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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

사도세자

: 비화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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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00g | 140*200*35mm
ISBN13 9788994300122
ISBN10 89943001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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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경민
사람을 쓰고 싶다.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을 쓰고 싶다. 내가 그 사람이 되는 사람을 쓰고 싶다. 역사는 방대한 거미줄이다. 역사를 추론하는 일은 신명 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뒤안길에 서 있는 사람이 좋다. 역사 속에 파묻혀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사람으로서 풀고 싶은 욕심이 있다.

1975년 출생. 2005년 2월『꽃을 키우는 남자』출간, 2005년 5월『블루문』출간, 2005년 11월『어을우동』(전2권) 출간, 2007년 9월『왕의 여인』출간, 2008년 5월『왕의 언약』출간, 2010년 6월『철의 아들, 김수로』출간, 2011년 11월『승부 결심』(자기계발서) 출간, 2012년 1월『왕의 여인 어을우동』출간, 3년 동안 준비한 조선 시대 정치적 음모와 우리나라 국보 1호인 고건축에 대한 소설 『불타는 숭례문(가제)』을 집필ㆍ수정 중이다.
캘리그래피 : 최민수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최고 시청률 기록 후, 「걸어서 하늘까지」, 「엄마의 바다」 등 출연작마다 빅히트를 기록하였고, 1995년 「모래시계」로 대한민국 안방을 사로잡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이며, 스크린에서도 액션, 멜로, 코믹,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특유의 연기력을 보여준 최고의 배우이다.

-대표작
* 드라마 : 「사랑이 뭐길래」, 「걸어서 하늘까지」,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 「백야 3.98」, 「태양의 남쪽」, 「한강수타령」, 「태왕사신기」, 「아버지의 집」, 「로드넘버원」, 「무사 백동수」
* 영 화 : 「미스터 맘마」, 「테러리스트」, 「피아노맨」, 「예스터데이」, 「청풍명월」,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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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자세로 닷새째였다. 구부정해진 허리가 좁은 끝 모퉁이에 닿아 있었고, 위로 짧게 세워진 나무 벽에 다리가 제멋대로 겹쳐 있었다. 그것들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닌, 먼저 죽은 것들이었다. 어둠 속에서, 잡귀(雜鬼)도 피해갈 좁은 뒤주에서 제 몸의 것으로 얼룩진 오물의 쓴 구린내를 맡으며 사내의 미친 웃음이 사방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저승사자를 기다리는 것이 이토록 가혹할 줄은 몰랐었다. 시퍼런 칼날에 심장이 도륙을 당하여도 이런 고통과는 견주지 못할 것이었다. 저려오는 사지의 고통을, 그러므로 인해 뼈 구석구석에 구더기도 아닌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신경을 갉아먹는 듯한 이 오묘한 죽음의 전율은 그 누구도 가히 상상치 못할 것이었다. 늘어진 손바닥으로 벌레들이 사내를 괴롭혔다. ---p.9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또 한바탕 사내의 미친 웃음이 사방을 사로잡았다. 뒤주를 지키고 있던 금군들이 하나같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두려움에 떨어댔다. 닷새째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한 사람의 웃음이 아니었다. 실성을 하더라도 저런 웃음은 아닐 것이다. ---p.10

어린 세자가 조금은 부끄럽게, 귀여운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숙였다. 바로 사도세자인 이선(李煊)이었다. 영조가 세자인 선을 물렸다. 선의 나이 이제 3세였다. 어린 3세에 『효경』을 외웠다. 선은 매우 영특하였다. 그만큼 영조의 대단한 고집이 오늘 대신들 앞에서 위신을 세우고 있었다. 또랑또랑 말문을 트고 처음 담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할 나이건만 영조는 그 시간마저도 아까웠다. 선이 어떤 아들이던가. 영조 42세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앞으로 왕위를 이어갈 하나밖에 없는 세자였다. 어린 아들을 닦달하는 아비로서 어찌 안쓰럽지 않겠느냐마는 영조도 영조 나름의 가시가 아프게 박혀 있었다. 그러니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만큼은 여러 대신들로 하여금 가끔씩 풍겨져 나오는 언짢은 기운을 미리 막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어쩌면 그 언짢은 기운은 영조 스스로가 만들어낸 하나의 고질병인지도 몰랐다. ---p.16~17

