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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민주주의, 냉정과 열정 사이

에너지 민주주의, 냉정과 열정 사이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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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04g | 152*225*14mm
ISBN13 9788993225891
ISBN10 89932258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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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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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진전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이 공공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었다는 점, 엘리트주의 및 전문가주의에 맞섰다는 점, 그리고 탈핵운동의 대중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공론화의 이러한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공론화 진행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숙의의 충분성 결여 문제, 공론화위원회의 역량 부족 문제, 이해관계자 대변 부족 문제, 공론화의 공정성 결핍 문제, 공론화 의제의 적절성 미흡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영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평가를 위한 시론」 중에서

건설 재개 측은 신고리 5·6호기 반경 5km 이내 주민 150여 명을 시민참여단으로 참석시키자며, 시민참여단에 시민단체 간부/회원 배제, 직장인 참여 배려, 재산세 납부자로 시민참여단 구성, 시민참여단의 신고리 현장방문 등을 제시했다. 반면 건설중단 측은 상호 토론이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합숙기간 연장, 오프라인 토론 증대, 1차 설문에서 건설 중단/재개 측을 묻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건설재개 측의 150명 지역주민 참여와 신고리 현장 방문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이런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시민참여단 구성 방안이 확정되었다.
최종적으로 성별, 연령, 지역에 대한 인구 비례에 따라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시민참여단이 구성되었다. 건설중단 측인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시민참여에 대해 시민참여단 구성을 늘리기 보다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증인으로서 참여의 기회를 늘려 그들의 이야기를 시민참여단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미래세대의 경우에도 투표권 확대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미래세대 의견을 시민참여단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주민과 미래세대에 대한 의견 전달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서생면 주민들의 보이콧 선언으로 동영상 상영으로 대체되었고, 그나마 인터뷰조차 거부하여 단편적인 사진들을 몇 개 나열한 5분짜리 동영상이 상영된 것
이 전부였다.
---「이헌석,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남긴 것들」 중에서

공론화위원회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든 분명한 사실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촛불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기에, 그리고 촛불을 통해 드러난 민주주의의 힘을 실감했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입성한 후 직면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자신의 탈핵 공약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있게 된다. 현실 정치의 논리로는 건설 중단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지만 이것은 스스로의 정치
적 위상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것이 뻔했다. 자신의 지지부대로 끌어들여야 하는 시민사회를 적으로 돌리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공약을 파기하면서도 책임은 피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탈핵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동시에 촛불이 상징하는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명분도 얻고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청와대는 고심 끝에 공론화위원회
라는 ‘신의 한 수’를 꺼내 들게 된다.
정부로서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시민참여단이 최종 공론조사에서 건설재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탈핵의 길을 선호했다는 것도 정부에게 자신의 공약파기를 정당화하는 유리한 지형을 가져다주었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핵발전소 2기가 지어질 것이고, 핵마피아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공고히 유지할 것이다. 더구나 이미 발전소 건설 중단의 공약을 파기한 정부가 탈핵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만약 공론화위원회의 절차만 놓고 본다면 훌륭한 민주주의의 실험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절차에만 국한된 민주주의는 권력에 의해 왜곡된 논의를 가리게 된다. 그동안 제대로 된 참여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는 시민참여단이 공론화
위원회의 경험을 훌륭한 학습과 의식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시민참여단의 체험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역시 참여민주주의를 경험한 적이 없는 시민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민주주의적 실험을 목도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소위 전문가들의 과잉된 반응은 이러한 착시 효과를 교정하기보다는 더욱 강화하고 말았다.
---「서영표, 민주주의, 탈핵과 ‘공론화위원회’」 중에서

