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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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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10g | 128*188*30mm
ISBN13 9791188285631
ISBN10 118828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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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펴.”
카터는 얌전히 양쪽 엄지를 세우다가 무니의 속내를 간파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무니가 가죽끈을 엄지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사이에 댄 후 버클을 단단히 조였다. 가죽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1센티미터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니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스툴을 발로 차.”
카터는 제법 높이 매달린 탓에 까치발이 들린 상태라 스툴을 찰 수 없었다.
무니가 스툴을 찼다. 스툴이 카터가 매달린 지점에서 2미터 앞으로 날아가 나뒹굴었다. 카터가 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손가락이 뽑히는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양쪽 엄지로 피가 급속히 쏠렸다. 뒤에서 교도관의 주먹이 날아올 것만 같았다. --- p.13

카터는 병사에 들어온 지 이틀 만에 붕대를 풀었다. 퉁퉁 부은 양쪽 엄지가 밝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기 엄지 같지 않았다. 자기 손에 달린 엄지 같지가 않았다. 엄지의 살에 비해 손톱이 너무 작아 보였다. 통증은 여전했다. 네 시간 간격으로 모르핀 주사를 맞으면서도 더 맞고 싶었다. 카터는 의사가 안심시키려 노력하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의사의 이름은 스티븐 카시니 박사였다. --- p.20

“모르핀을 쉽게 구할 수가 없잖아요. 잘 알겠지만.” 카시니 박사가 건조하게 말했다.
“압니다. 다른 약으로 바꿔주신다면서요.”
“새로 바꾸는 약은 모르핀만큼 효과가 좋지 않을 텐데요.” 카시니 박사가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었다.
박사는 모르핀 중독자가 아닐까, 카터는 의심이 들었다. 전에도 비슷한 생각이 스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았다. 보아하니 카시니 박사가 그에게 모르핀을 계속 맞으라고 부추기는 것 같았다. 자기처럼 카터도 중독되라고 권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약을 바꿔보려고요.” 카터는 대꾸한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 --- p.56

“헤이즐을 사랑합니다. 그렇다 한들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뭘 해보려고 하지도 않지만요.”
“헤이즐에게 말씀하셨나요?”
“네. 헤이즐이 말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더는 안 만나는 편이 낫겠다면서 속상해했어요. 그런 것 같더라고요.” 설리번이 카터를 힐끔거리며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저도 고백한 걸 후회합니다.”
카터는 설리번의 얼굴에 시선을 그대로 두었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죠. 다시는 그 말을 꺼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전 여전히 헤이즐을 보는 게 좋습니다.”
“그렇군요.” 카터는 설리번을 아예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언제라도 터질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음을 깨달았다. --- p.91

“내가 진지하게 말하는데, 설리번을 제거해도 합법적으로 처벌을 면할 사람은 자네뿐이야.” 가윌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카터가 인상을 찌푸리며 웃었다. “전과자인데도요?”
“그럴 권리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지.”
“그건 텍사스에서만 통하는 법 아닙니까?”
가윌이 몸을 뒤로 빼며 한 손으로 입을 문질렀다. “내 지인이 저지른 것처럼 꾸미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럼 경찰이 자넬 어쩌지 못하겠지. 자네가 의심은 받겠지만……” 가윌이 말꼬리를 흐렸다.
가윌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카터의 눈앞에 자신이 설리번의 울대뼈를 손날로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알렉스한테 배운 ‘한 방에 보내는 기술’이었다.
“다시 생각해 봐, 필립. 우리 둘이서 뭔가 할 수 있어. 자네한텐 명분이 있다니까. 자네가 죽이기 전까진 두 사람을 말리지 못한다는 거 알잖나.”
“그건 당신한테 맡기죠.” 카터는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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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미스는 악이 존재한다는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전파한다. 하이스미스의 천재적 글쓰기는 대단히 충격적이며 동시에 짜릿하다.
- 보스턴 피닉스
하이스미스를 스릴러 작가라고 칭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문체에 질감이 느껴지고 심리적으로 깊이가 있으며 넋을 빼놓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힌다.
- 선데이 타임스 (런던)
서스펜스 소설 작가로서 하이스미스의 재능은 이 은밀한 욕구가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넘나드는지 보여주는 데에 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위스키처럼 하이스미스는 매끄럽게 우리를 유혹해 눈멀게 한 후 종국엔 더욱 어두운 땅으로 끌고 들어간다.
- 커머셜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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