선은 영조 11년(1735년) 1월 25일, 영조의 후궁인 영빈 이씨의 몸에서 탄생하였다. 오래토록 후사가 없었던 영조는 늦은 나이에 얻은 선을 태어난 당일 원자로 책봉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 3월, 생후 14개월 만에 전 당파를 막론하고 모두의 지지 속에 세자로 책봉되었다. 선의 탄생은 복된 것이었다. 영조 즉위 이후 늘 골칫거리였던 당쟁의 거친 바람이 선의 탄생으로 한결 완화되는 것도 같았었다. 노론 김재로와 소론 송인명이 함께 세자의 책봉을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p.17~18

밤의 정기를 받으며 한참을 거닐던 선이 우둑하니 멈춰 섰다. 서우가 그 눈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작은 강가 위로 석교가 있었는데, 그 돌다리 위에 웬 사내가 서 있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하염없이 석교 아래로 뿌려대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달빛 아래 반짝거리는 것들이 설화도 아니요, 금빛, 은빛 가루도 아니요, 여하튼 요상하였다. 갓과 도포 차림에 체구가 크지 않고 아담하였다. 아담한 것이 아니라 사내치고는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의복 차림이 형편없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도 아니었다. 야위고 가늘긴 하여도 도포가 멋스럽게 떨어진 모습이 선선하였다.---p.43

“되었다. 그만두어라. 어디 사는 뉘 댁 자제인지 알아보아라. 욕심이 나는 놈이다. 사내치고 계집 같은 몸과 얼굴을 가졌으니 더욱 호기심이 발동을 하는구나. 하하하!” ---p.48

선이 큰 숨을 내쉬더니 한지 위로 붓을 이리저리 놀렸다. 이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와 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예의 주시하던 강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게와 감이 아닙니까. 한데, 어찌하여 게는 생동감이 없으며 감은 연시로 익지 않았습니까?”
선이 강의 눈썰미에 또다시 포근히 웃어 보였다.
“네 못하는 것이 무에 있더냐? 너는 나랏일에 욕심이 없다 하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음이다. 내가 무엇을 뜻함인지 미리 간파했을 터. 조심성이더냐?” ---p.121~122

“네 이름은 무엇이더냐? 혹여 잊었더냐? 내게 가르쳐 주겠더냐? 불러보고 싶으니라. 그리 부르고 싶으니라.”
이번에 강이 쓴 웃음을 머금었다.
“참으로 나쁘십니다. 그리 부르시면 이 몸은 어쩌란 말입니까. 실로 나으리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놓아주지 아니하면 그때는 어쩌시려 이러는 것입니까.”
강의 농에 기분이 좋아진 선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내 바지가 아주 많으니라. 그쯤이야 내어주지 아니할까. 네 이름이 무엇이냐.”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이야기지요.” ---p.157

박 상궁이 선의 매화도를 조심스레 옮겨 받았다. 열 살이나 어린 중전이라, 세자빈 홍씨가 자신에게 비춰지는 오늘의 중전 김씨를 다시 보았다. 자칫하다간 큰 애물단?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세자에게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새파랗게 어린 어미가 자식을 바라보는 희한한 눈빛이라니. 그때 세자빈 홍씨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중전 김씨의 따가운 눈초리가 언제 적부터 날아와 있었는지 양 미간이 다 후끈거렸다. ---p.240