눈여겨볼 점은 정부와 탈핵운동진영이 (비)공식적인 사전 협의를 거쳐 공론화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탈핵운동은 공론화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 ‘공론화 거부-대선 공약 이행 촉구’, ‘공론화 수용·대응-전략적 활용’ 뿐이었다. 탈핵운동의 현실적 역량을 감안한 전략적 선택은 불가피했다. 주어진 조건 또한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미 후퇴를 결정한 정부와 여당, 탈핵에 우회적이지 않은 의회, 팽팽한 찬반 여론과 언론 지형을 고려할 때,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공론화를 거부하고 대결 구도를 유지할 수도 있었으나 건설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상황이었다. 반면 공론화 수용은 탈핵공약의 후퇴를 인정하는 것이자 결론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다만 공론화는 탈핵 의제를 대중화하고 탈핵의 사회적 기반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위험을 감수해야했지만 현실적인 판단은 공론화 ‘대응’이었고, 대다수의 탈핵운동단체들이 공론화에 뛰어들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초기 논란이 있었으나,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공론화 결과를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다. 통상적으로 공론화의 결과가 권고적 효력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무조건 수용’은 촛불시민과 탈핵운동을 조건으로 한 것이었다. 촛불시위에서 분출한 국민주권의 요구가 없었다면, 탈핵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수용’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무조건 수용’은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탈핵공약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는 대신 선제적인 갈등 회피 방안을 모색했다. 좋게 본다면, 의회나 원자력계의 저항을 무마시키고 탈핵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방안이 필요했다. 전문가 배제 논란을 이기고 시민들이 정책의 결정권을 갖게 된 것은 분명 에너지 민주주의의 진전이지만 정치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 자연스럽게 숙의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의 관계, 정치적 책임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홍덕화, 공론화의 정치와 에너지 민주주의의 과제」 중에서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는 총론토의 1회, 쟁점토의 2회(안전성과 환경성, 전력수급 등 경제성), 마무리토의 1회로 진행됐다. 종합토론회 참관인으로 참여해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시민참여단이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전성이나 재생에너지 등 모든 분야 쟁점마다 건설중단 측과 재개 측 내용은 상반됐다. 종합토론회 1회로 시민참여단이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1회의 종합토론으로는 진정한 숙의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숙의기간이 3개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첫 오리엔테이션은 9월 16일이었고, 종합토론회 마지막 4차 설문조사는 10월 15일이었다. 그 기간에는 추석 황금연휴 10일이 포함돼 있으므로, 사실상 한 달도 안 되는 숙의기간이었다. 찬반 양측 주장을 담은 공론화위원회 자료집은 시민참여단에게 9월 28일에서야 발송됐다.
10월 15일까지 운영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활동 종료시점 이틀 전인 10월 13일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어디에 들어서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6%에 불과했다. 시민참여단의 많은 사람들이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는 지역에 활성단층이 62개나 존재하고 있음에도 핵발전소가 어디에 들어서는지조차 모른 채 재개와 중단을 선택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가 당사자지역에 얼마나 큰 위험을 안겨주는지 모른 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구성은 출발부터 건설재개 측 36.6%, 건설중단 측 27.6%로 건설재개 의견을 가진 시민참여단이 9%(40명 정도) 많았음에도, 탈핵진영은 이 사실과 1차 설문조사 설문 문항을 공론화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 10월 20일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계획을 발표하자 탈핵진영 내에서는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공론화 대상이 아니라 ‘공약 이행’으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국 탈핵진영 내의 많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공약이 ‘공론화’라는 과정을 거쳐 현실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즉, 초기에 세밀한 논의와 대응이 부족했으며, 찬반 하나만을 선택하는 공론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것이다
---「용석록, 울산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제대로 대응했나」 중에서

