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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애상

빠리의 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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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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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74쪽 | 128*188*20mm
ISBN13 9791189667023
ISBN10 11896670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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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는 내게 있어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사랑하는 곳이 되었다. 또한 이곳에서 마음의 여유와 안식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나는 무척 만족을 하면서도 때론 삶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모든 것들이 이곳 생활 속에서 간간이 되살아나며 내가 버리고 온 미움의 계절마저도 그리워질 때가 있음을 느끼기도 하고,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는 것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느낌들과 감정들이 되풀이 되면서 침묵 속에 흐르는 내 영혼의 호소처럼 자그마한 이 글들이 남게 되었다.
현실과 실체는 아름답지 못하고 악의에 가득 찼다 할지라도 난 그 곳에서 꿈꿀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마음만을 건져내고 싶었다. ---「작가의 말」중에서

5월의 빠리의 어느 골목 안 풍경
찬란한 5월의 햇살이 나의 늦잠을 깨우는 아침. 신선한 꽃향기 가득 감도는 빠리의 골목 안으로 몽빠르나스(Montparnasse) 쪽에서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손풍금의 멜로디 소리. 손풍금을 타는 노인이 들려주는 멜로디는 아련한 지난날을 그립게 하는 옛 샹송들.
옛 추억에 이끌려 층층마다 창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민 빠리지엥들은 환호하며 그를 향해 동전들을 던져 주었다.
계속 손풍금을 타고 있는 노인 곁에서 한 쪽 다리를 절며 동전들을 줍고 있는 그의 부인에게로 다가가 살며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어 주며 ‘어디에서 오셨나요?’하고 내가 묻자 벨기에에서 왔다기에 난 반갑게 그곳에 갔을 때 좋았던 인상을 잠깐 얘기하고 고마워하는 그들 부부에게 행운을 빌어 주었다. 아름다운 여운을 아쉽게 남기고 서서히 멀어져가는 애잔한 그들 노부부의 뒷모습을 향해 큰 소리로 ‘본 샹스(Bonne chance, 행운을 빌어요)!’라고.
…… --- 본문 중에서


이방인의 죽음
비 내리는
빠리 당훼르-로슈로(Denfert-Rochereau) 역
달리는 지하철에 한 젊은 남자가
뛰어 들었다.
빗속을 달리던 지하철은 갑자기
멈추고 사람들은 모여들어 웅성거린다.
“이런 일은 가끔씩 있는 일이지
아마 고달픈 삶 탓이겠지.”
군중들을 쫓는 경찰의 요란한
호르라기 소리. 잠시 후 멈췄던
지하철은 빗속으로 다시 미끄러져 갔고
군중들도 다시 흩어져 각자 제 잘 길로 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늙은 거리의 악사도 다시 아코디언으로
'비의발라드(Ballade A la Pluie)'란 샹송을 켜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 ― 낯선 땅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 이방인.
세상은 그렇게도 그를 춥게 했던가?
삶은 그의 마음을 그토록 시리게 했던가?
추운 겨울은 가고 봄은 오려는데
그는 더 기다리지 못해 가버렸구나.
철로 위에 남겨진 낡은 구두 한 짝은
저렇게 비에 젖는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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