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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들

눈물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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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46g | 125*188*20mm
ISBN13 9788932035246
ISBN10 893203524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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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게 뭔지 이제 잘 알게 됐어요. 근데 당신은, 나의 지성과 아름다움 대신에 뭘 주실래요?”
“나의 용기와 두려움이요.”
“앞의 것만 받을게요.”
“그 둘이 하나인 걸요.”
“앞의 것에 힘을 쏟았더라면 그게 하나가 되었을 텐데요.”
“전혀 아니에요. 두려움이 용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거든요. [……] 나는 반쪽짜리 왕자예요. 잡종 왕자. 하지만 원정의 피로나 산악의 눈, 전투의 난폭성, 느닷없이 닥칠 죽음 따위를 두려워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의 두려움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내가 돌아오면, 당신이 내 사람이 될 건지 말해주세요. 나와 결혼해주지 않을까 봐 그게 두려워요.” --- p.48~49

마음 깊이 도사렸던 두려움이 이거였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그가 두려워하는 거였다.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의 유약함, 바로 이것이 유일한, 그러나 엄청난 두려움 이었다. 어릴 때부터 냉정하거나 화가 나 있는 얼굴들만 봐온 그였다. 그의 존재가 걸리적거린다든가, 그의 요구에 역정을 낸다든가, 그가 어린 탓에 지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그럴 때면 그들의 준엄한 눈초리를 피해 멀리 가서 흐느껴 울었다.
쌍둥이 동생인 니타르만은 그의 눈물을 알았고, 그의 물러남을 지켜주었고, 그의 도주를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아르트니는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에서 벗어나 먼 곳에서 흐느껴 울었다. --- p.50~51

옛날이야기에서는 기적이 자주 언급된다. 그것은 오늘날에는 옛날처럼 느닷없이 발생하는 기적의 빈도가 줄어서가 아니다. 옛날처럼 우리가 그런 사건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뿐더러, 공동생활의 반복된 임무 수행에서는 정말로 마음을 뒤흔들 만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탓이다.
[……] 그래서 기적이 우글거려도 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 p.63~64

842년 2월 14일 금요일, 아침 끝자락, 추위 속에서 그들의 입술 위로 기이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이 안개를 프랑스어라고 부른다.
니타르는 최초로 프랑스어를 문자로 기록한다.
[……]
상징적인 것이 꿈틀대는 순간을 인지하는 사회란 거의 없다. 자신들의 언어가 태어난 날짜, 상황, 장소, 일기(日氣).
기원의 우연.
숫자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 문자로 변환되는 광기 어린 순간을 지켜보는 것, 이것은 기적에 속한다. 우리는 새로운 상징계가 발생해서 단번에 확립되는 동요를 목도한다. --- p.140~41

“아니, 문제는 내 죽음이 아니라 내가 다시 만나야 할 죽은 이들일세.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죽은 이들 말이야. 오래전에 죽은 이들이 내게 말을 한다네.”
[……]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들 중 죽은 늙은 여인이야. [……] 유독 이 노파가 나한테 바싹 다가와, [……] 아주 나지막하게 이렇게 묻는 걸세. ‘왜 당신은 아르트니로 살지 못했어? 왜 강아지처럼 남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 거지? 왜 언제나 남들 흉내만 낸 거야? 원숭이처럼, 무대 위의 마임 배우처럼, 물 위에 비친 반영(反影)처럼, 내딛는 발걸음을 악착스레 뒤쫓는 그림자처럼, 왜 그랬어?’” --- p.202~206

Lacrimae rerum(만물의 눈물).
하늘에서 떨어지는 원자들은 만물의 눈물들이다.
그래서 베르길리우스는 “지상에 존재하는 비길 데 없는 형상들과 풍경들은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들이 손으로 만지는 것처럼 우리의 정신을 건드리는 한, 결국 고통의 눈물이 되고야 만다”라고 썼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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