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시현이를 출산한고 난 후 심리상태가 심각해져 모유를 끊고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
또다시 셋째가 생겨버렸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아무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젊은 나이에 애가 내리 셋이라니, 기가 막힌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습니다. 둘째까지 낳고도 그렇게 무방비였다는 게 말입니다. (…)
남편은 아이 셋을 거느린 가장의 책임을 다하느라 너무나 바빴습니다. 내가 셋째까지 임신하는 바람에 저리 밤낮없이 사는구나 싶어서 제대로 불평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한 마음의 병이 우울증을 더 깊어지게 했습니다. 쉼 없이 먹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
밤새 울면서 죽고 싶다는 글도 썼습니다. 어느 날 이런 내 마음을 남편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밤새 쓴 편지를 남편 가방에 몰래 넣었습니다. 밖에 나간 남편이 한 시간도 안돼서 전화를 했습니다. 울기만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그 한마디에 그동안 두터운 앙금처럼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던 슬픔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남편은 설거지와 청소를 틈틈이 도와주었고 되도록 집에 일찍 들어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6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전 너무 철부지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변해가는 것이 여자의 삶인데 저는 세상에 오직 나만 힘들고 나만 늘 서투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스스로 만든 벽장 안에 갇혀서 먹는 일로 스트레스를 풀어왔던 겁니다. 그게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지름길인 것도 모르고요.(…)
다이어트도 결국에는 나를 돌아보고, 나를 다스리고, 잃었던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 혹은 남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일인 셈이지요.
---머리말 중에서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천사 셋을 얻었지만 한때 모델 뺨치는 늘씬한 키와 몸매를 자랑하며 드라마에 출연했던 내 몸은 왕년의 종띠를리를 능가할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 동글동글해진 얼굴과 두툼해진 이중턱, 종아리 굵기를 육박하는 팔뚝. 나는 이대로 영영 아줌마로 눌러앉게 되고 말 것인가. ---p.21
● 엄마의 다이어트는 소박하다. 돈 안들이고 천천히, 조금씩,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가 최고다. ---p.35
● 정말 인내심에 경종을 울리는 순간은 애들 밥 먹일 때다. 아침에 일어나 애들 굴비를 구워서 밥을 차려주는데 기름 냄새가 왜 이렇게 황홀한 거야! 시후 입술에 묻은 기름 냄새를 킁킁거리고 있으려니 시후가 “엄마, 뭐해~”라고 한다. 헉. 정신 차려야지! ---p.49
● 네이버에서 옥동자몰이 실시간 검색어 1위란다. 헉. 종띠를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자랑스럽다, 여보야. 나도 자기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거 알지? 곰 같던 자기도 식스팩이 되는데 나도 배에 줄 좀 그을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구 솟구친다. 고마워, 여보! ---p.54
● 요즘 우리 부부는 카카오톡으로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동안 우리의 대화는 애 키우기와 교육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다이어트라는 공감대가 생기니 전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을 하게 됐다. 다시 연애하는 기분도 들고 그동안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도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종띠를리에게 아리따운 여자이고 싶어졌다. 그동안 우리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는 그냥 심심한 부부였나 보다. 살도 안 빼고 뭐하고 살았나 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을 먹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건강하게 살을 빼자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p.55, 56
● 아……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삼겹살이 입에 들어갔다. 허걱!! 이미 늦었다. ---p.66
● 호텔에서 밥을 먹을 때 종띠를리가 가끔은 이렇게 먹는 날도 있어야 한다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했는데 너무 먹고 싶은 만큼 먹었는지 어젯밤 집에 와서 잰 몸무게가 67.4kg. 두둥! 뒷통수를 강력한 펀치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번 주에 65kg대로 진입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인생 참 마음대로 안 된다. ---p.89
● 어차피 남편님은 항상 새벽 한두 시는 돼야 집에 오고 일주일에 애들이랑 한 번 놀아줄까말까. 지방행사라도 끼면 일주일에 두 번은 외박이니 내가 애 키우는 기계야, 뭐야. 남편도 바쁘고 힘든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니 말도 못하겠고. 다이어트는 한 달이 넘어가니 슬슬 지겨워지고 성질만큼 안 빠지니 마음만 답답하고…….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 다이어트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 한 마디로 그냥 미친 게지. 미친 게야. 적당히 먹자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스타벅스 라테까지 마셨다. 그러고 나니 허탈했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다가는 그 스트레스로 주저앉을 것 같아서 그냥 이번 주는 운동만 꾸준히 하면서 65kg대나 유지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p.114
