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조직경제학 등장의 역사
「조직경제학(organizational economics)」 혹은 「신제도학파 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은 경제학과 경영학을 통합한 새로운 이론이다. 지금까지 경제학과 경영학은 서로 대립되는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은 경영학이 거의 체계성이 없고 이론적이지 않고 학구적이지 않은 학문으로 생각하였다. 반면에 경영학자들은 경제학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현실에서 그다지 쓸모없는 학문이라 생각하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이 서로 양보하고 융합할 수 있는 학제적 연구 즉 「조직 경제학」이 어떻게 등장하였는지 그 역사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1. 신고전학파 기업이론
애덤 스미스(A.Smith)나 알프레드 마샬(A.Marshall)과 같은 고전적인 경제학자는 원래 기업조직의 존재에 주목하여 조직에 대해 비교적 많은 연구를 하였다. 그러나 그 후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시장의 역할에 매료되어 주로 시장의 역할만을 연구하였다.
특히 20세기 주요 경제학자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이름 하에서 시장이론을 고도의 수학을 이용하여 정밀화하였다. 그리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는 기업의 조직적 특징을 대부분 무시하고 기업을 하찮은 존재로 다루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경제주체를 기본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을 가정하였다. 어떠한 경제주체도 완전한 정보를 수집하고 완전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완전히 그 결과를 표현 전달할 수 있는 완전 합리적인 인간으로 가정하였다. 이러한 완전합리적인 정보처리능력을 토대로 [그림 1-1]과 같이 소비자는 효용극대화를 위해 노동력을 공급하고 재화를 수요한다. 반면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동력을 수요하고 재화를 생산하여 공급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수의 소비자와 기업에 의해 다양한 시장이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서 어떤 재화를 둘러싸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하락한다. 이 경우 하락한 가격에서 능력이 있는 기업은 재화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능력이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반면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경우에 가격이 상승한다. 이러한 경우 능력이 없는 소비자는 재화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퇴장하고 능력이 있는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서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남는다.
이와 같이 시장가격의 변화에 의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시장거래에 참여할 수 있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가격은 조정역할을 하게 되고 자원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유출되어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배분되고 이용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시장시스템은 가격메커니즘을 토대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람ㆍ물건ㆍ돈 등의 자원을 배분하는 효율적 자원배분 시스템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엄밀하게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시장을 유일하고 절대적인 효율적 자원배분 시스템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기업을 「완전 합리적」으로 「이윤극대화」 하는 경제인으로서 의인화하고 단순화하였다는 점이다. 즉 기업은 마치 조직적 확장을 가지지 않는 물리학의 질점과 같은 존재로 가정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고전학파의 기업관은 다음과 같이 경영학분야와 경제학내부로부터 각각 비판을 받았다.
2. 기업의 행동이론
먼저 경제인에 대해 경영학분야에서 혹독한 비판을 한 것은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몬(H.A. Simon)이다. 그는 저서 『경영 행동』에서 인간은 경제학이 가정하는 완전 합리적인 경제인이 아니며 무엇보다 인간의 정보수집ㆍ처리ㆍ전달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정된 정보 안에서 의도적이고 합리적으로만 행동할 수 없다. 즉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였다(Simon[1961]).
게다가 Simon은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인간은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심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존재한다.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최종적 행동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인간의 만족도ㆍ요구수준에 의존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업행동이나 인간행동을 이해하려면 우선 행동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 과정을 밝히고 이러한 심리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Simon, Cyert and March[1963]에 의해 전개된 것이 「기업의 행동이론」이다. 이들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주장에 반하여 기업은 반드시 이윤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다 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업조직은 [그림 1-2]와 같이 주주, 노동자, 채권자, 유통업자, 하청업자, 고객 등 다양하고 고유한 이해를 가진 참가자의 연합체로 간주되고 주주의 이익만을 최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든 참가자는 조직의 「공헌」의 대가로 조직으로부터「유인(incentive)」을 받는다. 그리고 만약에 조직이 제공하는 유인이 참가자의 공헌보다 크다면 참가자는 조직에 참가하여 계속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참가자의 이해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다른 이해를 가진 참가자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을 기술함으로써 기업행동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기업의 행동이론이다
3. 소유와 지배의 분리론
한편 경제학 내부에서 신고전학파의 기업관을 비판한 것은 기업의 제도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배블렌(T.Veblen)을 중심으로 한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이다. 특히 제도학파 경제학의 흐름에서 신고전학파의 기업관에 대해 결정적인 비판을 한 것은 Berle and Means[1932]이다. 이들의 저서 『근대 주식회사와 사유 재산』에서 거대기업은 소유와 지배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 거대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지 못한다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비판하였다(Berle and Means[1932]).
Berle and Means에 의하면 기업은 규모가 작을 때 기업을 소유하여 이윤을 얻을 권리(소유)와 기업의 인사를 지배할 권리(지배), 기업을 경영할 권리(경영)는 자본가인 기업가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기업이 커지면 기업경영은 복잡해지고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모든 기능을 전문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출자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경영인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자본가
는 지배권으로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경영자는 자본가의 충실한 대리인 대리인으로 머무른다.
