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도노프는 무심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페레도노프는 타인의 일에는 어떤 경우에도 관심을 갖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을 사랑해 본 적도 없고, 자기 이익에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외에는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 p.21
페레도노프는 언젠가 자신이 ‘자유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그런 책들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사상은커녕 생각 자체를 아예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책들을 소장하고 있었지만, 읽은 적은 없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손에 책이란 것을 잡아 본 지도 아주 오래되었으며, 신문조차 읽지 않아, 모든 소식은 주변에서 주워들은 것이었다. 그는 알고 싶은 것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신문 구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비웃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을 위한 시간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p.95~96
“모두 죄를 짓고, 모두 사랑하고 싶어 하지요.”
“그 젊은이는 자신의 잘못을 결혼으로 속죄할 생각인 게야!”
“결혼해서 죄를 용서받고, 싸우고 울부짖네!” --- p.153
“하느님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결국 저의 운명은 이런 슬픈 운명이군요! 아아, 한 젊은이가 아가씨를 사랑했는데, 아가씨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오, 신이여 보고 계시나요! 뭐, 좀 울고 나면 다 괜찮아지겠죠.” --- p.267
“남자에게 가장 좋은 나이는 열네 살이나 열다섯 살쯤이야!” 류드밀라가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야. 그러나 뭔가 예감하기 시작할 나이지! 이것이 바로 소년들의 가장 아름다운 점이야! 게다가 혐오스러운 수염도 없잖아! …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야! 수염 달린 사기꾼을 사랑하느니, 그 애를 사랑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워. 나는 그를 아주 순수하게 사랑한단 말이야! 그에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 p.304
그는 모든 자연이 저급한 인간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인식했다. 개개인과 개별적 존재들의 유혹에 눈이 먼 그는, 자연이 들려주는 디오니소스적이고 원초적인 기쁨을 알지 못했다. 그는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듯 눈멀고 가련한 인간이었다. --- p.387
페레도노프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도무지 세상에 진짜가 존재하기나 할까!”
페레도노프는 모든 의식적인 삶의 보편적 법칙에 따른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런 갈망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모든 사람이 대부분 그렇듯이 스스로는 사물을 인식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의 불안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을 위한 진실을 찾을 수 없어, 영원히 혼란 속에서 살다가 죽어가는 존재였던 것이다. --- p.435
그는 그녀에게 다정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부드러우면서도 쑥스러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었다. 어떻게? 그녀의 발에 입 맞출까? 길고 휘어진 나뭇가지로 그녀를 오랫동안 세게 때려 줄까? 기쁨에 못 이겨 미소를 짓거나, 아픔 때문에 울도록 말이야. 어쩌면 이것이든 저것이든 모두 원할지도 모르지만 뭔가 부족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반쯤 벗은 상태의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욕망과 부끄러움은 그들의 해방된 육체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육체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피와 육체를 그녀의 욕망과 자신의 수치심에 달콤한 제물로 바칠 것인가?
그러나 불가능한 욕망에 창백해진 류드밀라는 어느 땐 활활 타올랐다가, 어느 땐 차가워졌다 하면서, 질식할 것 같은 상태로, 그의 발 옆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 p.457~458
옷을 잘 입고 청결하게 하고 씻는 것은 모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갑자기 공포와 고통에 휩싸였다. 먹고 마시고 잠자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것만 하는 것! --- p.461
사실보다 더 그럴듯한 거짓이 자주 있는 법이니까. 언제나 그렇다. 사실은 물론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 p.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