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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여자

없는 여자

최진욱 | 청어 | 2019년 0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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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66g | 128*188*20mm
ISBN13 9791158606169
ISBN10 115860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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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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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써보자고 중론이 모아졌다. 다들 이견 없이 찬성 하는 분위기라, 그도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주제다. 인류에게 모태란 신성한 것이다. 모성은 어떤 것도 범접해선 안 되는 불가침이니까.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바다가 된 다. 노래방에서도 엔딩은 ‘불효자가 웁니다’ 류가 꽤 많은 퍼센트를 차지한다. 너도나도 불효자가 되어 어머니를 목이 터 져라 부르고 나면, 효자는 물론 진짜 불효자들도 일종의 면죄부를 득한다. 이렇게 면죄부를 득한 불효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불나방처럼 유흥을 쫓아간다. 하룻밤 지친 욕정을 쏟아 넣을 구멍을 찾아서…….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어머니의 자궁은 언제나 불가침이다.
“이번 우리 동인지의 주제는 어머니로 합시다. 다른 의견 없죠?”
소설 동인 ‘맥’의 곽 회장이 주제를 정했고, 동인 7명 전원 이 동의했다. 엄마 없이 태어난 생명체가 어디 있으랴. 모성 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풍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이고, 그러므로 문학이나 예술의 숱한 모티프가 되었다. 그를 포함한 7인은 주제를 정하고 나서 어둠이 살짝 걸치기 시 작한 거리로 나섰다. 가을이 쏟아지고 있는 거리는 야릇하게 을씨년스러운 쾌감을 느끼게 했다.
“회장님, 이런 날씨엔…….”
종로에서 포목상을 크게 하는 속이 꽉 찬 알부자 조상호가 술잔 꺾는 시늉을 맛깔스럽게 내면서 막 터지기 시작한 가을 냄새와 함께 유혹한다.
“그럽시다.”
곽 회장이 시원하게 대답하고 나서 좌중을 둘러본다. 그러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조상호를 뺀 나머지들의 주머니 사정은 안 들여다봐도 뻔하다. 다들 알바로 버티면서 문학이랍시고 붙들고 있는 이름 없는 글쟁이들이니까. 그나 마 사립 대학교 교수로 퇴직한 곽 회장은 매달 나오는 연금 이 효자다.
---「엄마를, 쓰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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