“저하! 중전마마를, 중전마마를 가까이하지 마시옵소서.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저하께 큰 화를 미칠 것이옵니다. 중전마마께서, 마마께서…… 마마께서 저하를 바라보는 것이 신첩의 눈에 심상치 않게 비쳤나이다. 결코 어린 중전마마께 강샘을 하여 허언을 올리는 것이 아니옵니다. 신첩, 어찌 감히 이 나라의 국모이자 어마마마인 중전마마께 그처럼 불순한 마음을 가지겠사옵니다. 저하! 감히 아뢰건대 중전마마를 가까이하지 마시옵소서. ---p.288

“사내도 되었다 아녀자도 되었다. 참으로 굴곡이 많은 팔자로다. 사내였으면 재상의 몫이고, 아녀자였으면 국모의 형국이니, 사내도 되었다 아녀자도 되었다 그 팔자가 뒤섞여 명을 재촉하고 말았으니…….” ---p.316

“정저와(井底蛙)라,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아니, 궐 안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겠지. 보았더냐? 너도나도 달려 나와 나를 보기 위해 흙먼지를 먹어가며 환호하던 백성들을 말이다. 무에 대단한 위인이라고. 이 같은 걸음이 종종이면 좋을 것을, 그 길이 머니 도성 밖 백성들에게는 소홀함이 어찌 없겠더냐? 내일이면 온천 행궁에 도착을 할 터이지. 도성을 벗어난 지도 여러 날이 되었구나!” ---p.320

“민심이 동요하고 있어요. 세자의 편으로 말입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그저 유람이나 즐기려나 보다 하였지, 일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들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가히 우습게 여길 세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너무 얕잡아 보았어요.” ---p.334~335

“저들은 내게서 모든 것을 뺏으려 함이다. 우상과 영부사의 죽음엔 미심쩍은 것이 많음이다. 나 하나가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없애려 함이야. 위협과 위박을 하고 있음이야. 그럼으로써 경고를 주고 있음이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영부사와 우상을 먼저 친 것이야. 수족을 쳐내겠다……. 내 언젠가는 이들의 원한 또한 기필코 갚아줄 것이다.” ---p.360

“내, 내 오늘, 오늘의…… 으흐흑! 오늘의 치욕을, 치욕을 절대, 절대로, 으흐흑…… 잊지 않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갈기갈기, 갈기갈기 찢어놓은 이내 심정을, 이 아픔을 고스란히, 고스란히 돌려줄 것입니다. 엎드려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고…… 잘못하였다고, 잘못하였다고 뼈저린 후회를, 후회를 꼭, 꼭 하게 만들 것입니다.” ---p.402~403

산과 세자빈 홍씨가 창덕궁을 나서 홍봉한의 사가로 내쳐지다시피 옮겨졌다. 선이 기력이 빠져버린 육신을 일으키며 뒤주로 발을 디뎠다. 두려웠다. 덜컥 무서움도 뒤따랐다. 선이 뒤주 안으로 몸을 굽히자 영조가 급한 걸음을 옮겨 망치를 뺏어 들었다. 그러고는 뚜껑을 닫고 직접 못을 박기 시작하였다.
쿵! 쿵!
세상과 등을 지는 소리가 선의 심장으로 박혀와 뭇 칼질을 하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못질을 하던 영조가 뒤주를 붙잡으며 쓰러질 듯 위태롭게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망치를 내던지고선 걸음을 돌렸다. 토악질이 나올 듯 속이 좋지 아니하였다.
“나무를 덧대어라. 죄인의 숨소리가 들릴까 두려우니 나무를 덧대어라.” ---p.479~480