가장 뼈아픈 평가는 “당신들은 왜 그랬습니까” 이다. 부산에는 기장해수담수 문제를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해 온 기장 주민들의 질문이다. 부산시는 해수담수를 강행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에 해수담수 공급을 반대해 온 기장 주민들을 참여토록 했다. 그때 마다 주민들이 환경단체 사람들에게 들었던 조언은 “조심하라”였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민참여 의사결정 기구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니, [전문가
위원회]에 참여하더라도 위원의 구성과 규칙이 답을 정해놓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지 그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는 빠져 나와야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낯설지 않은 조언이다. 민관 협의 혹은 협치 경험이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공론화 대응 과정을 지켜본 기장 주민들의 말이 “왜 당신들은 공정하지 않은 공론화를 빠져 나오지도 않고 그냥 끝까지 참여했습니까?”였다. 기장 주민들이 보기에도 이번 공론화는 주민들을 배제한 공정치 못한 과정이었는데, 그 잘나신 시민사회는 과정을 비판하지도 바꾸지도 못한 채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을 비판한 것이었다.
---「정수희, 부산 : 드러난 민낯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돌아보며」 중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재개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
“핵발전 정말 안전한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집사람과 나의 반응은 다르다. 집사람은 ‘어머!’, 나는 ‘왜?’. 운전할 때도 그렇다. 조금 덜컹거려도 거려도 ‘어머!’, 나는 ‘왜?’. 문제가 느껴지면 집사람은 바로 ‘차 바꿔야 되는 거 아니야?’하고 하지만 나는 ‘왜 그러는 거지?’ 라는 이유를 생각한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것 같다. -중략- (우리 집) 큰애는 ‘고칠 수 있어? 못 고치면 버리고, 고치면 쓰고’라는 진취적인 차원에서의 안전을 이야기한다”
---「2세션 “안전성/환경성” 재개 측 000 교수 발표 중」 중에서

원전 사고 위험을 고작 자동차에 비유한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재개 측 발언은 단순히 탈핵을 요구하는 집단이 감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는데 그치지 않고 여성 비하를 곁들여 그 효과를 극대화 하려 했다. 발언 속의 ‘집사람’은 문제 해결 의지나 이성적 사고는 없고 불안 때문에 공포에 질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감정적인 존재인데, 이는 남자와 여자의 타고난 차이라고 설명한다. 원전의 위험을 말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여성적이어서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공사 중단 측 참관자뿐 아니라 여성 시민 참가단에도 모욕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종합토의 시간에 발표자 중 한 명이 재개 측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사과도, 주최 측인 공론화위원회의 어떤 후속 조치도 없었다.

원전 문제를 제기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수출실적 없다고 폄하하면 대한민국 국민 아니다”
--- 「3세션 ‘전력수급 등 경제성’ 재개 측 000 교수 발표 중」 중에서

정부는 UAE 원전 수주 후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8년간 수출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중단 측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원전 건설은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자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개 측이 한 발언이다. 스스로 공언한 목표에 1도 도달하지 못한 결과를 누구도 평가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독재적 발상 아닌가. 그런데, 재개 측이 노린 효과는 따로 있었다. 세션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되자 야외 테라스에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중단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다 빨갱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단 측 발표자 중 한 명은 ‘비판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독립운동 해서 감옥까지 다녀왔다. (재개 측 발언이) 매우 속상하다’며 발언에 문제를 제기 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라고 한 것) 이야기 한 건 (내가 한말이) 맞는 말이다’며 넘겨버렸다.

“엄마가 설거지한 것을 보고 지저분하다고 했다가 혼난 적 있다. ‘아무리 지저분해도 평생 내 덕에 먹고 살지 않았냐’ 하셔서 많이 부끄러웠다. 원자력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하겠다.”
---「2세션 안전성/환경성 재개 측 000 교수 정리 발언 중」 중에서

그간 원전업계의 짝퉁부품, 납품 비리, 사고 은폐, 그리고 한빛 4호기 증기발생기 안에서 20년간 돌아다닌 망치의 발견까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원전업계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불안에 떠는 국민들에게 재개 측은 ‘그동안 우리 덕분에 값싼 전기를
풍요롭게 사용해 온 그대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말하고 있다.

원전 정책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군사독재 시절 들여온 원전은 40년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군사독재는 끝났지만 원전의 독재적인 권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고리 1호기는 집안 궂은일 다 도맡아 해온 큰며느리였다.”
“힘들게 키운 큰아들이 장성했다(신고리). 이제 대학공부 마치고 돈을 벌려고 하는데 일자리를 빼앗으려 한다(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막내아들(신재생에너지)이 대학 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돈이 없다. 큰아들이 돈 벌어서 막내아들 공부시켜야 한다”
--- 「세션 1 총론토의재개 측 000 박사 발언」 중에서

