학교와 교사의 영역은 아니다. 선생님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도 미국처럼 의사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몬스터 부모와 몬스터 학생에게 강력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p.30
상호의 행동은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 증상의 정확한 명칭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사실 초등학교 연령대 아이들 5~7% 정도가 앓고 있는 흔한 증상이다.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산만해서 수업 시간에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이유 없이 친구를 괴롭히기도 한다. 다행히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면 ADHD 증상의 60% 정도가 감소한다. 그러나 15~20%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증상이 평생 지속한다. ADHD를 제때 치료받지 못한 아이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학업 성적이 떨어지고, 어른들의 잦은 지적과 또래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우울증, 반항 장애와 같은 정신 병리나 행동장애를 겪을 수 있고, 비행 청소년이 될 우려도 높다. 실제 ADHD 증상이 있는 비행청소년의 비율이 정상 아동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p.35
사람은 원래가 충동적이고 산만하다. 그 충동적이고 산만한 욕구를 눌러주는 곳이 바로 뇌의 앞부분 전두엽이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연구팀은 5~8세 남녀 어린이 300명을 대상으로 MRI를 이용해 뇌를 측정했고, 그 결과 ADHD 아동은 정상 아동에 비해 뇌의 크기가 평균 3~4% 작을뿐 아니라 전두엽, 대뇌기저핵, 소뇌 등도 작았다고 한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필립 쇼(P. Shaw) 박사는 ‘ADHD 아동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정상적인 아이보다 3년 정도 늦게 발달한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ADHD 아동은 정상의 아이에 비해 전두엽의 두께가 얇고, 뇌가 두꺼워지는 속도도 3년 정도 늦는 것에 반해 운동에 관여하는 뇌는 오히려 보통 아이보다 더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산만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p.36
뇌의 신경회로는 만 10세 이전에 상당 부분 형성되기 때문에 게임을 중·고등 시기에 시작하면 어지간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잠깐 게임에 중독되더라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뇌 발육기인 초등학교 저학년에 게임을 시작한 아이는 중·고등 시기에 시작한 아이와 뇌 신경회로부터가 다르다. 뇌 신경회로가 게임 화면의 강렬한 화상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 시각계의 신경회로 활동이 너무 강해서 이성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전두엽(3층 인간의 뇌)의 뇌세포 활동이 거의 정지해버린다는 연구도 있다. 전두엽이 거의 정지된 채 기계적인 손동작만을 하는 아이들은 욕구를 자제하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 p.54
동현이는 일단 말을 뱉어 놓고 시작한다. 선생님과 논쟁이 붙으면 자신은 잃을 게 없지만, 선생님은 심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선생님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소모적인 논쟁에서 이겨봐야 본전도 못 찾고, 지면 실력 없는 선생님으로 낙인찍혀 아이들로부터 존경심을 잃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반항적인 아이는 빈번하게 감정이 폭발하고, 주변 사람들과 과도한 언쟁을 하여, 개인과 공동체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반항의 이유는 ‘나를 두려워하는 엄마, 나를 방치한 엄마, 폭행을 일삼는 아빠, 과도한 체벌과 억압, 부모의 게임 중독과 약물중독, 부모의 외도, 부모의 무관심, 과잉 칭찬, 엄마의 우울증’에 대한 경험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잘못된 경험이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로 8세 전에 발생해 14~15세 정도에 발현하는 반항 장애는 사춘기의 일시적 반항과는 전혀 다르다. 반항 장애를 방치할 경우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발전할 수 있고, 심하면 청소년 범죄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 p.63
꾸물거리는 아이에게 뭔가 좋은 변화를 가하고 싶다면 부모님과 선생님은 아이의 기수와 코끼리 모두에게 자극을 줘야 한다. 기수에 게는 올바른 방향과 미래를 제시하고, 코끼리에게는 의욕과 동기를 제공해야만 한다. 만약 기수에게만 힘을 실어 준다면 기수는 생각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코끼리에게만 힘을 실어준다면 코끼리는 방향성 없이 주변만 떠돌 것이다. 기수와 코끼리를 함께 움직이게 해야 비로소 변화를 맛볼 수 있다. --- p.80
코끼리가 기수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코끼리는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을 주어야지만 움직인다. 힘으로는 코끼리를 이길수조차 없다. 동규처럼 이런 게으른 코끼리를 가진 아이를 움직일 수 있는 공부법이 있다. 바로 ‘5분 공부법’이다.5분 공부법은 일단 방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어떤 일이 있어도 5분 동안은 숙제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5분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건 바로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하는 데 의미가 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듯이, 인간의 행동도 시작이 가장 힘들다. 일단 이륙한 비행기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 목적지까지 날아가는 것처럼, 한번 시작한 숙제는 웬만하면 끝내게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부터 할지 정해주고, 의자에 앉자마자 5분 동안 공부하게 하자. --- p.82
