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신체가 생긴다면, 여러분은 무얼 갖고 싶나요?”
“저는 인공 손이요. 손가락이 저렇게 빠르면 컴퓨터 게임 같은 것은 문제도 없겠는데요.”
“인공 다리만 있으면 차도 필요 없어요. 자동차보다 빠르니까요.”
“인공 눈에 카메라 렌즈를 달면, 멀리 있는 것도 당겨서 보고 사진도 찍고요!”
“인공 귀와 인공 입에다 자동 번역기를 다는 거예요. 영어도 우리말로 들리고, 내가 하는 말도 영어가 되는 거예요. 이제 영어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말씀!”
인공 신체라는 말 하나에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었다. 선생님이 이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말이야. 몸을 모두 인공 신체로 교체한 사람을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은 인간일까, 기계일까?”
“그래도 사람이죠. 인공 신체라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의 마음을 가졌잖아요.”
“신체가 모두 기계 장치로 바뀌면 무얼 가지고 인간이라고 할 수 있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이 있을까?”
선생님은 〈공각기동대〉라는 만화 영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주인공 쿠사나기는 뇌를 제외하고 모든 신체를 기계로 대체한 사이보그 인간인데,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 칩에 이식하고 인공 신체로 몸만 교체해서 영원히 사는 인간이 탄생할 거라고 예측했어. 미래에는 인간의 몸을 100퍼센트 인공 신체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거지?”
인공 신체를 상상할 때는 신났지만, 막상 내 몸에 인공 신체를 단다고 하니 낯설었다. 정말 미래 사회가 되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사이보그가 될 것인가, 인간으로 남아 주어진 생명을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본문 중에서
인디언이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하는데 필요한 의식과 절차가 이렇게 까다로운지 몰랐다.
“베어 하트! 그냥 사슴 한 마리일 뿐이잖아요. 생명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솔직히 동물도 소중하지만, 인간이 동물을 사냥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인디언이 사슴에게 이러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지? 용아는! 인간이 동물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그래서 인간을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고.”
베어 하트는 말하지도 않은 내 생각을 그대로 읽어 버렸다.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 인간이 동물보다 더 소중하지?”
베어 하트가 이렇게 묻자, 나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너는 인간이 동물보다 높은 자리에 있고, 동물은 인간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나는 인간과 동물은 서로 돕는 관계이고, 동물은 인간의 친구고 형제라고 생각한다.”
베어 하트는 동물이 인디언의 형제이기 때문에, 형제에게 하듯이 예의를 표시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동물이 인간을 위해 생명을 내어 주듯, 인간도 동물을 위해 생명을 내어 주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은 생명이라는 큰 순환 가운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누가 높은 자리에 있고, 누가 낮은 자리에 있는지 차별이 없다는 거다. 한마디로 인간과 동물의 생명은 동등하다!--- 본문 중에서
“로이, 그러면 앞으로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까요?”
“고기를 먹을 것인가, 안 먹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동물을 대하는 태도야.”
“인간이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으로 생각한다면, 동물에게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겠지요.”
“고기가 되기 위해 사육되는 동물 말고도, 이 사회에서 동물의 처지는 다를 바가 없어. 실험 동물, 구경거리 동물, 심지어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야. 인간에게 동물은 고기이거나, 실험 도구이거나, 구경거리이거나, 장난감이지 결코 생명이 아니다.”
“실험 동물은 생쥐 같은 거 말인가요?”
“그래, 인간 대신 실험 대상이 되는 실험 동물은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실험 도구가 되지. 암세포를 가지고 태어난 실험용 생쥐, 화장품 개발을 위해 독성 물질을 눈과 피부에 바르는 실험용 토끼를 포함해서 기니피그, 햄스터, 개나 고양이 등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실험 대상이야. 매년 세계 6억 마리, 우리나라 600만 마리의 동물이 실험 도구로 살다가 죽어가지.”--- 본문 중에서
“로이! 킬러 로봇이 사람을 죽이고, 산업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고, 언젠가 인공 지능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니…….”
“나는 킬러 로봇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해.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로봇을 이용해 사람을 죽이는 거지! 그리고 인공 지능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로이의 말은 이랬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간을 지배한다면, 그것은 그런 식으로 기계를 작동하게 한 인간의 문제이지 기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인공 지능, 인터넷을 장악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국가와 돈을 가진 자본가다. 이들이 인류 전체가 아니라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기계를 사용하게 될 때, 기계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인류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회사는 방사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면 기계를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니면 기계의 발전을 막아야 할까요? 로이!”--- 본문 중에서
“그런데, 인공 지능이나 자동 기계가 이전 사회에서는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역할을 했지. 그런데 여기서는 인간이 먹고사는 데 시간을 덜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도와주지. 이런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도 그렇지만! 이전 사회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처럼 인간이나 자연을 해치는 데 기계를 사용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막는 데,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그래요.”
“그런데 말이야. 왜 같은 기계가 다르게 사용될까?”
스피노자는 내가 이해하기 쉽게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기계를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기계를 자연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자연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기계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자본주의 사회와 공동체 사회가 다른 원리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전 사회는 더 많은 이익을 목표로 운영되지만, 공동체 사회는 공동체 전체를 위해 운영된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과 기계까지 포함하는 공동체 전체 말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