순식간에 신고리 5·6호기와 신재생에너지는 고리 1호기라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가 되었다.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값비싼 가스발전이며, 값싼 원전을 가동해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탈핵 진영의 재생에너지 확대 주장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용량을 확대하여 다른 에너지원을 줄이자는 의미가 아니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서 핵발전소는 안전성과 에너지 정의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탈핵을 주장하는 것이며, 그 수단의 하나이자 세계적 추세이기도 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기 위해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재개 측은 탈핵 에너지 전환의 목소리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단순한 목적만 남기고 삭제해 버렸다.
돌이켜 보면 과학적, 이성적이라 자부하는 재개 측의 주요 무기는 논리가 아니었다. 여성비하와 가부장제를 빌려 감정에 호소하고, 듣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애국심과 사상검증을 하게 만드는 홍보전문가와 자본이 만들어낸 전략이었다. 세션 발언마다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등장한 여성은 정작 재개 측의 강단 위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논리를 피력하는 것이 발언자 각자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국에서 모인 ‘현자’들 중에는 여성,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가 있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여성을 비하하고 대상화하고 입장이 다르면 빨갱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발언이 당
당히, 마지 약속이나 한 듯이 강단 위에서 펼쳐졌다.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기 위해 모인 시민참가단은 꼼짝없이 앉아 그 이야기를 ‘경청’해야 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기까지 주최 측 누구도 문제를 드러내거나 바로잡지 않았다. 시민 참가단 누구도 성별과 정치적
입장 등 여타 이유로 비하, 배제당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없었다.
---「김세영. 서울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소회」 중에서

“각하, 원전시공을 맡은 XX 회사에서 제게 2백만달라를 리베이트로 가져왔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할까요”
“당당 돌려주시오. 그런 돈은 필요없소”
“각하, 이 돈은 관례입니다. 우리가 받지 않더라도 외국회사들이 그만큼 공사비를 깎아주지는 않습니다. 돌려주면 그들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알았오. 그러면 김사장이 한전을 위해 알아서 쓰시오.”
박정희 대통령과 한전사장이 나눴다는 이 대화는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커미션(수수료)과 리베이트(공사주주대가로 지불되는 사례금)의 실상을 일부나마 보여준다.(신동아, 1994: p 443)
...(중략)... 적폐가 적폐인 이유는 청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비리와 한수원 적폐청산 테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적폐청산에 나서야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적폐의 청산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즉 청산과 창조의 양 날개 전략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탈핵의지는 적폐청산으로부터 진정성이 확인될 것이다. ---「이강준, 핵 마디파와 적폐청산의 과제」 중에서