● 코치분이 아침에 운동 오기 전에는 아메리카노와 사과를, 그리고 운동이 끝나고 나면 바나나 같은 약간의 탄수화물과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이디밀로 탄수화물을 대신하고 단백질 보충제 대신 내가 좋아하는 삶은 계란을 먹기로 했다. ---p.121
● 사실 내 바람은 몸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몸짱 같은 거 개나 줘라. 아이들 낳고도 어느새 다시 환상 몸매를 자랑하는 슈퍼모델들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는 그저 보통 55나 66 사이즈를 유지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표준 사이즈가 되고 싶을 뿐이다. ---p.127
● 애들 보는 공은 없다지만 우리가 부부지 내가 베이비시터로 취직했어? 당신은 뭐야, 하숙생이야? 잠만 자고 밥만 먹고 나가게? 데이트도 내가 졸라야 겨우 두어 번. 이럴 거면 왜 애 셋은 낳은 거야? 내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낳으라고 미리 귀뜸이나 해주던가! 엉엉…… ---p.137
● 삭신이 쑤신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구나. 종띠를리……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혼자 흥이 나서 너무 많은 걸 가르친 게다. 그렇다고 그걸 죄다 따라한 나는 뭐냐…… 그래도 몸은 뻐근했지만 얼굴도 안 붓고 개운한 맛은 있다. ---p.154
● 다이어트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먹고 싶은 걸 이를 악물고 참지 않고 조금씩 먹어가며 살을 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래도 나처럼 살이 많이 쪘던 사람들은 처음에 소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한 관문인 듯하다. 과식과 폭식을 일삼던 식습관을 고쳐야 그때부터 다이어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p.155
● 내가 임신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시기에 넋 놓고 남편의 귀가만 기다리거나 스스로를 구석에 몰아세우며 자책하지 않고 그때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나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 마음을 열 기회를 가졌다면 그 길고 긴 터널 같던 임신우울증과 출산후 우울증의 기간이 조금은 단축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문득문득 우울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행복하고 고마운 순간이 더 많기에 정신적으로 나락까지 떨어지는 일은 없으며, 운동이라는 취미로 스트레스도 푼다. ---p.157
● 여태 운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스트레칭이었다. 스트레칭을 한 번 해보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몸을 방치하고 방만하게 살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몸이 뻣뻣하다 못해 뱃살의 압박으로 쪼그려 앉기조차 안 되는 몸뚱이란…… 전신 스포츠마사지를 백 날 받아봐야 내 힘으로 하는 스트레칭 몇 번을 못 따라오더라. ---p.150
● 진짜 다이어트는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음식을 적당히 먹고,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을 하고, 그러다 가끔은 인심 쓰듯 입을 달래는 맛난 음식도 먹어주고, 남편이랑 데이트하면서 야식도 사먹고,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 풀 시간에 애들 놀이터에서 엄마들 만나 수다를 떠는 일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삶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은 종띠를리와 맨날 애들 얘기만 하다 운동과 다이어트로 주제가 옮겨져 다양해졌다. 가끔 같이 운동을 하면서 사이가 더 좋아지고 서로를 더 챙겨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좀 더 여유롭고 느긋해졌다고나 할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p.169
「종띠를리의 한마디」
운동하기 전에 초콜릿을 약간 먹어주는 것도 좋아요. 당이 기분을 좋게 해서 운동할 힘이 나거든요. 아니면 아메리카노나 녹차 한 잔 마시고 하는 것도 좋고요. 카페인 효과로 정신이 번쩍 나서 운동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단것을 왕창 먹는 것은 절대 안 돼요! ---p.73
「종띠를리의 한마디」
다이어트를 할 때 나만의 칼로리 안경을 끼는 게 중요해요. 저처럼 닭가슴살만 먹고 살 빼는 거, 말이 쉽지 웬만해선 몇 달씩이나 계속하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여자들, 특히 엄마들은 입장이 달라요. 좀 편하게 할 필요가 있죠. 아이들도 먹이고 그래야 하니까요. 독한 다이어트는 뇌를 자극해요. 작심삼일하게 되는 건 뇌가 피곤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서 적절히 뇌를 좀 달래가면서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까 그대신 밥 먹을 때 아이들 밥공기만큼 먹거나 저염식을 챙기는 것처럼 자기원칙을 충실하게 지키기만 하면 되죠. 엄마들! 다이어트에 성공하시려면 가늘고 길게 하세요! ---p.71
「종띠를리의 한마디」
제가 다이어트를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아세요? 근육 만들어서 멋있게 보이려고 그랬다고요? 에이, 천만의 말씀! 일단은 가족을 위해 건강한 몸 만들기! 그리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맛있는 음식 먹기!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면 먹는 즐거움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줘야죠. 근육량을 높여서 신진대사량을 올리는 거예요. 몸이 기본적으로 하루에 쓰는 열량을 늘어나니까 남들만큼 먹어도 살이 안찌죠. 원푸드 다이어트 같은 거 요즘 많이들 하시는데 그걸로 살 빼면 요요가 금방 와요. 몸무게만 떨어지면 뭐하나요. 근육이 없는데. 그럼 조금만 먹어도 또 확확 살이 붙죠.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늘리는 것만이 다이어트 효과를 오래가게 만드는 길이랍니다.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