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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사라져도 우리 다시 만나요

첫눈은 사라져도 우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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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74쪽 | 130*205*15mm
ISBN13 9791189930035
ISBN10 118993003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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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담벼락
구석진 곳 고무함지박
뿌리 내려 꽃 피우니
담배 한 모금 할머니
구부러진 허리 물 한 바가지 쏟고
가문 봄 패인 주름
아름다울 꽃 필 때
그렇게 봄비는 인색할까
꽃은 바라는데.
그러네 너는 가난했으리

솟아나는 것들
할머니는 얘기를 들려주려
한껏 물을 머금으면
욕설 한 가락
구부러진 손 마디 꽃을 다듬어
아름다울 꽃 필 때
그렇게 봄비는 모를까
꽃은 기다리는데
그러네 봄비는 가난했으리 ---「봄비는 가난하다」중에서

빨간 고추잠자리 앉아
무겁다 호박 넝쿨 스러져
따사로운 햇살에 이 빠진 호박
꼬마는 웃는 해 그리고

동네 바람 웃음 가득 자리하면
서늘한 아저씨 잠든 미소속
한가로이 흔들리는 꽃들
아득한 연인 기쁨의 꽃반지 되고

기차 타고 꼬불 고개 무지 넘어
펼친 누런 들 바쁜 듯 팔 벌린
허수아비의 피리 기억은
새들의 길손집 연기 냄새

술래 잡던 골목 어귀
부르는 소리 멀리 퍼져 귀들 모으고
노을속 노래 새소리인양 창가 즐긴 누이
순이 누나는 동네 붉은 해 부르네

멀리 고향 소식 반갑소
누구나 오시오 어깨 들석이는 장단
안녕하기를 두손 모은 사람들
붉고 노란 잎 다하도록 손 흔들어

가을 동네를 떠나는 달
둥글어라 부모님의 말인양 ---「가을동네」중에서

첫눈이 사라지고
다시 만날 날

꽃이 피고
또 꽃이 지고

잡고 싶은 손
주름 잡혀 낙엽을 세고

다시 내린 첫눈에
발자국만 남긴 이

모르는 말
우리 다시 만나요

첫눈은 사라져도 우리 다시 만나요.
---「인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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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而不傷 - 슬플지라도 비관하지 말라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슬픔은 어쩔 수 없는 운명에서 비롯되지만 그렇다고 슬플 때마다 자포자기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고 덧없을 것입니다. 시인은 메마르기만 했던 청춘 속에서 한 줄기 봄볕의 기억을 찾아내어 슬픔과 좌절을 희망으로 승화시켰고, 계속되는 생의 불공평함에 한탄하다가 종교에 귀의하면서 이제는 겨울이 두렵지 않은 秋菊으로 활짝 피어났습니다. 기름진 맛에 식상한 현대인들이 소박한 시골음식에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듯, 단어와 흥정 없는 시인의 절실함은 잊고 지냈던 따스한 봄날의 햇살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시인의 열정에 찬사를 드리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 이희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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