에너지 전환을 주체 형성과 강화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중략)...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탈핵운동-재생에너지산업-노동운동 등이 연계되는 ‘재생에너지동맹’도 그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중략)...‘좋은 일자리’를 목표로 하는 노동운동과 탈핵운동이 ‘정의로운 전환’과 ‘녹색일자리’ 담론을 중심으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 ---「김현우·한재각, 시민참여 관점에서 본 한국의 에너지정책 과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 정확히는 60여년에 걸친 점진적인 핵발전소 퇴출 정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공론화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을 통해 결정토록 한 것에 대해 한수원 노동조합 등 에너지 부문 노동조합들
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이들의 태도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에너지 노동조합들의 입장은 일견 이해할만한 것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것으로 비판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단지 탈핵 정책에 대한 입장 문제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닌 것이, 그동안 에너지 부문 공기업 노조들이 정부와 가져왔던 관계, 노사 간의 관행, 그리고 노동조합의 전략과 내부 상태도 두루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득, 탈핵을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먼저 경험한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들은 어떠할까 궁금해진다. 이미 탈핵을 대면한 나라의 에너지 노동조합들을 몇 가지 장면들을 통해 얼마간의 힌트를 얻어 보면 좋겠다.
...(중략)...
독일 노동조합에서 탈핵 입장은 구체적인 논리로 자리잡았다. 기민당 연정에서 일부 핵발전소를 수명 연장하기로 하면서 탈핵 정책이 일부 후퇴했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2011년에 다시 탈핵 과정이 시작되자 8개의 핵발전소가 즉시 발전을 멈췄고 2016년까지 15,000명의 일자리 감축이 발표되었다. 노조들은 이 감축에 저항했지만 원칙적으로 탈핵을 지지했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 조정하여 일자리 상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1년에 IG BCE(광산화학에너지산별노조)의 미카엘 바실리아디스 의장은 핵발전 이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선언했고, 핵발전의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2 백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서비스 노동조합 Ver.di는 탈핵이 가능한 한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탈핵을 맞는 네 나라 노동조합의 풍경들」 중에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자치분권은 어떤 관계일까? 우선 에너지 전환은 시민과 지역과 생태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이 전환 과정에서의 기준과 원칙은 넓게 말해서 에너지 민주화 혹은 에너지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은 (지역) 시민사회의 선도적 투쟁과 실험으로 촉발되었고, 몇몇 지방지치단체가 이를 받아들여 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였으며, 아래로부터의 이런 압력에 대응한 정부에 의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정필,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자치분권」 중에서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탈핵, 탈석탄, 에너지 전환’ 정책을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거창한 선언을 뒷받침할 정책과 제도 개선, 정부 조직체계 개편 등의 변화를 느낄 수가 없다. 탈핵시점을 60년 뒤로 설정한 것도 이 정부가 에너지 전환의 의지가 있는지를 반문케 한다.
한편으로 에너지정책은 산업과 경제, 시민들의 생활방식과 에너지 요금, 에너지업계의 이익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책이라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쉽지가 않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줄여서 에너지원을 바꾸는 일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기술 시스템을 모두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핵발전소 건설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핵발전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견고해서 전환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후쿠시마 이후에 지자체에서, 마을에서부터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실천해온 힘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2017년 11월 서울시는 태양의 도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시에서 전기를 생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인 태양광을 적극 활용해 2022년까지 원전1기에 달하는 1GW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해 전력 의 3%를 태양광으로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서울시민 380만 가구 중에 100만 가구가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전 하나줄이기의 태양광버전인 셈이다.
---「이유진, 에너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뿌리, 지역에너지 전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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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 문제로 되돌아 왔다. 20세기 자본주의 발전과 근대화 과정에서 민주주의도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보통선거권, 인권, 영토, 양심의 문제까지 민주주의는 승리해 왔다.
그러나 거대 초국적 자본의 힘과 최근의 난민 문제, 그리고 대의제의 위기가 드러나는 지금, 과연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가?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다.

에너지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시민들이 자신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으로 불리는 이면에 편리함과 풍요에 대한 보통 시민들의 욕구는 간단하지도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임도 확인 되었다. 이윤이 목적인 자본은 집요하게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 자본의 운동을 관철시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정책의 영역뿐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 문제라는 깊고 넓은 것임을 확인 하였다.

오래전 국회에서 홀로 탈핵을 주장하며 고군분투할 때 현재 진보진영으로 불리는 어떤 정당의 의원이 회의석상에서 나에게 말했다.

“의원님 주장은 철학의 문제이고, 공식 회의에서 논하기에는 부적절 합니다”
지금 그 당의 후신 정당이 집권하였다. 15년이 흘러 촛불민주주의에 의해 정권이 바뀌고서야 탈핵은 철학에서 현실로 복귀했다. 최근 탈핵을 관장하는 청와대의 업무분장이 사회수석실에서 경제 수석실로 바뀌었다. 탈핵을 다시 철학의 문제로 돌리고 경제적인 현실의 문제로 접근하려는지 우려스럽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결과와 관계없이 많은 과제를 남겼다.
선한 의지만으로 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진리를 확인했고, 숙의민주주의라는 방법론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자를 당혹케 했다. 선한 의지가 우리 실력이라는 민낯을 만나는 불편한 과정도 어쩌면 치루어야 할 수업료일 수도 있다.

이 책이 의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찰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평가 했다는 것을 넘어서 지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였는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리와 신고리, 그리고 월성을 양쪽에 끼고 사는 나로서는 이 책이 갖는 무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선한 의지와
공간적 부정의 문제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직 영원한 것은 햇빛과 바람이다.
- 조승수 (전 국회의원, 노회찬 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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