역사를 추론하는 것은 참 신 나는 일이다. 하지만 단 몇 줄의 기록으로 그 시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또한 역사는 역시 승자의 기록이다. 패자는 말이 없다. 그래, 확실히 패자는 말이 없었다. 패자의 기록은 형편없다. 잘려진 부분도 많거니와 지워진 부분도 많다. 그로 인해 실리지 못한 진실은 더욱 많을 것이며, 은폐된 기록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에 와서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그 점을 간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사의 기록은 패자에게 후덕하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에도 사도세자의 기록은 상당 부분 지워져 있다. 2008년 봄과 여름을 거쳐 또다시 역사 자료를 수집하던 나는 그 중도에 내게 내민 사도세자의 손을 덥석 잡고 말았다. 우락부락하지 않고 뼈대가 두꺼웠으나 유난히 창백해져버린 가냘픈 흰 손은 내 가슴에 큰 낙인을 새기고도 남음이었다.
사도세자…… 사도세자는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인물이다. 그를 생각하면 망설임 없이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바로 ‘뒤주’다. 뒤주…… 물 한 모금 허락되지 않았던 좁디좁은 공간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그것은 참으로 잔인한 형벌이 아닐 수 없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사유는 불분명하다. 물론 나경언의 고변과 역모죄를 얻어 죽었다고도 하고, 광증이 심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전해지기는 하지만 사도세자의 주변 인물들이 괘씸하고 악랄하여 소설의 구도를 그리는 데 어쩌면 편파적이었을 수도 있다.
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사도세자는 성인의 자질이 빼어난 인물이었다. 그는 백성을 바라보는 어진 눈과 고충에 기울이는 귀를 가졌으며, 당파의 소용돌이에서 조심스런 입도 가졌다. 그러나 왜였을까. 아무리 광증을 비롯하여 많은 비행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자식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는 아비는 드물 것이다. 아니, 없을 것이다. 핏줄을 중요시하는 나라에서, 철저히 유교 사상을 따르던 나라에서, 첫 장자와 첫 세손까지 잃은 영조가, 첫 며느리와 여러 옹주, 부마를 잃은 영조가, 그런 가족사의 침통함을 겪었던 영조가 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아들을 직접 뒤주에 가둬 죽여야 했을까. 사도세자는 혹 치열했던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소론과 노론, 노론에 기울어졌던 아비와 노론이 벌였던 피의 향연을 보며 소론을 안타깝게 여겼던 아들. 단지 정치적인 뜻이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나라의 왕세자에게 행해졌던 대신들의 모략 또한 무척이나 억척스러웠다. 하긴 정치적 입장이 달랐던 사도세자가 보위에 오른다면 분명 그들의 자리는 위태로웠을 것이고, 심하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도세자가 죽음으로까지 간 까닭은 당시 우세였던 노론의 계략이 틀림없는 듯했다.
외척 세력으로 궐을 장악했던 빙부 홍봉한 또한 그에게 등을 돌려 수수방관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두고 간신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희생 없이 쓰이는 역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조는 왜 아들을 구해내지 못했을까. 아니, 구하지 않았을까. 세손(정조)도 있었다. 아들이 정신병을 앓아 제정신이 아니라면 세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사도세자는 요양을 핑계로 편히 살게 하면 될 일이었다. 영조는 무엇이 용서되지 않아 아들을 직접 죽여야 했을까……. 무엇이 또 두려웠을까.
사도세자가 죽기 전 세자의 비행을 고변한 나경언의 고변서에 무엇이 담겨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고변서는 단 몇의 대신과 영조만이 보고 불태워졌다. 한데 세자의 비행을 고변한 나경언이라는 인물과 고변서를 영조가 읽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나경언이 노론 대신의 노비였다는 점, 일개 천민의 고변이 어떠한 절차도 없이 영조에게 바로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또 하나, 사도세자는 죽기 전 스승에게 ‘부소’의 이야기를 물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자시강원 설서로 있었던 권정침의『평암문집』에 사도세자가 죽기 전 부소의 죽음에 대해 효인가, 아닌가를 천고(千古 : 아주 오랜 세월 동안)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물은 기록이 등장한다. 