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교수는 막 끄집어낸 대뇌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생에게 건넨다. 손바닥 위에 살짝 놓는 것이다. 받은 학생은 재빨리 관찰하고 다음 학생에게 넘긴다. 그것을 되풀이하면서 차츰 우리 차례가 돌아온다. 자, 다음은 내 차례라고 상상해보기 바란다. 비장과 간, 심장을 관찰했을 때와 같은 태도로 대뇌를 살펴보고 다음 학생에게 넘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멈칫하고서 “지금부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축축한 젤리 모양의 물질이 내가 가진 우주와 같은 정도의 광대한 우주를 품고 있었다!”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손바닥에 무게를 느끼게 하면서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것 ― 지식, 기억, 상상, 꿈 등 모든 것 ― 이 들어있는 것은 그 기묘하게 굴러다니고 있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받았다 넘겨주었다 할 수 있는 ‘물건’인 것이다. --- p.26
이쯤에서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인공 기기를 심장이나 콩팥 대신 붙일 때에는 과학을 신용한다. 그런데 그것이 뇌라면 “헛소리하지 마세요!”라고 한다. 왜 그럴까? 뇌 속에 있는 1000억 개나 되는 신경세포 각각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두 모았더라도, 뇌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적절한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리학자를 괴롭히는 의문은 이 점에 있다. 그것은 고대 천문학자의 괴로움과 거의 비슷하다. 별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기록하는 데 평생을 다 바쳐도, 그 움직임이 어떤 일반적인 법칙을 따르느냐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 p.54
하지만 자고 있을 때에도 뇌는 쉬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뇌는 전혀 쉰 적이 없었던 것이다! 또는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은 쉬지 않았던 것이다. 나오는 전기 신호의 수로 말하면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중 태반이 자고 있을 때나 깨어있을 때 모두 같은 정도로 활발했다고 알려졌다. 기묘하다 싶겠지만, 이 사실은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몇 가지 단발적인 예를 제외하면 15년 전까지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자고 있을 때 자발적으로 내는 전기 신호의 수와, 깨어있을 때의 그것을 비교해보자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적?기술적 이유에 의해 ― 또는 단지 연구 경향의 문제 때문에 ― 뇌의 자발적 활동을 조사하기보다 자극에 대한 활동을 하는 쪽이 훨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2000년대에 돌입하려던 때에 밝혀진 것은 무엇일까? --- p.97
뇌량, 즉 대뇌피질의 두 반구를 연결하는 2억 가닥의 섬유 같은 존재가 소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소뇌 오른쪽에 가득 차있는 400억 개의 신경세포는 소뇌 왼쪽에 가득 차있는 400억 개의 신경세포의 세계와는 관련이 없다. 소뇌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태어났을 때부터 분리뇌 환자 같은 존재다. 이 사실을 앞에 두었을 때 곧 누군가가 경고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은 통합에 좋지 않은 상태다!”라는 메시지가 그것이다. 400억 개라는 숫자 자체는 매우 큰 것이다. 시상?피질계 전체에 있는 신경세포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식보다도 풍부한 의식을 만들어내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수다. 아니, 의식이라기보다 ‘두 의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소뇌 반구 각각에 제각각의 의식이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아주 작은 세계’의 시점에서 세부 사항들을 관찰해 소뇌의 각 반구에 있는 신경세포끼리 서로 함께 반응하는지, 만약 반응하고 있다면 어떤 연결 방법을 취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맨손으로는 어림도 없다. 훨씬 정밀한 기기, 예를 들면 신경 해부용 도구 같은 것이 필요하다 --- p.143
꿈은 깊은 잠에 따르는 ‘무無’를 다양한 때마다 돌파해 잠이 얕아지는 수면 막바지에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꿈을 꾸는 것은 렘수면이라는 특정한 때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렘수면 중에는 깊은 수면 때와 달리 눈에 보이는 생리학적 변화가 몇 가지 일어난다. 예를 들면 자글자글한 파장이 뇌파도에 보이며, 그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거나 주변 근육의 긴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일종의 ‘일시적 마비’). 그리고 렘수면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안구의 재빠른 움직임이다. 이 특이한 단계에 있는 사람을 깨우면, 반드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게 된다. 정도는 다르지만 대체로 오래 전개되는 기묘한 경험을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전체가 왜 렘수면 중에 없어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바깥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뇌’에서 왜 세계가 꿈이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약간 마비된 채 의식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 사람의 의식도, 시상?피질계가 정보통합 능력을 되찾을 수 있으면 되살아난다 ― 정보통합 이론의 생각에 의하면 이렇게 예상할 수 있다.. --- p.195
뇌화지수를 사용해, 또는 똑같은 단위를 사용해 동물 각각의 의식 수준을 양적으로 포착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것은 무리인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인간의 시상?피질계에 있는 200억 개의 신경세포는 소뇌의 800억 개의 신경세포보다 의식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경세포의 개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조직됐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코끼리의 대뇌에 있는 200억 개의 신경세포는 의식의 발생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소뇌에 있는 800억 개의 신경세포보다 중요할까? 개의 대뇌피질에 있는 1억 6000만 개의 신경세포와, 문어의 뇌에 있는 3억 개의 신경세포들 중 어느 것이 더 의식의 발생에 공헌할까? 신경세포의 조직 방법에는 공통된 원칙이 보이지만, 신경세포와 그것에 접속하는 섬유로 이루어지는 조직은 동물마다 다르다. 사람의 신경계는 돌고래의 그것과는 다르고, 돌고래의 신경계는 앵무새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며, 앵무새의 것은 그것대로 물고기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다른 것들의 가장 두드러진 예는 문어의 뇌다. 신경세포의 실로 3분의2가 주변적인 위치, 즉 더듬이 안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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