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육감을 잘 믿는다. 뒷골이 뻐근하고, 등골이 오싹하고, 가슴이 쿵쾅 뛰고, 기운이 쭉 빠지면 이를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재차 말하지만, 육감만 믿다가 '그러면 안 된다'는 경고를 무시하여 위험에 빠지는 사람을 많이 봤다.
똑똑한 사람도 겉으로 보기에 어리석은 일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바로 이러한 육감이다. 이런 위험한 행동 덕에 육감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유명세를 갖게 됐다. 그들은 신원 도용과 피싱 사기, 투자 손해, 물리적인 손해 등의 피해를 입는다. 사람들은 육감을 철저히 이용하며 심하게는 육체적인 손상까지 입힌다. 피해자들은 결국 쓸데없는 후회와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또한 '제3자의 성격과 의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그릇된 안일주의로, 사기꾼이나 아동 성추행범, 연쇄강간범, 살인범, 스토커, 폭행범, 혹은 사이코패스 등 당연히 경계해야 할 사람을 되레 믿는 경우도 허다하다.---p.15 프롤로그 중에서
그럼 본격적으로 판단력을 평가해보자. 여러분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난 후, 나중에 이를 다시 실시했을 때 판단력이 얼마만큼 진전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공책이나 컴퓨터의 문서 파일을 열어서 오늘 날짜와 각 항목을 써보라.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다시 테스트해보고 처음 것과 비교하면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A형 : 빈도가 낮을 때
기본 개념 - 평생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문제를 일컫는다.
주안점 -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행복해질 수도 있고, 맘고생만 하다가 파경과 경제적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번 있는 일이 아닌지라 불안감을 떨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필요한 지식이나 요령을 모른다면 전문가나 지인 혹은 친구 등의 의견을 참고해야 하나, 감정이 격앙되면 좋든, 나쁘든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p.144~155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나, 시선을 회피하거나, 얼굴을 손을 대거나 긁적이거나, 말과 표정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이를테면,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면서 눈살을 약간 찌푸리는 둥)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주장하는 책도 한두 권쯤 읽어봤을 것이다.
정말 그럴 수도 있지만, 보디랭귀지를 '거짓말 탐지기'처럼 활용하는 것은 마치 하늘에 뜬 별만 쳐다보며 항해하는 선장과 같다. 상대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사람은 거의 없으며, 보디랭귀지와 표정을 해독하는 것은 의외로 복잡하다. 예컨대, 시선을 피한다고 해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숫기가 없는 사람과 대면하다보면 이야기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눈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p.229
누구라도 일상에서 부딪치는 시시콜콜한 문제의 답까지 전부 머릿속에 입력해둘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위기를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장 합리적인 판단력으로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크게 다섯 가지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1. 판단력을 점검한다.
2. 위험수준을 낮춘다.
3. 주요 정보를 밝히고 포괄적인 정황에 근거하여 해석한다.
4. 듣기 및 인터뷰 기술을 계발하여 관련 정보를 입수한다.
5. 상대방의 위험수준을 분석한다.
위 다섯 가지 역량을 계발한다면 CTD에 맞닥뜨리더라도 이를 합리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FBI 프로파일러 같은 전문가가 일일이 '훈수'를 두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11장에서는 강도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결박을 풀거나 혹은 무장을 해제하는 기술 대신, 독자 여러분의 약점을 고칠 수 있는 요령을 마련해두었으니 위험수준을 키울 가능성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p.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