많은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을 부러워한다.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고 ‘집중력 + 바른 공부법 + 노력 +인내’라는 고도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제대로 된 공부법을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공부법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노력을 얻기 위해서는 게으름을 떨쳐내고, 인내를 얻기 위해서는 성급함을 버려야 한다.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집중력을 얻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산만함을 포기해야 한다. --- p.91
17년간 가르친 아이 중에 가장 머리가 좋은 희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위에서 말한 지연이보다 IQ가 높았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2년간 가르친 아이인데 지방의 간호전문대를 갔다. 하버드 의과대학원을 가고도 남을 지능으로 전문대를 간 것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어느 노벨상 수상자는 “내가 만일 초등학교 때 나의 IQ를 알았더라면 과학자가 되길 포기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즉 IQ와 공부는 별개이고, 지능을 칭찬받은 아이는 공부를 못한다. --- p.98
만 2세만 되어도 아이는 진짜 칭찬과 가짜 칭찬을 구별할 수 있다. 아이는 자기가 한 일이 진심으로 칭찬받을 일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과장된 칭찬을 받은 아이는 “그리 똑똑한 아이가 아닌데 자꾸 똑똑하다고 하니까 뭔가 믿음이 안 가고 더는 노력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도 칭찬 속에 숨은 부모의 의도를 다 알고 있다. 입에 발리고 뻔한 “정말 똑똑해”와 같은 아부성 칭찬이 아니라, 자녀가 한 행동이 진정으로 칭찬받을 가치가 있는 행동이고 그에 대한 부모의 진심 어린 칭찬이 주어졌을 때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더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자녀의 양육에는 항상 칭찬과 꾸중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 p.103
글을 소리 내서 읽고 손으로 쓴다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용할까 먼저 눈으로 보기만 할 때는, 눈으로 본 것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부위인 ‘후두엽’이 주로 움직인다. 그 외에 뇌의 CEO인‘전두엽’과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베르니케 영역’도 일부 활성화한다. 말 그대로‘일부만’활성화한다.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을 소리 내서 읽고 손으로 쓰면, 우선 눈으로 본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후두엽이 활성화하고, 손의 운동에 명령을 내리는 전두엽에 정보가 전달된다. 그러면 전두엽이 활성화하고,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장소인 좌측두엽은 더욱 활성화한다. --- p.114
내가 잠자기 40분 전에 요약 노트를 보게 한 이유는 젠킨스와 달엔바흐의 이론에 따른다. 젠킨스는 ‘공부한 뒤에 바로 자면 기억량이 많아진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보통 깨어 있으면 8시간 뒤에 90%를 잊어버리지만, 곧바로 자서 8시간 후에 일어나면 50%정도밖에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공부하고 바로 자면 기억량이 늘어날까? 그 이유는 바로 수면 중에도 인간의 대뇌는 활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잠을 자면 해마에서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과정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뇌 속에 저장하고 쓸모없는 것은 지워버린다. 해마가 쓸모 있는 정보라고 가장 많이 판단할 때가 바로 취침전 30분 동안이다. 그래서 취침 30분 전을 ‘학습의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 p.147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는다고 칭찬해서는 안 된다. 어떤 부모는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는데, 잘못된 독서 교육법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칭찬하면 아이들은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읽기 쉬운 책을 선택하고, 빠르게, 대충 읽는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도 없다. 열 권의 책을 한 번씩 보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열 번 보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다. --- p.161
운전하면서 통화하고,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고, 친구와 마주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업무 중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여러 가지를 한다. 이렇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한다. 뇌가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정보에만 반응한다는 뜻이다. 특히 어릴 때 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영상매체의 강한 자극과 강렬한 이미지에 중독된다. 그 때문에 웬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역동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자극에만 반응하게 된 것이다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