더욱이 기업이 거대화되면 주식은 많은 주주들에게 분산되고 어떤 단일주주는 기업을 지배할 만한 충분한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주주가 아니며 지배하고 있는 것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전문경영인이다. 게다가 소유자인 주주와 지배자의 경영자의 이해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경영자는 단순한 주주의 대리인이 아니다.
따라서 Berle and Means에 의하면 현대의 거대기업은 전통적인 경제학이 가정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질점이 아니라 [그림 1-3]과 같이 소유자와 지배자가 분리된 거대기업조직이며 그리고 소유자와 지배자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주가최대화와 이윤극대화를 할 수 없는 존재이다. 더하여 이러한 현실의 기업을 연구하지 않고 시장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4. 경영자 지배의 기업이론
Berle and Means의 소유와 지배의 분리라는 주제를 적극 도입하면서 구미에서는 새로운 기업이론이 전개되었다. 그것이 Baumol[1959], Marris[1963], Williamson[1967] 등에 의해 전개된 「경영자 지배의 기업이론」이다. 이들에 의하면 소유와 지배의 분리에 의해 자유재량을 쟁취한 경영자는 주주의 충실한 대리인으로서 이윤극대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약 하에서 경영자 자신이 원하는 고유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예를 들면 Baumol은 경영자의 보수나 명성이 매출액과 관계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기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윤을 제약조건으로 매출액을 최대화하려는 매출액 최대화 가설을 전개하였다. 또한 Marris는 현대기업은 이윤극대화가 아닌 물적, 인적, 지적자원의 축적에 관심을 가지고 성장률을 최대화하는 기업성장률 최대화가설을 전개하고 더욱이 Williamson은 현대기업의 경영자는 재량 가능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영자의 효용극대화 가설을 전개하였고 경영자는 자신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스탭 조직의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이들 모형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하고 경영자 자신이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한다는 점은 같다.
5. 신제도학파 조직경제학
이상과 같이 경영학과 경제학의 흐름에서 인간은 한정된 정보능력 안에서 의도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제한된 합리성」의 가정과 인간은 효용을 최대화한다는 「효용극대화」의 가정을 계승하여 등장한 것이 조직경제학 혹은 신제도학파 경제학이다.
새로운 기업의 이론연구의 움직임은 주로 기업을 둘러싼 조직제도의 형성과 발생을 분석하려는 것으로 「제도학파」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제도적 측면에 주목한 연구는 과거 배블렌(T.Veblen)에 의해 이미 전개되었기 때문에 현대의 이러한 새로운 제도론의 움직임을 「신제도학파 경제학」이라 불린다.
게다가 신제도학파 경제학은 단일이론이 아닌 Coase[1937]와 Williamson [1975]에 의해 전개된 거래비용이론, Jensen and Meckling[1976], Fama[1980]에 의해 전개된 대리인이론, 그리고 Alchian[1965])과 Demsetz[1967]에 의해 전개된 소유권이론 등으로 구성되었다.
거래비용이론
그 가운데 Coase[1937]에 의해 제기된 거래비용이론은 Williamson [1975]에 의해 정력적으로 전개된 제한된 합리성과 효용극대화(기회주의 : opportunism)는 인간의 행동가정을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특히 거래비용이론에서 기업조직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대신하는 자원배분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상품을 제조하기 위해서 모든 부품을 시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 스스로 사람ㆍ물건ㆍ돈을 모아서 조직적으로 자체 제작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모르는 사람들과 거래하게 되므로 한정 합리적인 인간은 서로 상대가 모르는 것을 기회주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진행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속지 않기 위해 줄다리기가 일어나 거래에서 낭비 즉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같이 거래비용이 너무 높은 경우 거래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시장거래를 대신하여 스스로 사람ㆍ물건ㆍ돈을 조달하고 명령하여 조직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부품을 제조할 때 거래비용이 낮아진다.
이와 같이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너무 높은 경우 그것을 절약하기 위해서 시장을 대신할 자원배분 시스템이 형성되어 선택된다는 것이 거래비용이론에서 본 기업조직이다.
대리이론
또한 Jensen and Meckling[1976]에 의해 전개된 대리이론(agency theory)에서 기업은 경영자를 중심으로 하는 복수의 대리관계(의뢰인과 대리인 관계)로 구성되는 계약체로 간주된다.
그 가운데 특히 중요한 대리관계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대리관계이지만 여기에서 경영자는 주주의 단순한 대리인으로 볼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려 하기 때문에 의뢰인인 주주와 대리인인 경영자의 이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양자의 정보 또한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Berle and Means가 주장한 것과 같이 경영자는 항상 주주가 모르는 것을 기회로 비효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주장한 것과 같이 거대기업의 경영자가 반드시 비효율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경영자의 비효율적인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사전에 이사회제도, 회계감사제도, 보수제도, 주식시장제도 등의 다양한 공식, 비공식적 등의 지배구조가 형성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도론으로서 대리이론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