부소는 진시황의 아들이었는데 환관들의 계략에 의해 위조된 유서를 받고는 스스로 머리를 찧어서 자결한 인물이다. 유서에는 자결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는 사도세자가 자신의 운명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때부터 사도세자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참으로 소름 끼치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해답도 쉽게 들려줄 수는 없다. 이 역시 추론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나 또한 시원하게 대답해줄 수 없다. 상상력을 가미하여 뒤주에서 여드레 동안 몹쓸 두려움에 죽어간 사도세자를 잠시 애도할 뿐. 또한 그에게로 가는 연민을 덧대 모든 이들이 적이었던, 심지어 부인(혜경궁 홍씨)까지 등을 돌렸던 그에게 벗과 같은 고운 여인을 만들어 위로해줄 뿐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단지 영조의 탕평책에 잠시 개탄하며 그 시대를 장악했던 노론의 위대한 입지에 깐죽거려볼 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이다. 그녀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할아버지뻘인 66세의 영조와 가례를 올렸다. 정순왕후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아니, 사도세자를 떠올리고 처음부터 그녀는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인물이기도 했다.
이 여인, 연리지나 비익조 같은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평생을 구중궁궐에서 썩어갔던 이 여인. 자신보다 열 살이나 위인, 새로 생긴 장성한 아들에게 어떤 눈길을 보내야만 했을까.
아무리 권력의 승산을 보기 위해 아비 김한구와 손을 잡고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여인이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관여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렇다. 조금 지나친 간섭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내 상상력은 불순하게도 그곳에 꽂히고 말았다. 가질 수 없다면, 받아주지 않는다면 버리자. 살아서 가슴을 후벼 팔 것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면, 홀로 피는 상사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면 말이다. 이 소설은 그런 관점으로 풀어졌다. 물론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을 잘못 디뎌 영원히 휘말려간 그의 죽음도 큰 몫을 하였지만, 나는 정순왕후와 사도세자 사이에 곱디고운 여인네를 만들어두고 이 소설을 풀어나갔다.
이 소설에서 사도세자의 정인으로 나오는 비화는 허구의 인물이다. 비화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최대한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와 접목하여 풀어냈다. 이 소설은 딱딱하거나 어려운 역사소설이 아니다. 『왕의 여인 어을우동』과 마찬가지로 이미 혼백조차 흩어져 우주에 스며들었을 사도세자가 이 미흡한 글로 인해 잔잔한 미소나 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껴안아본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군이었던 사도세자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 윤숙과 임덕제.
윤숙은 정조 즉위 후 재기용되어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다. 임덕제는 일찍 졸하였는데, 정조는 대사헌까지 지낸 임덕제에게 예조 판서를 증직(贈職 : 죽은 뒤에 품계와 벼슬을 추증하던 일)하였다. 또 충헌(忠獻)이란 시호까지 내렸는데, 아경(亞卿 : 조선 시대 종2품 벼슬을 높여 이르던 말)에게 시호를 준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정조는 임덕제의 아들을 등용하고, 그 아들이 장가듦에 있어 은전(恩典) 또한 베풀었다. 또한 사도세자 선은 아들 정조가 보위에 올라 장헌(莊獻)으로 상시(上諡 : 왕위를 이어받은 임금이 죽은 임금에게 묘호를 올리던 일)하고, 1899년에 다시 장조(莊祖)로 추존(追尊)되었다.
마지막으로, 이광좌가 영의정에 오르고 사도세자의 스승이 되었는데, 소설의 흐름상 몇 달 앞당겨 초입 부분에 넣은 점을 양해 바란다. 그리고 추사 김정희의 한시 「배소만처상(配所輓妻喪)」을 시대와 달리 당겨 쓴 점 역시 양해해주길 바란다. 사도세자를 위해 애쓴 신료들이 이 책 안의 몇뿐이겠는가. 그때의 충신들을 모두 가져오지 못한 내 짧은 학식에 그들의 섭섭함을 간곡히 사죄드린다.
