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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악녀를 알아본다

악녀는 악녀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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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600쪽 | 140*210*35mm
ISBN13 9791162464809
ISBN10 116246480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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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수인이 미아넬의 시선을 피하며 운을 뗐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자신의 의사를 보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적어도 레이시드와 관련해서 더 엮이지 않도록 말이다.
‘히시스 황자가 근처에 있었으면 이 말이 더욱 효과적일 텐데. 그가 근처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네.’
수인이 크게 아쉬워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오지도 않을 그를 계속해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히시스 황자님께 관심을 두게 되었…….”
수인은 미처 다음의 말을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비현실적인 상황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이곳은 소설 속이 맞는구나.’
수인이 속으로 나지막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이쪽으로 히시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p.63

“……거절인가.”
그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편지에 고정된 그의 눈이 제법 집요해 보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편지를 쳐다보던 그는 곧 그것을 아무렇게나 접어서 던지듯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베키니아의 얼굴이 수차례 떠올랐다 지워졌다. 그녀가 그 제안을 이렇게 쉽게 거절했다니. 그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뀐 그녀의 태도에 레이시드는 조금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제 관심을 끌어보고자 연기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그녀의 장단에 맞추어 평소보다도 더 친절하게 그녀를 대했다. 상냥한 미소와 다정한 태도를 보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그녀는 점점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듯했다.
‘정말로 다른 이를, 그것도 히시스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리 생각하고서 레이시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 베키니아가 저 아닌 다른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에게 일종의 상식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 p.104

그에게 있어서 베키니아는 하찮은 존재, 그 이상이 되지 못했다. 그를 매번 곤란하게 하고 성가시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당연히 그녀가 그에 대해 갖는 감정에 대해서 그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그녀는 그저 해충 같은 존재라 언제고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황제가 되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미아넬의 말에 힘입어 특별한 증거도 없이 베키니아를 히시스와 엮어서 반역자로 만든 짓을 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그는 그런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다정한 척 웃음을 흘려대고 있다. 달라진 베키니아의 모습에 매료되어서 말이다.
‘어쨌든 역겨운 것은, 내가 계속해서 그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손을 써야 한다는 것.’
그녀는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함께 느껴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철저하게 망가뜨려 줄게.’ --- p.176-177

수인은 몹시 어색했다. 그가 제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서 그런 것인지, 혹은 예기치 못하게 발생한 그와의 스킨십이 은연중에 자꾸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베키니아 영애.”
그때, 히시스가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수인은 긴장했다. 그가 또 어떤 말로 자신을 당황스럽게 할지 몰랐으니까.
“저를 단순히 파트너라고만 여기시는 겁니까? 이제는 다른 이들도 인정하는 연인 사이인데요.”
그가 하는 말의 내용만 듣는다면, 서로에게 흔히 해오던 방식의 농담 같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목소리가 너무나 진지했다.
“물론 그렇기야 하죠. 하지만 황자님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계약으로 엮여 있으니까요.”
수인은 허둥지둥 대꾸했다.
“……아니요. 저는 계약이 끝나더라도 영애와의 관계를 끝낼 생각은 없습니다.”
--- p.26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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