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 연구는 첫째, 지표상의 각 지역에 대한 지지적 연구, 둘째, 지표상에서 인간과 환경 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환경생태적 연구, 셋째, 지표상에 발생하는 공간적 현상들의 조직에 관한 공간조직적 연구 등으로 주제를 구분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 주제들은 오늘날 지리학 일반에서 동시에 다루어지고 있지만, 또한 지리학 발달사에서 특정 시기에 특정한 연구방법론과 결부되어 크게 발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주제들을 분리된 것으로 다루기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 --- p.26
근대 지리학의 선각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지적 지역연구를 통해 지리학의 본질과 학문적 기초를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근대 인문지리학의 태두인 독일의 카를 리터(Carl Ritter)를 비롯해, 지지적 경관연구의 고전적 방법론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비달 드 라 블라슈(Vidal de la Blache), 지역에 관한 총체적 학문으로서 지표과학을 강조한 독일의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 지역학을 정립해 지지 속에서 지리학의 독자성과 과학성을 추구한 헤트너(Alfred Hettner), 지역의 가시적 문화경관론을 제시한 슐뤼터(Otto Schlu?ter),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근대 지역지리학을 집대성한 하트숀(Richard Hartshorne)과 같은 지리학자들은 지지적 지역연구를 통한 ‘지역의 고유성’ 및 ‘지역 간 차별성’ 규명을 지리학의 본질로 규정함으로써, 지리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 p.27
인문지리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리터는 바로 이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지역지리 서술에서 비교방법론을 도입할 것을 주창했다. 리터는 한 지역의 특징을 다른 지역과 비교해 기술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그가 여기서 비교 대상으로 생각한 것은 모든 역사적·지형적 현상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또한 그는 지리학의 연구 목적은 자연의 모든 다양성 아래 놓여 있는 일반적 법칙을 추구하고, 개개의 사실과 그 사실들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며, 통일성과 조화성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리터의 사상에서 중심에 놓여 있는 개념이 바로 총체성(Ganzheit)으로 등장한다. --- p.5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지역지리 위주이던 학계의 경향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역 중심의 연구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따라서 지리학자들은 지역지리보다는 계통지리 연구를 지지하게 되었다. 당시 유럽과 달리 미국은 지질학이 번창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자연지리학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인문지리학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 p.62
1950년대, 1960년대에 걸쳐 인문지리학 발전의 주된 추진력은 두 가지 주요한 연구 주제와 관련된다. 첫째, 공간과학적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급속하고도 광범위하게 채택되었는데, 많은 지리학자들이 지리학적 연구에서 공간적 변수에 중심적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1960년대 중반 이래로 점차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둘째, 시스템 접근 방법이다. --- p.66
『택리지』는 서술 체제를 지역지리와 계통지리로 편성하고, 경험적 분석을 내용으로 갖춘 체계적 지리서였다. 『택리지』는 19세기 초 리터 등에 의해 서구의 근대 지리학이 성립되기 이전에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서구보다도 앞선 근대적 지리서로 평가받기도 한다. --- p.92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지리학은 어떤 분야라기보다는 문제를 설정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회지리학에 대한 정의를 제시해야만 한다면 폭넓게 ‘사회와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 정도로 해두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이를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사회현상과 사회문제를 공간적 관점에 입각해 설명하고, 동시에 공간적 현상과 패턴을 사회관계와 사회구조의 측면에서 해석하려는 학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 p.270
사실상 문화지리학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자연(환경)과 문화의 상호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학문이다. 환경결정론을 대신한 문화생태학 또한 ‘자연(환경)-문화’라는 문제 설정의 틀은 유지했다. 그러나 ‘자연-문화’에 대한 문화생태학의 관점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분법적이며, 자연환경을 변화시키는 주체로서의 인간(Humans as modifiers of the Earth)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통적 문화생태학의 틀을 벗어나 ‘자연-문화’라는 키워드가 인간-환경 관계를 대신하는 새로운 개념 틀이 되고 있다. --- p.313
정치지리학에서는 이와 같이 영토, 국경 등의 공간에서 또는 공간을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정치적 흐름, 즉 공간과 권력의 관계를 그 주요한 분석 대상으로 한다. 정치지리학은 주로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된다. 첫째, 최근 동아시아의 심각한 갈등 중 하나인 영토를 둘러싼 갈등과 같은 국가 간 또는 국제사회에서의 공간적 쟁점들에 초점을 맞추는 측면과 함께, 둘째,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의 정치적 행위나 활동을 분석하는 것으로, 특히 대표적으로 선거구 획정과 같은 쟁점들을 거론한다.
--- 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