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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을 찍을 때까지

만렙을 찍을 때까지

창비 청소년 시선-1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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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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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45*210*20mm
ISBN13 9791189228378
ISBN10 118922837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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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보호종인 키위새는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한대요.

사람이 들어와 살기 전까지
먹이가 많고 천적이 없어서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었거든요.

키위새와 함께 살던 모아새는
아예 멸종을 했대요.
덩치만 크고 날지는 못해서
사람들이 모두 잡아먹었거든요.

날지 못하는 새도 새냐고 하지 마세요.
공부 못하는 학생도 학생이냐는 말처럼 들리니까요.

왜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거죠?
혹시 제가 모아새로 보이나요?
― 「키위새와 모아새」 전문

어릴 적 시소 놀이 할 땐
내가 올라가면 네가 내려오고
네가 올라가면 내가 내려와서
즐겁기만 했는데

교복 입고 시험 치면서
내가 올라가면 네가 내려오고
네가 올라가면 내가 내려오니
하나도 즐겁지 않네.
― 「시소 타기」 전문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라고 했지.
나에게도 포기란 없다.
만렙의 고지에 오를 때까지는
좌절도 절망도 내 것이 아니다.

밥이나 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수업 시간마다 책상 위로 푹푹 쓰러지는
내 친구들은 알 거다.

시험지에서 정답을 찾는 손은 느려도
마우스를 쥔 손은 누구보다 빠르다는 걸
증명할 때까지
기어코 만렙을 찍을 때까지

그만하라는 말
나에게 던지지 마라.

?가다 그만두면 아니 가느니만 못하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한 말을
종종 잊어버리는 습관이 있으니

뜻한 바를 이룬 성취감을 알려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바야흐로 용맹정진 중이다.
그러니 다들 쉿!
― 「만렙」 전문

친구 앞에서 울어 버렸다.
노래방에서 반주만 틀어 놓고 울어 버렸다.

함께 울어 주는 친구가 있어 마음껏 울 수 있었다.
아무도 안 보는 노래방이 있어 마음껏 울 수 있었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어 좋았다.

저는 이런 것도 시가 되나, 시를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습니다. 시는 무엇보다 자유롭게 열린 공간을 좋아하거든요. 상상력을 좁은 울타리에 가둬 두면 얼마나 답답할까를 생각해 보세요. 그러므로 독자 여러분도 제 시를 자유롭게, 읽고 싶은 대로 읽어 주면 좋겠습니다. 재미없으면 건너뛰고 다른 시를 읽어도 되고요. 이제 이 시들은 제 것이 아니라 독자 여러분의 것이니 마음껏 갖고 놀며 즐기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시 세상에 굴러다니는 시들을 주우러 가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를 찾아 나선 독자 여러분과 어깨나 머리를 부딪치면 “어이쿠,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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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는 어른의 목소리가 들어 있지 않다. 그저 고통에 신음하는 청소년들의 소리가 담겨 있을 뿐이다. 그 이후 시인이 하는 행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안아 주거나 함께 울어 주는 친구가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시인의 방식은 이렇다. 울고 있는 청소년을 대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넘어진 청소년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주저앉아 울어 주는 것이라는 것. 그 옛날 나와 내 친구들에게 필요했던 것도 아마 우리와 함께 울어 주는 어른이 아니었을까.
- 신지영 (작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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