---작가 후기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영조 11년(1735년) 1월 21일, 첫 아들을 잃고 후사가 없던 영조에게 원자가 탄생한다. 바로 이선, 사도세자다. 영조는 선이 태어난 당일로 원자에 책봉, 다음해 3월 생후 14개월 만에 전 당파를 막론하고 모두의 지지 속에 세자로 책봉된다. 영조는 노론에 의해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영조가 왕위에 오르고 수많은 소론이 희생되었다. 정권을 장악한 노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선은 대리청정을 하는 내내 그들의 과욕을 지켜보게 된다.
게장과 생감, 신임사화(辛壬士禍), 이인좌의 난(李麟佐─亂), 나주 벽서 사건(羅州壁書事件) 등, 무언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선으로 인해 노론은 긴장하게 되고, 선은 소론과 노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 애쓴다. 올바른 판단을 선택하려고 했던 선은 실로 영조가 실시하려 했던 탕평책의 조화에마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선은 미행을 나가게 된다. 한데 그 미행 길에 선은 요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석교 위의 사내다. 그 사내 자체가 요상한 것이 아니라 달빛을 받으며 하염없이 꽃잎을 뿌려대는 그 모습이 박수무당도 아니요, 선의 눈에는 요상했다. 아니, 사내의 등줄기로 흐르는 서글픔이, 비애가 꼭 자신의 것인 양 그 아픔이 전부 전해진다. 갓과 도포 차림임에도 사내의 모습은 마치 미소년을 보고 있는 듯, 생김생김이 어여뻤다. 이름이 강이었다.
그렇게 친분을 이어가게 되고, 벼슬길에 오를 나이임에도 과거 준비조차 하지 않는 강을 보며 선은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원체 병약하다 소문이 자자했던 강이었으나 선이 보기엔 체구가 아담할 뿐 그 어떤 병마도 없어 보였다.
그런 사이, 노론은 더욱 긴장하게 된다. 영조가 보위를 선에게 양보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대리청정 시절 노론이 펼친 소론과의 전쟁에 선은 노론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이를 ‘전쟁 선포’라 여긴 노론은 더욱 선의 목을 조르게 된다. 예순을 넘은 영조, 그가 불미스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선이 보위를 이어 받아야 했다. 그러기 전에 무슨 수를 단단히 써야 했다.
영조, 탕평책, 노론, 소론…… 선은 그날 이후로 강과 함께 나랏일을 진중하게 나누게 된다. 강의 총명함, 강 하나로 선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한데, 강과 마주하면 할수록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보며 선은 당황하게 된다. 강은 사내였다. 자신은 여인을 품은 사내였다.
그런 혼란스러움도 잠시, 선을 항상 뒤따르던 서우에게서 강의 비화를 듣게 된다. 대를 잇기 위해 들여진 씨받이로 태어나 정실부인의 욕심으로 사내로 키워진 것이었다. 강의 비화를 알게 된 선은 경악을 하게 되고, 그렇게 아녀자의 의복 한 번 갖춰보지 못한 강에게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오래 전 석교 위에서 뿌려대던 꽃비는 바로 강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강의 숨겨진 이름이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즉 ‘비화’였다.
이때에 3년 전 중전을 잃은 영조에게 새 중전을 간택하라 노론이 주청을 드리게 된다. 66세의 영조에게 노론의 집안인 김한구의 여식이 15세의 어린 나이로 중전의 자리에 앉게 된다. 노론의 계획적인 국혼이었다. 15세의 어린 나이로 중전이 된 정순왕후, 그녀는 가례를 올리던 그날 처음 선을 마주하게 된다. 소문처럼 미치광이도, 어디가 모자란 이도 아니었다. 건장한 선의 모습에 정순왕후는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선을 지켜보던 정순왕후는 노론의 계략을 미루며 오히려 선을 지키려 한다. 그러던 와중에 숨겨진 비화의 정체를 알게 되고, 어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게 된 정순왕후. 선에게 그 마음을 거절당한 정순왕후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맛보게 되고, 드디어 아비와 함께 노론의 뜻에 동참하고 만다. 선을 지키던 윤숙과 임덕제, 이천보, 그리고 사내도 되었다 여인도 되었다 했던 비화. 그들을 둘러싸고 노론 김상로, 장인 홍봉한, 김한구, 영조, 영조의 어린 계비 정순왕후 등…… 사도세자를 제거하고 지키기 위한 암투는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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